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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 '복지', 여야 총선 공약 들여다보니…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여야 3당 '복지 공약' 빈약하고 부실하다
어느 선거보다 복지 의제가 부상할 것으로 기대됐던 2012년 총선이었다. 하지만 선거 이슈가 각 정당들의 공천 작업에 매몰되면서 오히려 어느 때보다 정책 논점이 사라진 선거가 돼가고 있다. 이제라도 정당별 공약을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각 정당들은 어떠한 복지공약을 제출했을까?

평가기준: 복지공약 수준, 실행방안의 구체성과 현실성

얼마 전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직접 복지국가를 체험할 수 있는 '복지체험 앱'을 출시했다. '복지체험 앱'에는 미래 복지급여로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총 13개 항목이 담겨 있다. 이 복지 급여들은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 급여이면서, 근래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어 제도화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이에 이 13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 정당들의 복지공약을 비교하고, 각 공약들이 얼마나 복지국가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지, 얼마나 구체성과 현실성을 지니고 있는 지를 평가해 보자.

아래 <표>는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복지공약에 대한 평가 결과이다. 복지 공약 항목이 보편적 복지국가 수준에 도달하면 '○' 점수를, 중간이면 '△', 반영하지 않으면 '×'를 부여했고, 이와 함께 복지공약 실행방안의 구체성과 현실성도 따져 보았다.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복지체험 앱 내용 비교 : ○ 반영, △ 부분 반영, X 미반영.




새누리당, 13개 복지 항목 중 2개만 합격

새누리당이 내놓은 복지공약은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맞춤형 복지'이다. 과연 공약집에는 실제로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을까?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요한 복지 항목들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우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표상품인 기초노령연금 인상이 총선 공약에서 사라졌다. 박위원장은 항상 어르신을 강조해 왔고, 지난 2007년 대선에서도 기초노령연금 인상(당시 20만원 약속)을 내걸었었다.

반값등록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총선 공약을 보면, "국가장학금을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재정 추가 투입해 등록금 부담 추가 완화"라는 애매모호한 내용이 전부이다. 대학생들이 원하고 있는 반값등록금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복지공약 중에서 '○' 점수를 받은 것은 무상보육과 공공임대주택 2개에 불과하다. 중간 수준인 '△' 점수를 받은 공약은 고교무상교육과 장애인연금 인상 등 2개인데, 고교무상교육은 '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단계적 추진' 단서가 있어 '△' 점수에 머물렀고, 장애인연금은 현행 9만원에서 5만원 정도 인상하는 수준이어서 '복지체험 앱'이 제안하는 23만원에는 크게 부족했다.

낙제점인 '×' 점수를 받은 항목은 무려 9개에 달했다. 아동수당,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저임노동자 사회보험료 지원, 기초노령연금 등 7개 항목은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고,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개선, 의료급여 확대 공약 등 2개 항목은 일부 개선 내용을 담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어서 '×' 점수를 주었다.

기존 복지체제로 원위치한 '맞춤형 잔여복지'

새누리당 복지재원 공약은 복지공약이 빈약한 만큼 간소하다. 새누리당이 밝힌 향후 5년간 복지공약 재정 규모는 75조원으로 연 평균 15조원이다. 15조원은 우리나라 GDP의 약 1% 규모의 금액이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 복지재정은 GDP 약 9%로 추정된다. OECD 평균 19%에 비해 10% 포인트 부족하다.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은 향후 5년 임기내 복지지출 비중을 지금보다 고작 1% 올려 10%에 이르자는 제안이다.

정리하면, 새누리당 복지공약은 지금까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강조해 온 '복지국가' 이미지와 달리, '맞춤형 잔여복지'로 귀결되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아버지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셨지만, 경제성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며 복지국가를 자신의 역사적 과제로 선언했었다. 이번 총선 공약을 보면 박 위원장은 더 이상 '복지국가'를 언급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 재원계산 부실한 '과장된 보편복지'

민주통합당의 최종 공약집을 보면 화려하다.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다룰 수 있는 종합보고서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것이 실제 차기 정권에서 추진할 항목이고 어떤 것이 미래 바람을 적어 놓은 것인지를 구분하는 추가 작업이 요청된다.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은 13개 항목 중 보육, 급식,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구직촉진수당, 공공임대주택, 무상의료,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등 9개를 충족하고 있다고 보인다. 나머지 4개 항목 중 실업급여와 기초생활보장 부양자의무 폐지는 부분적으로 '복지체험 앱'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어 '△' 점수를 부여했다. 한편 아동수당과 사회보험료 지원은 공약집에는 원론적 수준에서 명시돼 있으나 실질적 공약으로 간주하지 않고 '×' 점수를 주었다(아동수당은 예산추계가 없고 전체 소요재원에도 명시돼 있지 않으며, 시설 미이용 아동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 도입 공약에 뒤따라 상징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도 확대한다는 단순 문구만 있을 뿐 지원대상이나 재원규모에 대한 내용이 없어 공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복지공약을 실현하는데 소요되는 재정규모로 연평균 32조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연 15조원에 비해 2배 많은 복지공약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지 공약을 32조원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이 총선에 내놓은 공약 수치들은 작년 8월에 민주당이 발표한 '3+1' 보고서의 내용에 토대를 두고 있다. 당시에도 보편복지 재원 규모가 과소추계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는데도 아무런 보완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프레시안 2011. 9. 6 "증세없는 33조?, 계산이 틀렸다").

무상의료의 경우 연평균 8조원으로 가능하다는데, 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조원 이상 과소추계된 금액이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에도 현행 보다 2배 올리고 지급 대상도 노인의 70%에서 8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소요재원은 현행 중앙정부 부담액인 2.9조원으로 책정했다. 노인의 절대 수가 늘어나고, 그 대상도 80%로 확대되고, 지방재정 추가 분까지 감안하면 추가로 5조원이 필요한데도 2.9조원으로 설정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복지개혁, 재정개혁, 조세개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데, 이 중 조세개혁 몫이 연 25조원이다. 이는 차기정부 마지막해인 2017년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수준인 21.6%로 지금보다 약 2% 포인트 올리자는 제안이다. 과연 보편복지 민심이 부상한 지금, 조세부담률 목표를 참여정부 때로 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OECD 평균 25%).

민주통합당이 밝힌 조세개혁 방안도 명확치 않다. 예를 들어,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연 8조원을 마련하겠다는데,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2012년 국세수입의 14.4%에 달하는 비과세 감면액을 2017년에는 2007년 수준인 12.5%로 줄인다는 원칙만 강조돼 있다.

정리하면, 민주통합당의 복지 공약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주창하지만 재정추계가 과소하고 재정확보방안도 구체적이지 못해 '과장된 보편복지'로 평가된다. 민주통합당이 보편 복지를 약속하면서도 재원추계 규모를 작게 잡은 이유는 재원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집권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민들에게 약속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의 엄중한 검증작업을 두려워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실행가능성 부족한 '원칙적 보편 복지'

진보정당들은 보편복지 공약의 원조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총선 복지공약에서도 진보정당들의 내용이 가장 강력한데, 특히 진보신당은 복지지출을 위해 연 71조원의 추가 재원 마련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는 통합진보당의 복지공약을 살펴보자.

통합진보당의 복지공약은 위 13개 항목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공약은 요구 수준뿐만 아니라 실행방안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지녀야 한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복지공약을 구현하기 위해 총 55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복지 항목별 재정추계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의료의 경우 국민들의 관심이 큰 대표 복지공약임에도 전체 소요 규모와 재원방안이 나와 있지 않다. 건강보험료에 누진률을 도입한다고할 뿐 구체적 내용이 없고, 현행 20%인 국고지원액도 공약집 총괄 정리에선 30%로 상향한다고 하고, 분야별 해설자료에선 40%로 올린다고 엇갈린 내용이 담겨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에도 재정 총괄에선 소요 재정을 6조원으로 명시했으나, 기초노령연금 분야 공약에선 민주통합당과 동일하게 2.9조원만 제시하고 있다. (역시 노인 절대 수 확대, 대상 80% 확대, 지방재정 추가 액 등을 계산에서 누락). 복지공약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체 공약집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증세를 추진한다. 통합진보당은 부자증세, 재벌증세 원칙에 따라 소득세, 법인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연 39조원을 증세한다. 여기에 현행 조세체계 외부에 존재하는 파생상품과세, 간이과세 정비, 지하경제 발굴 등에서 연 24조원을 추가해 총 연 63조원 이상을 더 거둘 계획이다. 이는 GDP 약 5%에 근접하는 금액으로 이것이 실현되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수치로만 보면 전향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 증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하여선 여전히 원칙 천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비과세감면 축소의 경우 목표를 국세수입의 10%라고 명시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감면항목을 손볼지 내용이 없다. 나아가 파생상품 과세 10조원, 지하경제 발굴 10조원 등의 공약도 과세인프라가 미약한 현실에서 실제 세수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리하면, 통합진보당은 복지 원조 정당답게 강력한 보편복지 공약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재원방안의 현실성이 부족해 '원칙적 보편 복지'에 머무르고 있다.

보편복지세력, 구체성과 현실성 지닌 복지공약 내놓아야

지금까지 세 당의 복지공약을 살펴보았다. 복지공약 수위로 보면, 새누리당의 공약은 '맞춤형'이라고 포장했지만 '잔여 복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빈약한 복지 공약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보편복지 민심과 소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강한 보편복지 공약을 담고 있지만, 실행방안에서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2010년부터 보편복지 요구가 부상하고 복지재정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었음에도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진행된 보편복지 논의가 정책적으로는 생산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보편복지세력이 이번 총선 공약과 같은 안이한 방식으로는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제기할 '재정건전성' 혹은 '복지포퓰리즘'을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구체성과 현실성을 지닌 복지공약 생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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