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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1장에 100만 원? 맹자도 '장사치' 중앙대 혼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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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자보 1장에 100만 원? 맹자도 '장사치' 중앙대 혼낼 것" [현장] 중앙대 청소 노동자 파업 지지 '대자보 백일장' 열려
'어머니는 천막에서 떡을 썰고, 아들딸은 바닥에서 펜을 들다.'

조선의 명필가 한석봉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이러한 장면이 펼쳐진 곳은 서울시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근무 조건 개선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27일째를 맞은 11일, 천막 농성장에선 '대자보 백일장' 행사가 열렸다. 중앙대가 교내에서 집회를 열거나 대자보를 붙일 경우 '100만 원 벌금'을 부과할 방침을 밝히자, 중앙대 학생들로 이뤄진 모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인 '데모당'이 이에 대한 발랄한 저항으로 이 같은 이벤트를 벌인 것.

깃발이 나부끼는 천막 옆으로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들은 흰 종이를 넓게 펴고, 종이 끝에는 문진 대신 신발과 휴대폰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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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자보를 작성 중인 '대자보 백일장' 참가자. ⓒ프레시안(서어리)
                  이날 백일장 시제는 '중앙대 청소 노동자 투쟁 지지', '불통 중앙대 재단 규탄' 두 가지였다. 형식은 시, 산문, 그림 등 자유였다.

                  시제를 쓴 종이를 펼쳐 든 '데모당' 당수 이은탁(47) 씨는 "사상과 양심, 정의, 진리를 논하는 공간인 대학에서 중앙대와 두산 재단은 청소 노조 문제에 실고용자가 아니라며 치졸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백일장으로 고발하려 한다"고 행사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 이 자리에 왜 모이셨나요? 노래한다고 100만 원, 대자보 붙인다고 100만 원, 현수막 한 번 붙여도 100만 원을 내라고 합니다. 다들 주머니에 100만 원 씩 들고 오셨죠? 끝나고 갈 때 중앙대에 100원씩 놓고 갑시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안녕하세요"를 크게 외치고 작문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각기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대자보들을 선보였다. 가로세로 퍼즐 형식으로 중앙대의 부당 행태 항목을 조목조목 고발한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이육사 시인의 시 '광야'를 패러디한 참가자도 있었다.

                  "까마득한 날에 중앙이 처음 열리고 어데 노동자 함성소리 들렸으랴. (중략) 부끄런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재벌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중략) 지금 눈 나리고 노동자 함성 소리 아득하니 내 여기 연대의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의혈, 안녕들하십니까' 모임을 조직한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규백(24) 씨는 대자보에 "중앙대는 이번 청소 노동자 탄압 문제뿐 아니라 학과 구조조정·통폐합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것저것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완성했다.

                  행사에는 중앙대 학생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다른 대학 재학생들과 사회인 야구 리그 '진보 리그' 대표, 지역 주민 등도 참가했다.

                  '흑석동 동네 주민'으로 자신을 소개한 맹명숙(48) 씨는 자신의 대자보에 "흑석동 주민에게 중앙대는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며 "그런데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교훈이 지금은 땅에 떨어진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더 나아가 화가 난다"고 썼다.

                  ▲ '대자보 백일장' 참가자들의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참가자들의 거수로 선정된 이날의 장원은 맹자의 '역성혁명론' 내용을 패러디해 중앙대의 '장사치' 행태를 비판한 서울대 언어학과 김현우(20) 씨였다. 장원으로 선정된 김 씨에게는 '대자보를 더 많이 쓰라'는 의미로 대자보용 종이 100장과 펜이 수여됐다. 다음은 김 씨가 쓴 대자보 전문이다.

                  "孟子(맹자)가 중앙대 홍보실장을 만나되, 홍보실장 가로되 '그림자도 못 밟는 집안의 가장 같은 총장님을 학생들이 비아냥거리고, 학교의 품위를 떨어뜨린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맹자 가로되, '직접 고용 않는 일을 후려치기라 하고, 노동자의 파업과 발언을 방해하는 일을 노조 깨기라 한다. 후려치고 노조 깨는 이를 장사치라 부르니, 학생이 장사치를 비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스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김 씨는 "저는 국립 법인 학교에 다니지만, 국립이든 기업 법인이든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서 "교육을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가 비정규직 직원을 두고 부당 대우를 하는 이유는 학교 스스로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교육 상품으로 취급하는 기업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에게 "학교의 불통에 맞서 지금까지 버티고 싸워주셔서 정말 대단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대 학생들에게도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의 캐치프레이즈를 떠올린다면 옳은 건 우리 학생들이고 틀린 건 학교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응원했다.

                  ▲ '대자보 백일장' 참가자들에게 줄 음식을 준비하는 청소 노동자들. ⓒ프레시안(서어리)
                  중앙대 철학과 1학년 재학 중인 한대윤(19) 씨는 "대학 사회 전반에 상업화 등 문제가 있지만 특히 중앙대가 심각하다"면서 "다른 학교 분들도 왔는데, 대학생들이 연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여전히 천막을 지키며 파업 농성 중이던 청소 노동자들은 떡볶이와 어묵 등 음식을 준비해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참가자들에게 어묵국을 떠주던 이모(68) 씨는 "추운데도 여러 곳에서 와주시니 정말 힘이 나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막내딸이 중앙대 학생이라고 밝힌 이 씨는 "우리들이 있음으로써 학교가 깨끗해지고 학생들이 편하게 생활했는데, 학교에선 콧노래도 못 부르게 하고 의자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했다"며 "파업이 오래 지속되면서 투쟁이 쉽지 않지만, 여러분들의 힘을 받아서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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