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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도 뉴타운 공약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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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도 뉴타운 공약은 계속될까? [이제는 '풀뿌리 정치'] 용산을 겪고도 '욕망의 정치'?
작년 4월의 일이니 1년이 지났다. 2007년 대선에 이어, 2008년 4월 9일 총선도 한나라당의 일방 독주가 계속되었다. 지역개발 공약도 당연히 한나라당 우세였다. "이미 오세훈 시장과 얘기가 다 됐다(정몽준, 동작을)", "대통령, 시장과 아주 친하다(유정현, 중랑갑)"는 등 대부분 한나라당 후보는 자신이 당선돼야 뉴타운 사업이 가능하다고 자랑한 바 있다. 졸지에 야당으로 밀려난 민주당은 2006년 이른바 '뉴타운법(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신들도 당선되면 뉴타운에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믿음을 주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4.9 총선은 '뉴타운 선거'였고, '욕망의 정치', '개발의 정치'가 압도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 1년이 지나도록 서울에서 새로 뉴타운이 지정된 곳은 하나도 없다. 정몽준 의원은 '사기 공약'으로 재판을 받았고, 오세훈 시장이 증인으로 참석해서는 '내 잘못'이라는 식으로 수습에 나선다. 당시 뉴타운만 되면 떼돈을 벌 줄 알았던 많은 지역에서 '속았다'는 플래카드가 줄을 잇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올해 1월, 용산에서 사람 여섯이 한 번에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사람 잡는 사업'이라는 것이 분명해 진 것은 그때쯤이다. 마침 서울시의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공청회 자료를 발표한 것이다.

원거주민 재입주율 15% 미만, 뉴타운 사업 시행 후 인근지역 전세값 폭등, 사업 전에는 지역내 전세주택의 60%가 4천만 원 이하였으나 사업 후에는 하나도 없음, 뉴타운 지역 주민의 30~40%가 1인 가구이나 새로 짓는 집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 이런 조사결과는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그대로 돼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용산참사로 인해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섯 달이 다 되어가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용산참사는 진상규명도 흐지부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여당의 개선안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영업세입자들에게 3개월치 휴업보상을 4개월로 늘려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의 사업방식을 그대로 두고,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모면하자는 얘기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문제투성이 사업의 속도를 더 빨리 하겠다고 한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파트가 모자라기 때문이고, 아파트를 공급하려면 뉴타운 사업을 해야 된다는 공식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서민들의 주거지를 희생시킨다는 사실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자문위원회의 뉴타운 사업 '실패 판정'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게 얼버무리는 중이다. 심지어 경기부양 차원에서 뉴타운 사업을 촉진하겠다고까지 한다.

지금 방식의 뉴타운은 불가능하다

지난 25년 동안 서울의 산동네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사라졌다. 서울시민의 13%가 거주하던 그야말로 서민들의 동네였다. 판자촌은 아파트로 바뀌었고, 주민들은 인근의 낡은 단독주택 동네로 흩여졌다. 당시에도 지금과 꼭 같은 탄식들이 계속되었다. 원거주민 입주율이 5%도 안 되었으니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하는 문제였다. 철거폭력 역시 그 당시에도 문제였다. 줄잡아 20여명이 재개발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프레시안

이제는 그때 산동네 사람들이 옮겨갔던 곳이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범위는 더 크다. 서울시민의 15%가 영향을 받는다. 앞의 서울시 자문위원회가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내린 결론을 보면 이 사업의 실체는 명백하다. 아파트는 공급되지만 주민은 떠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선전은 완전한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뒤늦게 주민들은 속았다며 사업을 중지해달라고 나서고 있다. 지난 대선, 총선에서 정치인들이 앞장서 헛된 꿈을 부풀렸고 거짓 약속을 남발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건 안 되는 사업"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지금 방식의 뉴타운 사업은 불가능하다. 정부나 가옥주 모두 비용부담은 않으면서, 주거환경도 개선하고 세입자도 보호하며 주택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는 그런 환상적인 방법은 없다. 부담 없는 대가가 어디 있는가? 얼버무려서 이 문제가 해결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의 근본 해법

재개발, 뉴타운 사업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굳이 양 극단을 나눠서 표현하자면 '시장만능의 길'과 '공공성 중심의 길'이 그것이다. 시장만능주의 입장에서 보면 재개발이나 뉴타운사업은 우량주택에 대한 유효수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이며, 따라서 수익이 남는 중대형 위주로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원거주민은 오히려 많이 떠날수록 사업추진이 원활하며, 정부는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빠져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공공성 중심의 길에 서게 되면, 이 사업의 목적은 법률 취지 그대로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이다. 따라서 원거주민들의 재입주가 가능하도록 중소형으로 지어야 하며, 주민참여와 공공지원 강화가 핵심적인 사항이다.

이 둘을 조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새집도 공급하면서, 서민들의 공간도 지켜주는 방법 말이다. 그 방법은 지역성격이나 주민사정에 따른 '사업방식의 이원화'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노후된 지역에 경제적 약자가 거주할 경우,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공공지원형 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공공지원형 사업을 채택할 경우 공공지원을 대폭 늘려 주민부담을 최소화하지만, 중소형 건축과 공공임대주택 확대공급이 조건이다. 즉, 영세가옥주나 세입자 등의 재정착에 초점을 맞춘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반면 주택은 노후하나 기반시설이 잘 완비되고, 거주민의 경제상황이 비교적 양호할 경우, 현행과 같이 민간중심으로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도록 한다. 다만 민간이 시행하더라도 그간 제기된 영세서민 보호대책이나 투명화나 비리방지 대책은 강화함으로써 최소요건은 지켜질 수 있도록 한다.

더구나 현행 제도에서도 이원화는 가능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을 민간조합이 시행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이 원할 경우 공공기관과 공동시행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이미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공공이 시행할 경우라도 특별한 지원책이 없다는 점이다. "∼할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이 있기는 하나 실제 지원사례는 없다. 결국 공공지원사업과 민간주도사업을 구분하는 새로운 제도도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공지원이 되느냐 아니냐가 공공지원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능력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영세가옥주들이 밀집한 지역에 대해서는 공공정책(즉, 중소형 주택 및 임대주택 공급)에 부응하는 조건으로 획기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내가 못 살더라도 큰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도 알고 있고, 해답도 알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자문위원회가 내린 결론도 명확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모른 척 넘어가려 할까? 용산참사까지 겪고서도 근본적 모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 내년 지방자치 선거가 닥치면 또다시 욕망의 정치에 휩쓸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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