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0월 27일 22시 00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스승이 외쳤다…"문제는 상상력의 빈곤이다"
중년을 넘어가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의 하나가 스승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은 것이다.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실망하는 일이 늘 반복됐다. 좋은 스승을 적시에 만나는 것은 인생의 과업이다. 스승 찾기를 멈춘 필자는 무턱대고 시중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이런 식의 읽기는 대부분 시간 낭비로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자 이정배의 책 <스승의 손사래>
김창훈 칼럼니스트
수능에 관한한 우리 모두는 공동정범이다
교육에 관한 한, 제한적으로 대학 입시에 관한 한, 좀 더 제한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관한 한 우리 모두는 공동정범이다. 최소한 방조범이다. 더 최소한 종범이다. 어떻게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핵심공약이자 후보간 대척점이 '역사교육전쟁'이 될 수 있는가.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미·일·중 네 나라의 대학생 각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이태원 유가족의 이야기에서 한강의 소설을 떠올리다
열다섯 살 중학생 '동호'는 친구 정대와 함께 사라진 정대 누나를 찾으러 다니다 별안간 총성을 들었다. 거리가 아수라장이 되자 동호는 정대의 손을 놓쳤고, 정대는 계엄군이 쏜 총에 쓰러져 죽었다. 동호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도 도망쳤다가 불 꺼진 정대의 집을 보고 뒤늦게 자책했다. 동호의 발걸음은 시민군이 모인 도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린 새' 한 마리
서어리 기자
"서구와 외교 정책 도구로 쓰인 우린 '입양 생존자' 입니다"
"미아가 목숨을 저버렸을 때 한국 시민 중 누구도 수의를 입고 거리에서 통곡하지 않았어. (중략) 통곡한 이들, 미아의 자살에 가슴이 찢어져 슬픔을 주체 못하고 무릎 꿇었던 이들은 입양 생존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김 톰슨, "입양인이 목숨을 던질 때 대한민국 사람은 아무도 통곡하지 않았어." 중에서) <자기 자신의 목격
전홍기혜 기자
북괴도 주체갱도 아닌 '북한'을 철학하기
얼마 전 철학자 김상봉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상봉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베트남에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되어 있고 해마다 베트남 공산당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다. 마오주의, 주체사상과 비견되는 독자적 철학사상을 제시한 적이 없는 베트남공산당이 자신들의 철학적 탐색을 김상봉 철학과의 조우를 통해 시도하는 듯하
"팔레스타인을 통해 비로소 조선 식민 지배 문제를 알게 됐다"
김효진 기자
"팔레스타인을 통해 저는 일본의 식민주의 문제를 만났습니다. 일본인 가정에서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까지 가서 역사 수업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만나면서 저는 처음으로 조선 식민지 지배의 문제, 재일교포의 문제, 오키나와의 문제, 아이누모시리(일본 홋카이도 선주민 '아이
장석 새 시집 <목탄 소묘집> 출간
박세열 기자
시인 장석의 새 시집 <목탄 소묘집>(도서출판 강)이 출간됐다. 장석 시인의 <목탄 소묘집>은 시가 '전주곡'이나 '소묘'인 채로 태어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상기한다. 하지만 그 전주곡은 거대한 교향곡과 풍경화의 세계와 항상 연결돼 있다. <목탄 소묘집> 연작은 나그네로 중부 유럽 다뉴브강을 따라간 짧은 여정의 노래다.
한국 여성, 금융에 포박당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스물이 갓 넘은 듯한 그녀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애매했다. 손님을 맞으려는 얼굴이 아니었다. 자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나를 보자 그녀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녀의 얼굴은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과 매춘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결단. 두 가지 감정 속에서 동요하고 있었다. 그녀의 어쩔 줄 몰라함이 나를
지식과 정보는 넘치나 지혜는 부족한 시대의 '진짜' 인문 여행기
중국의 루쉰을 통해 한국 사회에 종을 울려온, 저자 이욱연이 중국을 걷는다. 홀로 걷는다. 때론 홀로 마신다. "책은 홀로 중국을 걸은 사념의 발걸음을 기록한 것이다. 삶의 위대함과 찬란함을, 삶의 고단함과 비루함을 생각하면서 홀로 걸었다." "베이징의 겨울은 너무 춥다. 이런 겨울을 나려면 독한 술(이과두주)에 솬양러우(양고기 요리)를 먹어야 한다.
우크라·팔레스타인 전쟁에 오물풍선까지…'대혼란' 그 자체인 세계, 희망은 있나
이재호 기자
1999년 창립된 평화네트워크가 25주년을 맞아 한반도 안보 및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신간을 펴냈다. 14명의 전문가들이 '대혼란'으로 규정되는 현재의 여러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포용과 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 방법을 찾아봤다. 10일 1999년 창립된 평화 운동 단체 평화네트워크의 창립 25주년 기념 행사 및 출
프랑스인들의 '케첩 혐오'에는 문화적 이유가 있다?
곽재훈 기자
프랑스의 석학으로 꼽히는 경제학자·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쓴 <음식의 역사>는 저자의 전공을 잘 살려, 통시적 관점에서 음식과 음식문화를 다룬 책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마빈 해리스의 명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가 소 숭배, 돼지 혐오, 식인 등 현대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이상한 음식문화'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이라면, 이 책은
남한 여성 연구자와 북한 여성의 대화
오길영 충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민교협 2.0)는 2021년 11월부터 온/오프라인과 전국 순회 방식으로 역사, 문학, 과학기술, 젠더, 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선정해 북토크를 진행해 왔습니다. '민교협의 북토크'는 전문화라는 미명하에 갈수록 고립의 길을 걷고 있는 지식 세계를 공공의 공간으로 불러내고, 이를 통해 공동체 성원으로서 가져야
쇼펜하우어 대신 철학자 문성훈을 권한다
평생 우울증으로 시달렸다.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다. 의미도 전망도 없이 인생을 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주의에서 의미를 찾아보려고도 했다. 현실 사회주의가 홀딱 망해버렸다. 기독교에도 슬쩍 발을 내밀었다. 신학자 도미닉 크로산이 주도하는 '예수세미나'그룹을 통해 역사적 예수를 접하고 나서 예수란 오강남의 말대로 '보살 예수'임을 알았다. 보살 예수는
실패는 특권이다…특히 '옳은 실패'는 그렇다
'실패'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 전이다. 아마도 2008-9년 경일 것 같은데. '언젠가는 실패에 대한 책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읽고 모으고 초안을 잡기 시작한지가 2016년. 여러 차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친 끝에 2022년 여름에야 실패에 대한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제목은 <실패를 해
K-관광, 여성의 몸을 관광자원으로 선택하다
이명선 기자
어쩌다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내가 먹고 사고 즐긴 게 줄줄이 나온다. 배가 고파서 먹은 것도 있지만 배를 가득 채우고도 식탐(食貪)이 발동해 계산한 것도 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오늘 힘들었으니까'라는 셀프 보상 심리로 지출한 것도 있다. 때론 '유행이네. 다들 갖고 있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긁은' 것도 있다. 이처럼 현대인은 생존을 위한 상품
일상 속에 난무하는 폭력, 실체는 무엇인가
박아름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전임연구원
'열 가지 사나운 힘의 해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폭력개념연구>(서보혁 외, 2024)는 기분이 설레는 날 펼쳐보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해부'라니, 몇 년 전부터 개구리 해부도 금지됐는데. 하지만 차례에서 마주한 '공동체 폭력', '인도주의 폭력', '긍정성의 폭력'등 다소 낯선 개념의 폭력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 명의 저자는 '평화를
인문학, 지구공동체를 사유하다
여름 무더위를 겪으면서 두려워졌다. 올여름 무더위는 참기 힘들었다. 과학자들 말처럼 조만간 세상이 붕괴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답답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치는데 상황은 왜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일까? 파국이 보이는데도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위기가 뿌리 깊은 원인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문학과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책
몇 번 시도만의 성공인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늘 추천을 했다. 그때마다 구입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놓는 자리에 두곤 했지만 왠지 미루어졌다. 책은 다른 사람 손에 들려있곤 했다. 이번 여름 다시 구입했다. 이번엔 끝냈다. 낮은 수준의 소감은 이렇다. 그래서 다들 그토록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했던 모양이다. 책은 신과 인간의 영역을 넘나든다. 삶과 종교
'30년 공부', '90세 급제'…나라 망하게 한 조선의 '입시'
이대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달 발표한 입시 관련 보고서가 당시 제법 화제가 됐다. 국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시 문제를 다루니 이상했던 데다, 그 내용이 -비록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라손 쳐도- 제법 충격적이었다. 보고서의 골자는 대학 서열을 결정하는 요인의 75퍼센트가 부모의 재력이었고, 실제 공부에 관한 학생의 잠재력은 고작 8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서막 연 페트라르카의 < 칸초니에레> 첫 완역본 발간
단테와 더불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의 작품집 <칸초니에레>(김운찬 역, 아카넷)의 국내 최초 완역본이 나왔다. <칸초니에레>는 페트라르카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그가 평생에 걸쳐 쓴 서정시 모음집이다. 페트라르카가 자필로 쓴 원고에 적힌 제목은 '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