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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의 뇌관, '오픈프라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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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경선의 뇌관, '오픈프라이머리' 유-불리, 본선경쟁력, 뉴라이트, 승복여부까지 얽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일 앞 다퉈 당내 대선후보 경선출마 의사를 기자들에게 직접 밝힘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전의 신호탄이 올랐다.

아직 주목할 만한 대권 주자군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대선 후보군 논의를 일단 정기국회 이후, 나아가 내년 봄 정도로 최대한 미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을 15개월 가량 남겨둔 현 시점은 이른 감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공식적으로 당내 경선 출마 선언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얼떨결에 "나도"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 본인의 발언이 나온 이상 한나라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예선전'의 최대 관건은 '게임의 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당 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대리전격인 지난 전당대회 결과가 남긴 교훈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가운데 누가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열쇠 중의 하나로 보인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명박 시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당내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 대표는 현재 짜여 있는 경선 방식(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참여인단 30%, 여론조사 20%)에 따라 경선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는 두 사람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던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 전 시장 측의 대리인 격이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측의 대리인 격이었던 강재섭 대표를 여론조사에서는 눌렀지만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뒤져 결국 고배를 마셨던 것. 게다가 소장파 단일 후보인 권영세 의원의 참패가 겹쳐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이대로 가면 필패구도"라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이는 결국 노무현-이명박 연대설, 경선 불복설 등 갖가지 설(說)들을 낳았다.

이런 와중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에서 외부 인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100%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자 한나라당 내 소장파와 친 이명박 세력들이 일제히 "우리도"라고 화답하고 나섰던 것.

기름에 불 부은 강재섭 발언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가 지난 달 <한나라 포럼>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여당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시장바닥도 아니고 아무나 대선 후보를 뽑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선긋기를 시도했지만 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논쟁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홍준표, 남경필 의원 등이 일제히 강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고, 김용갑 의원은 오히려 이들을 가리켜 '된장 정치인'이라고 직설적 비판을 가하는 등 난타전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서로 '수첩공주' '노가다'라고 비난전을 펼치던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온라인 팬클럽 들이 "이대로 가면 공멸이니 선전을 펼치자"며 신사협정을 맺은 모습을 무색케 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싼 친박-친이 진영의 최근 논란이 두 사람의 조기 경선출마선언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나란히 경선출마 선언에 나선 이날 두 사람은 그간 자신의 지지층들이 노출한 입장을 그대로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원칙이나 룰이 정해졌으면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치열한 논쟁 끝에 정해진 지금의 룰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 전 시장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는) 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떠나서 당이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말인 셈이다.

오픈프라이머리 찬성파인 남경필 의원은 최근 "지난 대선에서 저쪽의 국민경선을 우습게 보다가 결국 패배했는데 그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본선 승리를 위해선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고 오픈프라이머리가 그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오픈프라이머리의 파괴력은 얼마든지 확장 가능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싼 신경전은 그 제도 자체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선관리' 및 결과 승복을 둘러싼 논란이 대통령선거 전선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을 만큼 그 잠재력이 크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당대회 당시부터 박심(朴心) 논란에 휩싸였던 강재섭 대표가 당선 이후 "공정한 경선관리"를 반복해 강조했지만 당내의 의구심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었다. 이런 와중에 강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을 들고 나오자 이 전 시장 측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강 대표는 그 이후 이에 대한 발언 자체를 삼갔지만 좀처럼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과 더불어 "어떤 후보든 경선에 참여한다면 (승복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다짐했다. 이렇듯 경선에 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공정성 시비, 경선 불복'의 뇌관이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의 와중에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나라당 상황이다.

게다가 뉴라이트시민연합 등 정권교체라는 단일 목표 아래 한나라당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우파 진영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예비군도 상당히 포함돼 있는 이들로서는 본선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이 제도의 도입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결국 최후의 순간까지 이 전 시장이 뛰쳐나갈 수 있는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발목을 잡되 당내 우위를 바탕으로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박 전 대표 진영과 본선경쟁력을 바탕으로 판을 흔들어 후보 티켓을 따내겠다는 이 전 시장 진영의 동상이몽이 여권 발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으로 인해 조기에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조기 과열 형국… 본선에 도움 될까?

이같은 신경전으로 한나라당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현 상황이 본선 경쟁력에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지지율의 상당부분은 여권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이라는 사실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듯 한나라당 내 이전투구는 여권 혹은 제 3세력의 반사이익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이 유럽을 방문한다, 지역을 순회한다며 애를 쓰고 있지만그들이 내놓고 있는 컨텐츠는 기존의 그것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독일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구체적 내용 없이 "작은 정부-큰 시장의 경제를 지향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는가 하면 "40여 년 전 아버지의 눈물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기존 틀을 좀처럼 확장시키지 못했다.

이 전 시장 역시 경부 내륙운하 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전 시장의 고향인 경북에서도 반응은 그리 뜨거워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이를 두고 "운하가 과연 필요한지 좀 더 조사하고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은근히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양대 진영의 신경전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측은 "우리는 100일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며 '우리 갈길을 간다'는 입장이지만 손 전 지사 측으로서는 양측의 이전투구가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마의 5%벽은 돌파했지만 아직 두 사람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손 전 지사 측에선 아무래도 '비상한 상황'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경선 출마선언을 동시에 했지만 2일 귀국하는 박 전 대표나 고향인 포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시장은 이번 추석연휴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양 진영은 "가족들과 조용히 보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선전포고' 이후 1주일 간의 숨고르기 기간을 두 사람이 어떻게 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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