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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치는 대구에서 끝낸다"…기적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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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 정치는 대구에서 끝낸다"…기적 일어날까? [4.11 총선 현장 ①] 대구 수성갑 김부겸
"경고(경북고)에 서울대학교 나왔다매. 인상도 좋고 씨언씨언하게 말도 잘하고 사람 참 개안더만. 인자 여기도 좀 안 바꿔봐야 안 되겠나? 그런 사람들이 표도 마이 받고 배지도 달아야 분위기가 좀 뒤비지지. 허수아비 가튼 놈들만 국회 보내봐야 머하겠노 말이다. 머? 내는 누구 찍을 거냐고? 아 우리야 사람 보고 찍나, 박근혜 보고 찍지. 우리야 마카 한나라당 아이가"

총선 후보 등록일 전날인 3월 21일, 대구에서 보고 들은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에 대한 민심이 딱 이랬다. 노무현이 부산에서 듣던 말의 다른 버전인 셈이다.

김부겸은 기자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듣고 "내 인자 딴 데 안 간다. 정치는 대구에서 끝이다. 앞으로 최소한 대선 두 번은 여서 치르겠다고 약속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부겸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한나라당 공천 끝나면 기사도 끝이었다"
▲ 김부겸 후보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김부겸은 출마에 대한 대구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상당한 효과도 벌써 드러나고 있었다. 대구 지역의 한 언론인은 "정치부 기자들이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야 총선 때도 (한나라당) 공천 끝나면 할 일도 없고 기사도 없었다"면서 "이제는 어쨌든 김부겸 덕에 기자들 할 일이 많아졌다. 12개 선거구 중에 새누리당 낙천 무소속 말고 야당 후보 나온 곳이 10군데나 된다"고 말했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단 두 곳에만 후보를 냈을 뿐이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대구의 유력지들도 새누리당 공천 후폭풍 소식 만큼이나 여야 경쟁구도를 비중 있게 싣고 있었다. 여야를 6대4로 맞춰주려 해도 김부겸 이름이 빠질 순 없는 일이다. "오만한 낙하산 공천, 돌려막기 공천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제는 대구 정치권에도 경쟁구도가 들어서야 한다", "(한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충청도를 배우자" 같은 이야기들이 신문 지면에 빼곡했다.

1958년생으로 오십대 중반에 들어선 김부겸을 향해 "억시기 젊데. 젊더라"고 평하는 소리도 들렸다. 김부겸의 경쟁자 이한구 의원이 13세 연상이긴 하다.

새누리당에 대한 염증, 반발도 상당했다. 한 택시기사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더라"면서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저 동네 갔다가 이 동네 오이 많이 바뀌었지"하고 비꼬았다.

다른 택시기사는 "누가 나오든 똑같다. 전부 정치만 하면 도둑놈들이다"면서 전날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내가 '몸통이다' 이 지랄 하는 놈이 없나. 웃긴다니까. 개판 돼뿌릿지"라고 혀를 찼다.

김부겸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새누리당에 대한 염증도 심했다. 그렇다면 혹시?

어떤 정치적 대화도 '박근혜'로 귀결되는 압도적 분위기

진보성향의 한 방송사 간부는 "김 의원이 얼마나 길게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몇 차례 '낙천 경력'을 쌓아서 "불쌍타. 이제 쟈도 한 번 해묵을 때 됐다"는 정서가 쌓여야 비(非)새누리당으로 당선될 수 있는 게 대구라는 이야기였다.

이 간부는 "사실 유시민 때문에 김부겸이 손해보는 게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도 김부겸도 금방 또 올라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수도권 차출설'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천을 받은 이한구 의원 쪽도 여유로와 보였다. 사무실도 단출했다. 이 의원 쪽은 "대선 쪽에서 민주통합당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그런 기대를 하고 열심히 하실 것 같다. 워낙 선거 노하우가 많으니 잘 하신다"고 '덕담'했다.

물론 "정치를 바꾼다고 경제가 살아나나.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 한 게 뭐가 있느냐"라고 가시를 박아놓는 것을 잊진 않았다. 이 의원 측은 꿈에도 패배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개판 돼뿌릿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왔데"라고 불만을 토로하던 택시 기사들의 발언은 같은 문구로 정리됐다. "그런데 우리가 사람보고 찍나, 당보고, 박근혜 보고 찍지"로.

게다가 민주당의 전반적 좌클릭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한미) FTA도 노무현이 시작했는데, 아니라고 하고, 제주해군기지도 노무현이 시작한 거다. 근데 야당 되니까 딴말 하고 말이지", "심지어 임수경이 같은, 우리가 말하면 쉽게 얘기해 뻘갱인데, 전부 반역자 아닙니까. 즈그 정부 할 때는 영웅이고 그러니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넣고. 나라 팔아먹을 작정인가. 이북에 주뿌릴 작정인가"라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이 있었다.

김부겸 칭찬이든, 민주당 욕이든, 이명박 대통령 비난이든, '이한구 뻣뻣하다'는 불만이든 모두 귀결점은 '박근혜'였다. "우야든 간에 박근혜가, 요번에는 안 되야긋나. 이명박이하고는 다르다."

한 사십대 남성은 "대구가 전부 새누리당이믄 다른 지역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에서 불리할지도 모르는데요. 김부겸 하나 정도는 붙여주는 게 어쩌면 박 위원장한테 득일지도 모른다"고 슬쩍 떠보니 "그기 그리 되는기가"라더니 이내 "에이 아니다"라고 웃어 넘겼다.

"비례 후보 정할 때 화장실도 못갔다"

그래도 김부겸은 활기찼고 긍정적이었다. 다만 '중앙' 이야기를 할 때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당 최고위원인 김부겸은 "FTA 문제는 보수 결집의 구실을 준 것이다. 연타로 터진 게 제주 강정마을 문제인데 이런 논쟁적 이슈가 나오면 원래 민주당을 싫어했던 사람들이 더 결집한다. 전략적 사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실정 때문에 잠잠해서 그렇지 새누리당을 다시 지지할, 민주당을 비판할 근거를 찾는 사람들이 "잘 만났다"할 이슈들이었다는 것이다. 김부겸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관련된 사안도 대구에서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에서 누가 지원 나오면 도움이 되겠나"고 물어보니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부겸은 "없네"라면서 "추미애 의원이 경북여고 출신인데 동문들한테 전화 좀 돌려달라 했다"고만 말했다. 한명숙 대표도, 문재인 후보도 대구 온다고 해서 김부겸 득표에 힘이 되지도 않겠다 싶긴 했다.

잡음이 많았던 공천 문제에 대해 김부겸은 "이제 선거 20일 가량 남았는데, 양당 모두 선대위 출범하고 본선 국면 들어가면 (그런 건)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부겸은 홍의락 전 경북도당 위원장이 전날 비례 20번에 배정된 것을 아이처럼 자랑했다. "일단 대구에도 우리 의원 하나 생겼다. 나 아니라도 일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례 순번 정하는 회의 때) 밤새도록 화장실을 못갔다. 잠깐 자리 비우면 (내가 미는 사람이) 뒤로 쭉 밀려있기 일쑤였다. 눈 부릅뜨고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부겸은 다른 최고위원 한 사람에 대해, 비례 명단에 언급되다 빠져버린 몇 사람에 대해 미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부겸은 최근 민주당의 하락세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애초부터에 저는 계속 '자숙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나한테 특별히 뭐가 있어서가 아니라 선거판에 오래 있어본 내 경험에 따르면 지금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40%가 나올 수가 없다. 항상 조심하고 '우리는 미래에 뭘 하겠다'는 것을 중심으로 끌고 가야 중간층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도취된 것이다. 거품 지지율이 10%가 있었다고 본다. 수도권에서 우리가 이긴다고 나오지, 신문에는 우리가 '1당이 된다'고 나오지, 그러다보니 까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같잖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예쁜 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미워서 밀어줬던 것 아닌가."

그러면서 김부겸은 "나는 내 정치를 여기에서 끝낸다. 내 인생을 여기에서 끝낸다는 말은 못하지만, 정치는 여기에서 끝낸다. 개인적으로 여기 대구에서 두 번의 대선은 이빨 깨물고 치를 것이다. 이번에 좋은 40대 후배들이 민주당 후보로 많이 나왔다. (두 번의 대선이 끝나면) 그 사람들도 다 많이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부겸의 동지이자 19년차 국회 보좌관인 이진수가 꽤 괜찮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줬다. 그래도 "영남에는 '야당에서 훌륭한 후보가 왔다. 당선 되면 좋겠다. 근데 나는 안 찍는다'는 사람들 많잖냐, 열심히 따라잡아도 박근혜 한 번 왔다가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라고 슬쩍 찔러봤다.

"대구 사람들 표현에 '절마 하나는 당선 시켜야제' 해놓고 '나는 안 찍어도 되겠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웃음) 누가 '투표장 가면 나도 마음이 어떻게 될지 몰라'라고 하길래 내가 그랬다. '참 편한 소리 하고 계신다. 대구 경북이 어떤 줄 아나. 전국적으로 고립돼 있다. 대구 경북의 선택 자체가 정치적으로 별로 중요한 의미가 없다. 정말 당신이 박근혜 위원장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전국적 보편성을 지닌 그런 선택을 해 줘야 하지 않나고 말한다. 열심히 해도 박근혜 위원장 한 번 왔다가면 까먹는 건, 그거야 어쩌겠나. 그냥 숙명처럼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그래도 새누리당 엘리트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김부겸은 "어딘들 경기가 좋냐만 대구에서 괜찮은 동네도 재래시장을 가 보면 앞에는 사람이 다녀도 이면도로엔 사람이 없다. 여기 사람들은 그런 것을 참고 살아왔다. 숙명처럼. 솔직히 대구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기회가 없었지, 다른 곳이라면 난리 났다. 대구 딸네들이 선 볼 (괜찮은 직장 가진) 청년들이 없다. 그러면 대구 사회를 움직이는 새누리당 엘리트들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고 딱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김부겸의 정치'를 정리하려고 왔다. 정당이 지역 구도 속에서 계속 고정되다 보니까, 대한민국의 보편성이 점점 없어진다. 어느 지역은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어느 지역에선 안 통한다. 이게 오래되고 고착화되니 점점와 문화가 이질화 된다. 심각하다. '사회적 보편성'이 사라진다. 이를테면 무상급식, 다른 곳은 다 하는데 대구 경북만 합의가 안 됐다. 이게 무섭다. 지역주의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김부겸의 둘째 딸 김지수는 윤세인이라는 예명의 탈렌트다. 최근 종영한 한 주말 연속극의 주연급 연기자였다. 김부겸은 "딸 덕 좀 본다. 이 친구가 여기 와서, 양팔 걷고 도와준다. 연예인스럽지않고 갑자기 벼락같이 뜬 신데렐라 스타일이 아니라서 덕 본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김부겸 사무실을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드나드는 손님들에게 모두 아는 척을 하던, 대구 낙선 경력은 누구한테 빠지지 않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우리 부겸이가, 우리 부겸이가"를 되뇌였다. 그는 "내가 칠십이 다 되가지고 머리가 이래 허얘가지고 미친 놈처럼 뛰 댕긴다. 우리 부겸이가 꼭 되야된다"고 반복해 말했다. 김부겸 사무실을 나설 때 경기도 포천, 충청도 제천, 경북 상주를 거쳐왔다는 손학규 전 대표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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