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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조도, 산별노조도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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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조도, 산별노조도 있으나마나 [13년 묵은 노조법, 어디로 가나?②] 3자 합의가 시행되면 벌어질 일들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지난 4일 '3자 합의' 이후 국회에서 마지막 줄다리기 중이다. 13년 동안 묶여 있던 두 제도를 떨어트린 합의안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 및 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프레시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 방향을 찾아보려고 한다. 6편의 글들은 3자의 합의안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관계법의 올바른 개정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편집자>

3자 합의는 형식에서도 내용에서도 명백한 '야합'이다

2009년 우리나라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현실은 어떠한가?

급속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진행과 전 세계적 경제위기 등으로 정규직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정리해고 등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야한다. 비정규직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이미 60%, 9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와 동시에 고용의 질은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율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포함해도 전체 노동자 대비 10%를 조금 넘는다. 즉 10명의 노동자 가운데 1명만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조직율은 더욱 형편이 없다. 특수고용노동자 조직율을 포함해 대략 전체노동자 대비 2%에도 못 미친다.

지난 4일 나온 '3자 야합'은 이런 상황을 놓고 봐야 한다. 중소영세 비정규직을 주로 조직하는 입장에서는 지난 4일 밤은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날이었다. 야합의 내용이란 것이 얼마나 형편없고 엉터리 같았으면 야합의 주체인 한국노총의 현장에서조차 엄청난 불만과 성토가 쏟아지는 '생난리'가 났겠는가!

이는 13년 동안 유예된 두 조항이 3자 야합으로 인해 원래의 취지와 내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후퇴했기 때문이다. 특히 6자회담이 종료된 직후 기습적으로, 민주노총은 배제한 채 이뤄진 야합이었다. 민주노총을 '왕따'시켰기에, 노사정 간 직접 대화도 볼 수 없다. 전체 정당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한 원내대화 측면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는 명백한 야합이다. 또 전임자 임금이라는 개별조직의 이해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인 복수노조를 정치적 거래대상으로 삼았다. 전임자임금 문제도 금지시키는 법을 존속하면서 '타임오프제' 방식으로 노조활동 전반을 사실상 사측의 허가제로 전락시켰다.

현행법에서도 중소영세노조의 전임자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3자 야합안을 토대로 한나라당의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그대로 올해 안에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복수노조 허용은 완전히 사문화 된다. 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되면서 '타임오프제' 방식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 전반이 위축될 것이다.

현행법 차원에서도 중소영세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지급해도 되는 현행법 아래에서도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전임자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세사업장의 경우는 사업장의 지급여력이 안되고 조직규모가 100인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사업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비정규직의 노조 결성은 현행법 아래서는 매우 제한적이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법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데, 비정규직 사업장은 대부분 정규직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규직노조가 있는 가운데 별도의 노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노사 교섭을 통해 정규직화 전환도 하고, 단체협약도 적용시켜준다면 굳이 따로 노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록 정규직노조가 규약 상으로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 직원을 가입 대상으로 해놓는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적용대상에서는 비정규직을 제외한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니까 비정규직은 노조 결성도 안되고 단체협약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소리 소문 없이 고통 받아야 한다. 물론 일부 모범적인 정규직노조와 산별노조가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배려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창구단일화? 비정규직노조는 '유명무실'해진다

▲ 지금까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해 활동을 해 왔지만, 이번 '3자 야합'에 기초한 한나라당의 노조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우리 노조의 비정규직지부는 멀지 않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문제 때문이다.ⓒ프레시안
현행법상 복수노조 결성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업장에 정규직 노조가 있을 경우 비정규직이 따로 노조 결성을 하려면 초기업별노조, 즉 산업별노조나 지역·일반노조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내가 있는 전국사무연대노조의 경우도 산별노조다. 우리 노조 산하에는 농협중앙회와 신용보증기금 등에 비정규직지부가 있다. 농협중앙회에는 우리 비정규지부를 포함해 노조가 3개다. 정규직노조가 2개, 비정규직노조가 1개 존재한다. 정규직노조 중에 가장 큰 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다.

그리고 신용보증기금의 경우는 우리 노조를 포함해 2개의 노조가 있다. 정규직노조는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산업별노동조합이다. 그러나 해당 농협중앙회지부와 신용보증기금지부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없이 우리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이들 정규직노조에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서 단체협약도 적용하고 정규직 전환 노력 등을 했다면 굳이 노조가 결성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해 활동을 해 왔지만, 이번 '3자 야합'에 기초한 한나라당의 노조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우리 노조의 비정규직지부는 멀지 않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문제 때문이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창구를 단일화하면 소수노조는 어떤 형태든 단체교섭권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 제37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다. 또한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하며, 노동3권의 법적 성질에서 자유권요소를 부정하며, 노동3권의 중심적 권리로서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비정규노조의 대부분이 소수이기 때문에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교섭권뿐만 아니라 '협약 체결권, 쟁의조정신청권, 쟁의찬반투표 회부권, 쟁의지도권' 등이 모두 다 다수노조에게 넘어간다. 소수노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대표의무제 있다고 하더라고 한마디로 법적강제가 없는 선언적 규정이라는 측면에서 비정규직노조는 있으나 마나한 노조가 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 한나라당 노조법 개악안 내용 중에 복수노조 교섭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해놓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산별교섭은 무력화 될 것이다. 교섭권이 무의미해지면 자연스럽게 산별노조의 힘도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피해는 전체 노동자에게…특히 중소영세업체 노동자에게

그렇다면 신규노조 설립은 활발해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열악한 노사관계 토양에서 신규노조는 설립할 당시 당연히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 신규노조가 교섭요구가 수용되기도 쉽지 않거니와, 사측은 신규노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더 많은 어용노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번 12월 4일 야합안을 바라보는 심정이 참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이렇게 많다. 전체 노동자들의 소중한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고 나아가 노동운동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의 피해는 전체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특히 누구보다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에게는 실날 같던 희망마저도 빼앗는 것이다.

복수노조는 원칙대로 창구단일화를 전제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와 헌법 정신을 반영해 조건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도 임금지급 금지를 전제로 한 '타임오프제' 등으로 노조활동을 제약하지 말고 노사자율 원칙을 재차 강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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