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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합니다" 이라크 참전 군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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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합니다" 이라크 참전 군인의 눈물 "이라크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면 죽일 수 있을까요?"
이라크전쟁 3년, 줄어들 줄 모르는 사망자수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는 전쟁 비용으로 미국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있다. '거짓'으로 시작한 전쟁으로 누구보다 상처를 입은 것은 폐허가 된 이라크와 그 땅 위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이라크인들이겠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쟁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야 했던 수많은 참전 군인들도 깊은 상처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점점 많은 수의 참전 군인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무자비함을 겪은 후 반전 운동에 나서고 있다. 2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라크전 3주년을 맞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뉴 올리언스까지 행진을 벌인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군인들(IVAW)'의 눈물 섞인 참회를 전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쏴라"…"후세인이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이달 초 닷새 동안 약 200명의 참전 군인들과 군 가족들, 그리고 카트리나 생존자들이 앨라배마주의 항구도시 모빌에서 뉴 올리언스까지 약 209km를 행진했다. 행진의 맨 선두에 서 있던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군인들' 소속 전직 군인들은 "이라크를 단념하라", "부시는 거짓말장이",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이 조국을 위해 복무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마이클 블레이크(22)는 행진 대열의 맨 앞에 서 있었다. 뉴욕 출신인 그는 2003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군 복무 기간 군사용 특수차량인 험비(Humvee)의 운전수로 근무했던 그는 자신은 모험을 하고 싶었으며 이라크에 가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라크전쟁에서의 경험으로 신경 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그는 반전운동가가 됐다.

블레이크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군인들이 이라크로 떠나기 전 이라크나 이슬람에 대해 들은 것이라고는 고작 '이슬람은 악이다', '그들은 우리를 싫어한다'와 같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고 그는 말했다.

블레이크가 반전운동가로 돌아서게 된 전환점은 그의 부대가 8시간 동안 한 무리의 이라크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감시할 때였다. 그들의 남편 혹은 아버지가 어디론가 끌려가 심문을 받게 되자, 그 여성들은 울부짖었다고 그는 전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담 후세인이 과거에 자행했던 짓들과 놀랍게도 똑같구나'라고."

"나는 다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죄의식이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자신이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얘기는 그 행진에 참여한 군인들에게는 놀랄 것도 없는 일이다.

"사제폭탄(IED)이 길가에서 터지고 나면, 움직이는 모든 것을 쏘아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누구든 쉽게 죽일 수 있다"**

또 다른 참전 군인인 앨런 쉐클레턴(24)은 제일 친한 친구의 죽음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상자로 그들이 고통 받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 어린이를 괴롭히다 그를 죽였다…." 그는 현재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5일 전 제대한 조디 카세이(29)는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군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반전론자들의 말에도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이미 저질러진 많은 실수들을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전군인 모임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에서 돌아와 자신과 전우들이 공격 작전을 수행하던 당시를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보고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무시"가 자신을 제일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카세이는 "나는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봤다. 사제폭탄이 터지면 가까이에 있는 한 농부도 사살된다. 당신도 아는 것처럼, 그 사람은 그저 삶을 영위하느라 거기 있었을 뿐인데…. 그렇지만 그를 사살한 군인도 너댓 차례 사제폭탄의 공격을 받아 지쳐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의 상황 자체가 끔찍한 학살을 낳는다는 얘기다.

전쟁은 군인들의 머릿속에 이라크인은 '회교도'일 뿐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쑤셔 넣었고 "그들을 비디오게임 속으로 넣어버렸다"고 카세이는 주장했다. "만약 당신이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당신이 그들을 죽일 수 있을까?" 그는 되물었다.

그는 또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누구든 죽일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쉽다. 심지어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고 구멍을 파는 짓 따위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가디언〉은 이들 앞에 〈알자지라〉 워싱턴 지부의 한 기자가 나타나자 이들은 자신을 인터뷰해달라며 서로 나섰다고 전했다. 참전군인들에게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는 자신의 죄를 고백할 절호의 기회였던 것.

블레이크는 "이라크인들은 우리가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며 "그리고 우리가 정말 많이 미안해 한다는 것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알자지라>와 꼭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최근에 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라크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내가 근무하던 바로 그 지역에서 자신이 왔노라고. 그리고 나는 이 완벽한 이방인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고 말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그는 내게 괜찮다고 말했어요." 블레이크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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