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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김용준 낙마로 '휘청'…'고소영 사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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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김용준 낙마로 '휘청'…'고소영 사태' 반복되나

'보안' 집착하다 '검증' 놓쳐…조각에도 시일 걸릴 듯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29일 자신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 취임식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한 인사 검증으로 '총리 지명'이라는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장관 인선 등 조각 작업도 스텝이 꼬이게 됐다.

첫 단추 잘못 끼운 '박근혜 인사'…새 정부 조각에도 '빨간 불'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새 총리 후보를 다시 찾아 남은 내각을 구성하는 일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 지명자로부터 3배수의 장관 후보자를 제청받아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인선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 총리 후보를 찾는 일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 조각 작업은 더욱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달 4일까지는 경제부총리 및 장관 등 국무위원 지명을 끝내야 한다.

여기에 박 당선인이 그간 '책임총리제'를 공약해온 만큼, 형식적으로라도 총리 후보자의 제청을 받는 모양새를 갖추려면 새 총리 인선이 시급하다.

▲ 지난 24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헌정사상 최초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가 발탁 닷새 만에 낙마하면서, 새 정부의 출범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인수위원회도 예기치 못한 김 지명자의 사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결정되는대로 밝히겠다"고만 설명했다.

더군다나 김 지명자의 낙마로 '철통 보안'을 앞세운 박 당선인의 '밀봉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후보자를 찾더라도 도덕성 검증 등을 거쳐 발표하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꼼꼼한 내부 검증 절차없이 섣불리 발표한다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용준 지명자에 이어 줄줄이 '인사 파문'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일정도 차질 불가피

가뜩이나 '늦장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권 인수 작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김 지명자가 부동산 투기 및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에서 사퇴한 만큼, 현재 겸하고 있는 인수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수위는 이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권 역시 김 지명자에게 인수위원장 추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김 지명자가 위원장직을 사퇴하더라도 당장 새 인수위원장을 인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수위는 진영 부위원장이 실질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朴 당선인, 남은 과제는?…'보안'보다 '검증'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라, 향후 정권 출범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지명자의 총리 인준은 새 정부의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평가할 시험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사회적 약자 배려'를 반영한 인선이라는 박 당선인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검증으로 인해 정권 출범 전부터 '첫 초대 총리 낙마'라는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

김 지명자의 사퇴가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가 빚은 실패의 결정판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박 당선인은 주로 삼성동 자택 인근에서 측근 보좌진 그룹 3~4명과만 인선 작업을 논의한 뒤, 공개 검증없이 최종 결정을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물론 당선인 핵심 측근들조차도 인사와 관련해선 하나같이 "나는 모른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인사 관련 내용이 미리 언론에 새어나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 탓이다.

지난 총선 전 공천심사위원 인선 발표를 앞두고 박 당선인이 "지난 번에는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불쾌감을 표한 일화는 이미 박 당선인의 '보안 인사'를 상징하는 말처럼 되어 버렸다.

'보안'을 앞세우다 보니 '검증'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 총리 낙마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대선 이후 박 당선인이 임명한 윤창중 대변인, 윤상규·하지원 청년특별위원, 김용준 지명자는 줄줄이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협의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경우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비면서 사실상 낙마한 상태다.

당내에서도 김용준 지명자에 대한 부실 검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병역과 부동산은 인사 검증의 매뉴얼 중의 매뉴얼인데, 그런 기초적인 것도 확인을 못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선 정부 출범 초기에 필요한 '동력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 '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각 인선에 철저히 실패해 정권 초반부터 민심을 잃은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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