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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70만 원 세포 치료제, '뻥약'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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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 방에 70만 원 세포 치료제, '뻥약'이라면… [강양구의 바이오 와치] '케라힐-알로'를 고발한다
정부가 효과가 좋은 '신약'이라고 허가를 내주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지원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신약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더구나 엉터리 약일지도 모르는데도 해당 약을 출시한 기업이 상장될 줄 알고 투자자까지 나서는 상황이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 중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질병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질병이 바로 '화상'입니다. 화상은 평생 안고 가야 할 흉터를 남길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에는 상처의 감염으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상 환자에게는 피부 재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화상 환자의 피부 재생을 돕는 의약품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작년(2015년) 10월 16일 화상 환자의 피부 재생을 돕는 새로운 약을 허가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에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회의를 열어서 이 신약의 약값을 1회 1.5밀리리터 기준 69만8320원으로 정하고, 국민건강보험 적용도 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바이오 벤처 기업 바이오솔루션이 개발한 '케라힐-알로'입니다.

화상 환자 돕는 세포 치료제?


케라힐-알로는 세포 치료제입니다. 그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리 몸의 피부 세포는 끊임없이 대체됩니다. 그러니까 헌 세포는 죽어서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계속해서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런데 불길에 피부 세포가 파괴되면,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빠른 속도로 대신하기 어렵습니다.

케라힐-알로는 사람의 몸에서 유래한 피부 세포를 배양한 약입니다. 화상을 입은 피부에 케라힐-알로를 바르면, 약에 들어있는 세포에서 새로운 피부 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물질을 분비합니다. 그 환자의 피부가 화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케라힐-알로의 도움으로 피부가 빠른 속도로 재생하리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화상 환자의 피부 재생을 돕는 세포 치료제는 케라힐-알로가 최초는 아닙니다. 이미 2005년 3월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바이오 벤처 테고사이언스의 '칼로덤'이 병원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케라힐-알로까지 가세하면, 환자나 의사는 선택의 폭의 넓어지겠죠. 여기까지는 반가운 일입니다.

1회 1.5밀리리터에 약 70만 원짜리 약

최근 <프레시안>은 케라힐-알로와 관련된 몇 가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식약처가 2015년 10월 16일 케라힐-알로를 허가하면서 내놓은 <의약품 허가 보고서>와 그에 기반을 두고 지난 6월 16일 심평원에서 전문가를 포함한 18명의 위원이 진행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회의 자료와 회의록 등입니다. 그런데 이 자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병원에서 의사가 약을 처방하기 전에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부터 간단히 설명하죠. 식약처에서 새로운 약을 허가하면 심평원에서 약값을 잠정적으로 정하고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따집니다. 바로 이런 최종 평가가 이뤄지는 자리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입니다.

6월 16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18명의 위원은 10 대 8로 케라힐-알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정한 가격(1회 1.5밀리리터 기준 69만8320원)이 적정한지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심의하고 나서 고시가 되면, 이 약은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게 됩니다.

케라힐-알로를 제조, 판매하는 바이오 벤처 바이오솔루션은 내심 코스닥 상장도 꿈꾸고 있습니다.

영하 25도에서도 망가지지 않는 세포?


앞에서 언급했듯이, 케라힐-알로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얼른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보고서> 4쪽을 보면, '보관 및 취급 주의 사항'에서 이상한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제품은 반드시 –15 내지 –25도에서 냉동 보관하고, 사용하기 5~10분 전에 상온에서 녹여서 사용한다."

'세포' 치료제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서 치료 효과를 노리는 의약품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아셨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안에는 물이 차 있습니다. 물은 0도에서 업니다. 당연히 업체가 권장한 영하 15도 내지 25도에서는 세포가 꽁꽁 얼겠죠. 그러고 나서 상온에서 녹으면 그 세포가 온전하게 살아나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세포를 전공하는 과학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답합니다.

"그 온도(영하 15도 내지 25도)에서 세포를 얼렸다가 다시 녹이면 그 세포가 정상적으로 복원하기 어려워요. 얼었다 녹으면서 세포막이 파괴되고, 그 안의 유효 성분도 엉망이 됩니다. 당연히 애초 세포한테 기대했던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겠죠. 보통 세포는 영하 60~80도 미만으로 급속 냉동시킨 다음에 서서히 해동시켜야 정상적으로 복원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피부 재생을 돕는 세포 치료제로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칼로덤'은 유통 과정에서 영하 60도 이하에서 24개월까지 안정하게 보관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은 다른 세포 치료제도 대부분 "2도에서 8도" "2도에서 20도" "4도에서 20도" 정도의 온도에서 얼지 않게 보관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케라힐-알로만 독특한 것이죠.

그렇다면, 케라힐-알로는 세포 치료제이면서도 세포와 그 유효 성분이 망가진 다음에야 효과를 발휘하는 이상한 약인 셈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식약처가 이런 약의 허가를 내주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에서도 이런 이상한 대목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케라힐-알로, 정말 믿고 써도 되는 약인가요?

어쩌면 이 약은 '세포' 치료제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케라힐-알로의 식약처 <의약품 허가 보고서> 8쪽을 보면 또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케라힐-알로는 20도 이상에서는 젤화되는 점증제가 포함된 제품으로서, 이를 이용하여 손상된 피부 조직에 흐르지 않고 고르게 도포하여 바를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 따로 (…) 고정시킬 필요가 없음."

어려운 표현은 없습니다만 좀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20도 이상에서 피부 상처를 젤리처럼 감싸는 물질(젤화되는 점증제)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보고서의 9쪽 '첨가제의 종류' 항목에서는 "해당 없음"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점증제는 첨가제가 아니란 말인가요?)

<프레시안>의 취재 결과, 20도 이상에서 피부 상처를 젤리처럼 감싸는 물질은 독일의 화학 회사 바스프에서 제조한 '폴록사머407'이었습니다. 케라힐-알로에는 이 물질이 26%나 포함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폴록사머407의 정체를 확인하던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을 또 다시 발견했습니다.

폴록사머407의 특허 출원 자료를 보면, 이 물질 자체가 피부 궤양이나 화상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케라힐-알로의 화상 치료 효과가 피부 세포 탓인지, 폴록사머407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확인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일이 바로 대조 실험입니다.

예를 들어, 폴록사머407(26%)만 들어 있고 피부 세포는 빠져 있는 1.5밀리리터(대조군)와 케라힐-알로 1.5밀리리터(실험군)를 화상 상처에 똑같이 바른 다음에 효과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내용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과학 상식입니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시행된 실험은 엉뚱하기 짝이 없습니다. 화상 상처에 케라힐-알로가 없는 상처 보호용 실리콘 거즈(대조군)와 케라힐-알로가 있는 상처 보호용 실리콘 거즈(실험군)를 비교하고 나서 효과가 있음을 주장한 것이죠. 식약처는 이런 실험 결과를 아무런 이의 없이 인정해 허가했습니다. 물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전문가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고요.

이 실험대로라면, 케라힐-알로의 약효는 폴록사머407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피부 세포 탓인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영하 15도~25도로 얼렸다가 해동하는 과정에서 피부 세포가 망가졌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죠. 도대체 식약처는 왜 이런 중요한 대목을 놓쳤을까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정작 이렇게 중요한 폴록사머407에 대한 이야기가 이 약을 심사하는 약평위 회의 자료 어느 곳에서도 없습니다. 그날 회의에 참석한 18명의 위원은 정작 이런 첨가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심사했습니다. 그날 회의록을 보면 이 첨가물을 언급한 위원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설마, 심평원도 몰랐던 것일까요?

'바이오 거품'만 키우는 정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통과가 되고 나면, 그 이후의 절차는 형식적입니다. 즉, 지금 상태대로라면 케라힐-알로는 1.5밀리리터에 약 70만 원의 가격으로 화상 환자에게 처치가 됩니다. 또 그 비용은 전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되고요. 만약 이 약이 애초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없다면 화상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손해를 보는 것이죠.

'바이오 거품'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세포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특별한 실적이 없는 바이오 벤처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여름방학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이 주가 조작으로 기사회생한 바이오 벤처가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의 진원지라고 지목했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규제 당국의 좀 더 엄격한 관리 감독입니다. 하지만 케라힐-알로가 우리 옆에 성큼 다가설 때, 식약처나 심평원 같은 규제 기관이 얼마나 제대로 감독했는지 의문입니다. 자칫하면, 마치 10년 전의 황우석 사태처럼 '바이오 거품'이 터져서 환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케라힐-알로를 둘러싼 의문, 식약처와 심평원이 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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