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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밥상을 꽃피우다
[살림이야기] 고로쇠물밥·풋마늘김치·미나리주꾸미무침
겨울은 끝이 없고 봄은 올 것 같지 않더니 어느 사이 바로 내 옆에 와 있는 걸 느낀다. 지나치며 만나는 나무들의 가지 끝에 촉촉하게 물이 오르는 것이 보인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거리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대지 곳곳에서 새싹들도 얼굴을 내민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겨울 동안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 웅크렸던 몸을 기지
봄기운이 톳톳 터진다
[살림이야기] 톳밥·톳국·냉이바지락무침
귀하디귀한 톳을 만난 날 강원 춘천의 오지 산골에서 나고 자란 내가 서울로 이사하기 전에 접해 본 해산물은 열 손가락으로 세어도 한참이 남을 만큼 극히 적었다. 몇 날을 밖에서 굴려도 상하지 않을 정도로 소금에 전 고등어자반과, 겨울에 반짝 만날 수 있는 양미리, 그리고 식구들 생일에 만나는 미역이나 김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아홉 끼 먹는 대보름 음식
[살림 이야기] 오곡밥·고사리나물·시금치나물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 말고 지리산의 농부들은 농한기인 춥고 긴 겨울 동안 쉬면서 여름내 농사로 혹사한 몸을 보하며 지낸다. 그러다가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슬슬 움직여 본격적으로 다음 농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달집태우기를 하려고 생소나무 가지를 꺾어다 달집을 만들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대보름날엔 달집 주변에 모여 떠오르는 달을 보며
겨울에는 늘 있는 식재료로 다양하게
[살림 이야기] 콩나물해장밥·소고기파국·무조림·호박범벅
새로이 한 해가 시작되었지만 이미 지난해에 시작된 겨울이 계속되고 있어서 새해라는 실감이 크게 나지 않는다. 지리산 뱀사골 골짜기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아 늘 노심초사하면서 지내야 한다. 봄이 와야 이제 뭔가 새로운 해가 시작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리산에 사는 나는 해가 바뀌는 일에 너무나 무감하다. 새해 첫날 떡국을 끓여 먹는 정도의 의식을 치른
개구리처럼 동면에 들지 않더라도…
[살림이야기] 현미밥·갓김치·굴김국·돼지고기더덕불고기
김장을 마치고 메주를 쑤어 처마 밑에 걸었다. 며칠 지나 동지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지리산의 한 해는 마감이 된다. '작은 설'이라고 하는 동지(冬至)까지 지나면 손가락으로나 꼽을, 며칠 남지 않은 달력의 숫자들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새 달력을 펼쳐 놓고 식구들 생일을 기록하고 제사를 챙겨 적는다. 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세어 본다. 3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 끼니라도 잘 챙기자
[살림이야기] 구기자호두밥·배추김치·간장꽃게찜·견과류제피무침
가을빛의 쓸쓸함을 견디게 하는 끼니 나락이 농부의 창고로 들어가면 황금빛 찬란하던 들판은 빛을 잃는다. 황량해진 들판을 바라보자니 같이 쓸쓸해져 옷이라도 여미게 된다. 산자락에 피었던 쑥부쟁이나 산국 들이 지고 단풍도 사라져 이제 정말 별수 없이 겨울이 코앞인 걸 실감한다.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대기는 더 건조해지고 사람들은 감기에 쉽게 노출된다. 이맘
건조한 찬바람에 뿌리부터 든든히
[살림이야기] 소고기우엉밥·미역된장국·표고버섯장아찌·도라지배청
넉넉하여 맛있는 10월 지리산의 산골 마을에도 10월에는 거두어들이는 것이 제법 많다. 집집의 곳간마다 넉넉하므로, 사람도 같이 넉넉해져 이웃과 나누는 것도 가장 많은 때다. 이때는 농사가 없는 우리 집에도 사람이 없는 시간에 농사하는 이웃들이 평상에 가져다 놓은 농산물이 자주 눈에 띈다. 농산물뿐 아니라 산에서 채취한 버섯이나 열매도 있어 더욱 풍요롭다.
가을맞이 '진액' 회복 음식
[살림이야기] 단호박고구마밥·조선호박된장찌개·노각무침·풋사과연근김치
바스락 가을이다 자연과 인체는 서로 응답하는 사이다. 계절의 변화는 인체의 생리와 병리 변화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므로, 건조한 가을이 되면 우리 몸은 같이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몸이 건조해지면 밖에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듯이 몸 안의 진액이 손상되어 피부가 거칠어진다거나 폐나 목, 코 등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가을에 먹는 음식은
여름엔 담백한 가지냉이국 딱!
[살림이야기] 치자밥·병어찜·토마토감자조림·가지냉국
여름 건강, 보양식만이 답은 아니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건강한 음식으로 먹는 삼계탕이 좀 지루해지는 8월이다. 더위에 지치다 못해 이제 한 달만 참으면 바람이 살랑거리는 선선한 가을이 올 것이라는 최면을 걸고 사는 때가 나에게는 8월이다. 이럴 땐 더위를 내리고 기운을 보충한다는 좀 식상한 음식과는 사뭇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럴 땐 알
'엄지 척' 여름 보양식
[살림이야기] 삼계반·가지조림·굵은멸치고추장무침·보리열무김치
여름철에 우리 몸은 밖의 열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그에 따라 한없이 축축 늘어져 일에 대한 의욕이 반감된다. 심해지면 가슴이 답답하며 몸에서 열이 나므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된다. 몸 밖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 몸 안은 열이 성해져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데, 이때 몸속의 양기도 같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며 그로 인해 몸 안의 진액이 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