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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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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 포기했나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16> 프라하에서 베를린까지, 오바마 연설 뜯어보면
2009년 4월 5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획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그의 임기 동안 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오바마가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는 핵무기 철폐를 체코 공화국과 다른 소비에트 연방국에 자유를 가져다준 투쟁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20세기에 자유를 위해 싸웠듯 21세기에는 어디서든지 두려움 없이 살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핵보유국으로서, 특히 지금까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서 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막중합니다. 이에 오늘 핵무기 없는 세상의 평화와 안보 추구에 미국이 헌신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가지고 이를 분명히 약속합니다. 저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이 목표는 빠른 시일 내에 달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 또한 무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 지난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레시안자료사진

4년이 지난 지금, 핵무기 없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있는가? 그런 세상이 정말로 가능한가?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이 단순히 세간의 관심을 끈 몽상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실제 오바마는 그 비전을 실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과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미-러 간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하는 대가로 핵무기 현대화 예산 560억 달러에 140억 달러를 추가로 배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핵군축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없는 중동지대를 위한 유엔 주재 회의가 2012년에 개최됐어야 했지만 이스라엘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해 여전히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란이 핵을 가질 가능성은 여전하고, 이것은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세계에 핵무기가 남아있는 한 핵무기 동맹을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리고 중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영국과 같은 핵보유국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핵군축을 실행한다는 어떠한 열정도 의지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들로 인해 핵군축을 향한 오바마의 기대치는 낮아지고 의지가 꺾였는가, 아니면 핵군축을 실천하는데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가?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베를린에서 오바마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연설을 했다.(☞) 그는 다른 주제들은 일반론적으로 언급한 반면, 핵군축에 대해서는 매우 자세하게 다뤘다. 그는 "정의로운 평화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안보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며, 미국은 비축된 핵무기를 추가로 더 감축하고 미 상원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를 비준하도록 더욱 노력하는 등의 단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NATO 동맹국들이 유럽에 배치된 미국과 러시아의 전술핵무기의 의미 있는 감축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날 백악관이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핵 고용 전략에 대한 새로운 지침은 그의 연설과 앞뒤가 맞지 않다.(☞) 지침에 따르면 비록 핵무기 역할을 감소시키고 '급작스럽고 무장해제를 위한 핵 공격의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정책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핵 산업의 현대화를 위한 상당한 투자 또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 레토릭과 실제 핵군축의 간극은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에서 스스로 드러낸 바 있다. 바로 "우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핵군축 진전을 방해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있다. 오바마의 이니셔티브에 반대하도록 공화당원들을 압박하는 워싱턴의 당파적 정치 분위기일 수도 있고, 부풀려진 핵 예산에서 이득을 취하는 핵무기 기업이거나, 핵군축을 위해 미국과 함께 움직일 준비가 안 된 다른 핵무기 국가들(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일 수도 있다.


시민사회는 이런 장애물들을 조금이나마 제거하고 핵군축 진전을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미국에서 오바마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주장하는 주요 논점 중 하나는 비축된 핵무기 혹은 핵무기 역할 축소와 같은 조치들이 취해진다면, NATO, 일본,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는 보호와 확장 핵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그들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것이다.

의원, 시장, 정책입안자, 그리고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오바마의 핵군축 의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오바마의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동일한 목표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204명의 일본 의원들의 서한과 오바마의 프라하 비전을 지지하는 NATO 회원국들 의원들의 서한 등은 이미 영향력을 발휘했다.

무기 기업들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투자철회 캠페인을 통해 수치심을 주는 것이다. 이미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정부는 의원들과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공공기금(주로 연기금) 중 핵무기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모두 철회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만약 더 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이러한 기업들의 지분 가치를 낮추고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핵무기 예산에 대한 기회비용을 강조하려는 더 큰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자 핵군축을 위한 세계의원네트워크(PNND) 공동의장인 에드 말키(Ed Markey)는 하원의원으로 있던 당시 경제를 활성화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축된 핵무기 감축과 예산 삭감을 제안하는 SANE법(핵 지출에 대한 분별력 있는 접근, ☞)을 발의해 큰 이목을 끌었다. 현재 말키가 상원의원이 되었기 때문에 핵 관련 지출에 대해 이러한 도전이 계속 이뤄지고 더 많은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기여할 수 있는 새롭고도 흥분되는 국제적 진전 상황에 주목한다. 지난 3월 핵보유국들과 NATO 동맹국들을 포함해 160여 개국의 의회로 이뤄진 세계의원연맹(Inter Parliamentary Union, IPU)은 내년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 의회의 역할"(☞)을 주요 의제로 삼아 활동하기로 합의했다. 의원들은 정부 정책과 우선순위, 예산 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160여 국의 의원들이 초당파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5월에는 '핵군축 다자협상을 위한 개방형 실무그룹'(OEWG)이라는 새로운 UN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다자협상 테이블인 군축회의(CD)가 지난 17년 동안 고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핵군축에 대한 다자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OEWG는 빠른 출발과 함께 진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성공은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의 관심에 달려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오바마의 프라하 연설의 마지막 부분, 즉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각계 리더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그의 호소로 돌아간다. "무기를 들자는 것이 그것을 내려놓자는 것보다 인간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평화와 진보의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합니다."

* 번역에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김가연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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