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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은 한국 아닌 딴 나라인가?" MB정부, 한국사회병폐 보지않고 '악플' 타령만
정부가 제안한 '사이버 모욕죄' 제정이 최진실 씨의 자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잇따른 연예인 자살의 주범이 인터넷 악플(악성댓글)이라고 단순화하며 인터넷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모욕성 악플을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촛불정국을 겪으며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 인터넷 규제에 힘을 실어온 정부의 이 같은 여론몰이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 자살에 대한 지나치게 단순한 원인분석과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손쉬운 '처벌'만을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8일 서울 서대문구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사이버 모욕죄' 추진의 문제를 지적하고 악플 문화의 극복방안을 논의했다.

"자살공화국" "이혼에 대한 편견" 문제는?
▲ 송경재 교수는 "인터넷 악플이 한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의 사회적 병폐의 노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높은 이혼율, 이혼에 대한 편견, 우울증의 만연이 사건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프레시안

고 최진실 씨의 자살은 분명 한국사회의 조건에서 잉태된 하나의 '사회문제'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담론이나 비판, 비난도 결국 오프라인의 축소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인터넷 악플이 한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의 사회적 병폐의 노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높은 이혼율, 이혼에 대한 편견, 우울증의 만연이 사건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9분마다 1명씩 자살한다.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도 2007년 현재 52만 명이 넘으며 집계되지 않은 우울증 환자를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혼한 사람, 특히 이혼녀에게 찍히는 '주홍글씨'의 낙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은 들여다보지 않고 오직 '악플'만이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정부의 태도는 균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악플이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은 지난 수년 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온 부분이지만 갑작스럽게 이 시점에서 대두된 건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촛불 정국 이후 정부가 열을 올려온 '인터넷 여론 재갈물리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형법은 가장 최후의 수단"

악플이 한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처벌'로 대응하는 건 '너무 손쉬운 방법'이다. 웹 2.0이라는 플랫폼의 탄생이 쌍방향 소통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증가하게 되면서 그 수위 조절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송경재 교수는 "인터넷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혼재된 성격을 갖는 공간"이라며 "그 결과로 표현의 자유냐 프라이버시 침해냐의 문제가 충돌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표현의 수위 조절' 문제는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강장묵 세종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네트워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네트워크를 통제하려고 하다보니 규제와 검열이라는 '손쉬운 칼날'을 택했다"며 "그래서 선거법으로 아예 막아버리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선거법 위반 사범의 80%는 인터넷 이용자가 대상이 됐다. 박주민 운영위원은 "정치인에 대한 합당한 비판과 평가마저도 제한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은 채 지금 이를 제한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공간이 지난 14년 동안 빠른 진화를 경험했지만 법과 제도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주민 운영위원은 "행정법과 형법에서처럼 '허용위험 영역'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비행기나 발전소 건설 등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사회적 구성원들이 합의해 허용위험 영역을 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악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 악플이냐'를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법에서 규제하려면 보편적으로 동의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악플에 있어서는 대상 설정이 힘들다는 것.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MB는 쥐박이'는 청와대 쪽에서 보면 악플일 수도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통쾌하고 기막힌 표현일 수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당사자에게 '그러게 일찍이 공부 좀 하지 그랬냐'는 댓글은 악플로 처벌받을 것인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문형 변호사도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욕설 등은 비교적 명확하고 현행법에서 처벌이 되지만 그외 '기분 나쁜 추측'이나 '모욕' 등은 어떤 기준으로 처벌할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악플의 위치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다른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처벌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강장묵 교수는 "어떤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을 때와 그것이 포털의 메인에 떴을 때와 비교했을 때 그 파급력을 어떻게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나"라며 "기본적으로 인터넷의 다양한 커뮤니티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 웹 2.0이라는 플랫폼의 탄생이 쌍방향 소통을 야기했고 표현의 자유가 증가하게 되면서 그 수위 조절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문제이다.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프레시안

"인터넷 역사 14년…이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

결국 14년의 역사를 가진 '사이버 공간' 그리고 '사이버 현상'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사업자의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높여 악플 자정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견해도 지배적이었다. 김성곤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댓글 신고하기, 댓글 펼치기, 좋은 글 쓰기 홍보 캠페인, 자체 모니터링, 문제 신고 시 삭제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문제상황별 가이드 라인과 누리꾼이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는 핫 라인 등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강장묵 교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댓글은 RSS 등과 달리 다른 곳으로 퍼져나갈 수 없다는 특징 있다"며 "노출을 단절시키거나 노출을 흐리게 하는 기법 등의 필터링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선플달기 운동'도 악플의 노출 빈도와 속도를 줄여 누리꾼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송경재 교수는 인터넷에서의 글쓰기와 정보통신윤리 교육 등 누리꾼에 대한 교육을 장기적 관점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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