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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잉크도 마르기 전에..."...통합당 '이언주의 난'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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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잉크도 마르기 전에..."...통합당 '이언주의 난' 발발

부산 영도 전략공천설에 김무성·장제원 반발…TK는 면접심사 하루 연기

미래통합당이 총선 공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의 후보 선발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보수색이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 불출마가 3명에 그치면서 공천관리위가 연일 압박에 나섰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은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때아닌 '영도 전략공천' 논란으로 빛이 바랠 처지에 놓였다.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는 19일로 예정된 TK 지역 출마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불과 몇 시간 전에 연기했다. TK 면접심사는 이튿날인 20일로 재조정됐다. 당 안팎에서는 공천을 신청한 현역의원들에 대한 자진 불출마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 황교안 당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 등은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들을 치켜세우면서 추가적인 동참을 간접 촉구한 바 있다.

통합당 TK 의원들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현재 4선 유승민 의원과 초선 장석춘·정종섭 의원 3인뿐이다. 그나마도 유 의원은 보수통합 과정에서 '새로운보수당의 지분 등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어서 '공천 물갈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서울·인천·경기에 대한 리뷰(복기)를 하고 내일 오전까지 총괄 발표 사항을 만들어 보겠다"고 예고하면서 "심사만 계속하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TK 면접을 연기한 것은 수도권 경선지역 등을 발표하기 위한 정비 작업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라는 너스레다. 실제로 통합당은 전날 "오는 28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지역을 시작으로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공관위 명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TK 중진, 나아가 초·재선 의원들에게까지 불출마 의사를 타진하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날 불출마를 선언한 장석춘 의원도 김 위원장과 통화한 이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PK 지역에서 추가 불출마 선언이 나온 것도 TK 의원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동래가 지역구인 이진복 의원은 이날 "당이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공천을 할 수 있도록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당이 대통합을 통해 국민의 뜻에 부합했다고 보고, 지체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 개혁의 밑거름으로써 소임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옛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으로서 '현역 1/3 컷오프' 기준을 제시했던 점을 언급하며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총선기획단의 제안으로 인해 떠나는 것 아닌가' 싶어 못할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말하고 "저 또한 먼저 나가드리는 게 예의가 아닌가"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앞서 PK 지역에서는 이 의원 외에도 친박 중진들의 불출마가 잇따랐다. 통합당 출범일인 지난 17일 정갑윤(5선, 울산 중구), 유기준(4선, 부산 서구·동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계파를 불문하고 보면, PK 지역 통합당 의원 24명 가운데 김무성·김세연 의원 등 비박계 중진을 포함해 무려 10명이 불출마 대열에 섰다. 부산만 놓고 보면 무려 11명 중 7명이다.

다만 불출마라는 '희생'으로 기껏 인적 쇄신의 동력을 마련해 놓고도, 보수통합으로 합류한 이언주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 지역구 전략공천 문제로 인해 당에서는 잡음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울 강서갑 논란'을 상기시키는 면이 있다. 당내 비주류의 자리에 '극렬 지지층'을 대표하는 인사를 배치하려 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문제의 발단은 김형오 위원장이 지난 16일 부산 지역 일간지 <국제신문> 인터뷰에서 "이언주 의원은 부산에 바람을 일으킬 선수로 필요하다"며 "부산에 한 번도 출마한 적이 없는 이 의원에게 경선을 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이 발언은 이 의원을 전략공천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중구·영도는 옛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김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관위가 이 의원을 중구·영도에 전략공천한다면 지역 표심이 분열될 게 뻔하다"며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는데 경선 기회를 박탈하면 정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김 위원장 발언이 중구·영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통합이 잘 돼 상승 모드를 타고 있는 당에 파열음이 생기지 않도록 누구나 수긍할 만한 공천 방침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하고 "(전략공천은) 통합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번엔 이 의원이 발끈했다. 이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 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김 의원을 치받으며 "이것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퇴출당해야 할 구태의연한 행태"라고까지 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을 겨냥해 "보수진영의 분열을 일으키고 문재인 정권 창출에 큰 기여를 했다"거나 "지역 민심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이 민심에 대해 얘기하고 기득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께 통화에서 김형오 위원장이 '부산에서 이 의원이 바람몰이를 해야 하니 중구·영도 지역에 전략공천하겠다'며 제 의사를 확인했고, (나는) '기꺼이 열심히 해서 부산 지역을 석권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공천 논의는) 수도권에서 맴돌고 있다"며 "이 의원 공천 건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직 거기(부산 지역)까지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다만 '이 의원에게 전략공천을 시도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사실이다, 아니다 대답할 수 없다"고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부산 지역 의원들도 반발하고 나서면서 삽시간에 영도 문제는 통합당 공천의 불씨로 떠올랐다. '물갈이 모범지역'이던 PK, 그것도 부산이 갑자기 갈등 진원지가 된 셈이다. 보수통합이 성사된 지 불과 2~3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장제원 의원(재선, 부산 사상)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 의원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을 삼가라"며 "경기도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 수도권 한 석이 급한 마당에 경기도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있는 판에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그토록 오만한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이 의원이 보인 태도를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당에서 본인 지역구인 경기도 광명에서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할 것이냐"고 꼬집으며 "'이언주 바람'에 기댈 부산의 예비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런 바람, 불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의원의 '부산 차출론'에 대해서도 "본인이 부산에 그토록 오고 싶어하니 모양 갖춰드리는 것을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인가"라고 냉소적으로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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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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