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발발 3년을 맞아 전세계가 들썩였다. 3년 전 바그다드에 처음으로 폭탄세례가 쏟아졌을 당시 이라크 전쟁 지지 여론이 높았던 미국에서도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졌으며, 바그다드와 바스라 등 이라크에서도 '미국 반대,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같은 반전의 물결 가운데 미군이 이라크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보복사살 해 15명이 숨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시야말로 제1의 국제 테러리스트"**
18일부터 시작된 반전 집회는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 영국의 런던,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며 전쟁 중단과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18일부터 20일까지 300건 이상의 집회 등이 계획돼 있다. 18일 뉴욕에서 벌어진 반전 집회에서는 '미국 아랍 무슬림 연맹'의 왈리드 바데르가 연설에 나서 "우리는 충분히 많은 위선과 거짓을 말해 왔다"며 "우리의 병사들은 당장 귀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에서는 반전단체 '창조적인 비폭력을 위한 외침'의 회원들이 한 달 넘게 단식농성을 벌이며 미군의 즉각적인 이라크 철수 등을 주장했다. 보스턴에서도 대학생들이 더들리광장에 모여 "부시를 탄핵하라", "전쟁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 2개 연속 : 미국시위 + 스페인 대형 현수막〉
영국의 런던에서도 경찰 추산으로만 1만5000여 명이 의회와 빅벤에서부터 집회장소인 트라팔가 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반전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포스터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500여 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하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을 '제1의 국제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하며 미군의 이라크 철군을 주장했다.
일본에서도 2000여 명이 도쿄에서 집회를 열고 자위대를 비롯한 외국군의 철군을 요구했으며,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반전 시위를 벌였다. 이 외에도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50여 개 국가, 400여 개 도시에서 국제공동반전행동이 벌어졌다.
〈사진 2개 연속 : 촛불형상화 + 우산〉
***여성과 어린이 포함 민간인 15명 무차별 사살…은폐 시도까지**
한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 해병대가 지난해 이라크에서 어린이와 여자 등 무고한 이라크 주민 15명을 보복사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민간인에 대한 보복사살 의혹 제기는 개전 3주년을 앞두고 높아지는 반전 여론 속에 미국에게는 또 한번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9일 이라크 서부 하디타에서 저항세력이 설치한 폭탄에 의해 해병대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미군 당국은 이 사고로 민간인 15명도 함께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때 사망한 민간인들은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해병대가 보복사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동료를 잃은 해병대원들이 인근 마을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7명의 여성과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15명의 민간인을 무참히 보복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은 사건 다음달 현지 주민이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잡지는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함무라비 인권그룹이 입수해 공개한 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잠옷을 입은 채 집 앞 가까운 거리에서 사살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들의 모습과 희생자들이 사살된 주택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잡지는 당시 교전이 있었다는 해병대의 주장도 비디오 분석 결과 주택 외부에서 교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자체 취재내용과 비디오를 미군 당국에 전달하기 전까지 해병대측은 폭탄에 의해 민간인들이 희생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은폐시도 의혹도 지적했다.
미군 당국은 현재 자체조사를 통해 민간인들이 폭탄이 아닌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고의적인 보복살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사건을 해군 형사조사국(NCIS)에 넘긴 상태라고 잡지는 설명했다.
***부시 "이라크 침공은 어려웠지만 올바른 결정이었다"**
이같은 전세계적인 반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은 "어려웠지만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또 다시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라디오 연설에서도 "우리는 완벽하게 승리할 때까지는 쉬지 않을 것이며 이 승리를 달성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싸움과 희생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이라크를 넘겨주지 않고 임무를 완수할 것"이며 "승리를 달성했을 때 우리 군대는 영예롭게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조기 철군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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