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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 민주당 몫 인권위원, 이렇게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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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 민주당 몫 인권위원, 이렇게 뽑자 [곽노현 칼럼] "밀실 추천 대신 공모를"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지 두 달만에 국가인권위는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업무행태를 조절하는 행정부 소속 인권위로 변질됐다. 권력을 향해 불편한 진실을 외치는 대신, 이른바 생활밀착형 인권 의제로 권력의 심기(心氣)경호를 자임하는 '알리바이 인권기구'로 전락했다.

"11명 가운데 7명, 인권위원에 기대 건다"

그래도 한줄기 위안과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무소속 독립 인권위의 정신과 원칙을 수호하려는 인권위원들이 아직까지 과반수라는 점이 그것이다. 현 위원장의 '인권위=행정부 소속'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비상 소집된 위원 간담회에 11인의 인권위원 중 무려 7인이 참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더욱이 10월 12일의 정례 전원회의에 상임위원 전원(3인)의 실명으로 일종의 위원장 탄핵 공개안건이 공식 제출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상임위원들의 결의가 단단한 게 대단히 고무적이다. 합의제기관의 본질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인권위의 지배구조상 상임위원 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는 위원장은 오래가지 못하게 돼 있다. 아니, 비상임위원들의 협력을 못 받아도 마찬가지다. 상임이건 비상임이건 위원들은 법적 권한과 책임에서 동등하고 모두 한 표의 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인권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과 열정에 따라 인권위의 결정과 인권의 향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인권위원 선임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인권위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요건과 지명기관에 대해 규정할 뿐 정작 중요한 지명절차나 검증절차에 대해선 함구한다. 이를테면 인권위원 자격요건을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규정하고 아무런 검증장치를 두지 않는 식이다. 현병철 위원장을 위시해서 그동안 몇 차례 불거졌던 인권위원 자질 시비는 그 당연한 결과다.

밀실에서 뽑아왔던 인권위원

▲ 국가인권위원회. ⓒ프레시안
지명권자에 대한 법규정은 복잡하다. 인권위법상 대통령은 위원장과 상임위원 1인 등 4인의 인권위원, 국회는 상임위원 2인 등 4인의 인권위원, 대법원장은 3인의 인권위원을 지명한다.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각1인씩 추천한 상임위원 2인과 비상임위원 2인을 본회의표결을 거쳐 지명한다. 여당추천후보가 국회표결에서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대법원장은 비상임만 3인을 지명한다.

이렇게 지명된 11인의 인권위원 중에 여성이 반드시 4인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지명기관 간에 여성위원 지명여부를 놓고 사전협의를 거치는 게 필수적이나 관련규정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여성위원 수를 잘 맞춰온 사실로 미뤄볼 때 최소한의 비공식적 협의과정은 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위원장을 위시한 11인의 인권위원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권위법은 위와 같이 지명기관별 위원할당제를 규정할 뿐 지명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지명기관은 지금까지 모든 인권위원을 밀실 인선했다. 대통령도, 국회도, 대법원장도 예외가 없었다. 그나마 국회 몫 인권위원은 여당과 야당의 추천을 받더라도 국회 본회의 의결이라는 최종통제장치가 있는 셈이지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인권위원 지명은 그것으로 실질적으로 끝이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국회 몫 인권위원이 아닌 이상 부적격인사의 인권위원 지명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국회 지명 인권위원도 먼저 여당과 야당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인권위원 추천은 인권단체와 외부전문가 등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뤄져왔다.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의 인권위원 선임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인권위원 지명권은 100% 밀실 행사돼 왔다.

열린우리당의 진일보, 그리고 한계

이런 비민주적인 선임방식은 인권위법 개정을 통해 하루바삐 바꿔야 마땅하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도 지명권자들이 좋은 관행을 만들어나가는 건 가능하다. 예컨대, 인권관계자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공개적으로 자격기준과 심사원칙을 정한 후 공모방식과 면접심사를 거쳐서 인권위원을 추천하면 된다.

인권위원 선정과정의 제도화는 집권당시절의 열린우리당이 초보적 수준에서나마 시도한 바 있다. 2006년 9월 여당 몫 추천권 행사 시 원내대표, 수석부대표, 법사위원장, 법사위간사위원, 당인권위원장 등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 운영한 전례가 그것이다. 추천위는 당시 두 차례 회의 끝에 대여섯 명의 후보 중 1인을 추천했다. 원내대표가 개인연고 인사를 추천하지 않고 당 차원의 공식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점에서 진일보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밀실인선이기는 매한가지다.

민주당 몫 인권위원, 모범적 인선으로 여당 압박해야

마침 열린우리당의 추천과 국회 지명을 거쳐 임명됐던 바로 그 비상임위원의 임기가 오는 10월 25일에 종료한다. 그 후임위원 추천은 열린우리당을 승계한 민주당의 몫이다. 야당 추천 인권위원은 다른 인권위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인권위원장과 사무총장의 여권 편향을 제어하는 독립성 수호역할이 특별히 주어진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정권과 보조를 맞출 때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투명하고 참여적인 모범적 인선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누구든지 수긍할 수 있는 인권활동경력은 물론 독립성 수호에 필요한 설득역량과 투쟁의지를 두루 갖춘 인권위원을 선임하여야 한다. 절차적으로는, 향후 인권위원을 지명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대법원장도 기존의 밀실인선관행을 버리고 벤치마킹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적 인선과정을 선보여야 한다.

"시민사회 중심 후보선정위 꾸리자"

새로운 인선과정의 핵심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후보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서 인권위원 공모/심사/검증과정을 주도하여 민주당 몫 인권위원 후보를 선정하는 것. 후보선정위에는 관련당직자 외에도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과반수 포함되어야 한다.

선임절차를 이렇게 바꿀 때 민주당은 인권위원 후보군을 대폭 확대하고 선정과정에서 시민사회, 특히 인권단체와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이중의 민주화 이점을 누리는 반면 잃는 건 전혀 없다. 인사권 행사를 사회화하고 민주화할 뿐 인사권 자체를 포기하고 상실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여야정당, 대법원장 등 지명권자가 연고권 안에서 입맛에 맞는 인권위원을 지명하는 현재의 밀실인선 관행이 지속되는 이상 인권위원이 지명권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인권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대통령 등 지명권자의 인사권 행사를 위와 같이 시민사회에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공모방식으로 민주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서 인권위원 지명과정의 탈(脫)국가 사회화는 인권위의 독립성 강화의 지름길이다. 민주당의 흔쾌하고 신속한 실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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