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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후분양제 확대도입 의지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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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는 후분양제 확대도입 의지 갖고 있나? [기자의 눈] 후분양제 로드맵과 상충되는 11.15 대책
20일 건설교통부는 "11.15 대책에서 밝힌 '공급확대 로드맵'에 기존의 '후분양제 로드맵'이 반영됐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공부문의 주택공급 부분에는 후분양제 로드맵이 고려됐지만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부분에는 그것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놨다. 민간부문의 경우는 후분양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이같은 설명은 정부가 친 소비자적인 주택시장 조성을 위해 2003년부터 3단계로 나눠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확대 도입하겠다던 기존의 정책을 실천할 의지를 과연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했다. 후분양제 확대를 공언하면서도 향후 주택 공급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후분양제'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대체 후분양제는 무엇이길래 정부가 확대도입을 공언하면서도 정작 그 실천에는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반면 시민단체는 무슨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걸까? 이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2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논란부터 살펴봐야 한다.
  
  원가공개 요구에 대한 오해…아파트와 휴대폰이 다른 이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한 최대 반론은 "열배 남는 장사도 있다"는 논리다. 어떤 상품이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지 원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논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우면서 유명세를 탔다.
  
  11.15 부동산 대책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분양원가 공개 등 분양가 규제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핵심이 빠진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내놓자 일부 네티즌들이 노 대통령의 논리와 비슷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아파트도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 상품인데 그 원가 내역을 밝히라는 시민단체쪽 주장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모든 상품에 대해 평범한 소비자들은 굳이 원가를 따지지 않는다. 더구나 원가를 따져가며 생산자가 '폭리'를 취했다고 항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생산자들이 원가를 언급하며 '얼마 못 남겼다'고 울상 짓는 장면이 더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얼핏 설득력이 있는 듯하지만 아파트를 일반 상품과 동일선 상에 놓는다는 점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상품은 완성품을 요모조모 따져본 다음에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아파트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절차나 기회가 전무하다.
  
  아파트 구입 절차를 보자. 신문광고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은 아파트 분양 공고를 본다. 그 다음에는 건설사가 만든 모델하우스를 보고 청약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청약에 당첨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하고, 최소 2년 정도 뒤에야 마침내 아파트에 입주한다. 이같은 과정을 전문용어로 '선분양제'라고 부른다.
  
  시민단체는 이 제도를 두고 "건설사에게만 이익이 되는 특혜"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공급자 중심 주택시장 제도"라고 말한다. 건설사는 자기 자본이 없더라도 분양계약자가 낸 돈으로 아파트를 짓고, 그 대가로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공개 주장은 바로 이런 특별한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선분양제이라는 '특혜'를 건설사들이 누리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건설사들의 원가 부풀리기에 따른 고분양가가 원가 공개 요구를 폭발시키는 직접적인 뇌관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선분양제라는 제도 아래에서 아파트가 일반 상품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후분양제, 소비자 친화적인 주택공급 제도
  
  한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한사코 분양원가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후분양제를 "조기에 도입하라"는 요구가 커졌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도로, 아파트도 일반 상품처럼 다 만든 뒤에 시장에 내놓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원가 공개가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경실련의 김헌동 본부장은 "후분양제가 되면 아파트도 일반 상품처럼 원가 공개를 할 필요가 없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놔두면 된다"고 말한다.
  
  후분양제는 아파트의 원가 공개 요구의 필요성을 없앨 뿐 아니라 아파트 소비자가 직접 완성품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제도'로 불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모델 하우스나 설계도만 보고 분양받았다가 완성품 보고 낭패를 겪을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보다 주택 관련 산업이나 제도가 더 발달한 서구 나라들에서는 선분양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대부분 후분양제를 운용하고 있다. 아파트가 특수 상품이 아니라 일반 상품의 지위를 획득하는 순간은 후분양제가 일반화될 때부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후분양제에 대한 정부의 속내는?
  
  이처럼 후분양제의 이점을 정부도 알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04년에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후분양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내년 초에는 이 로드맵 중 '활성화 단계'라고 이름 붙은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된다. 2012년부터는 세 번째 단계인 '정착 단계'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2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후분양제가 되면 친 소비자적인 주택시장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선분양제 하에서 나타나는 청약과열 사태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며 "후분양제 도입 확대를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건교부의 이같은 공식 방침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단계적 확대 방안' 자체도 후분양제 도입을 늦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급기야 정부가 '선분양제'를 끝까지 놓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런 의심은 '후분양제'에 대해 정부가 공식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자주 내 왔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 뉴타운에 건설될 모든 아파트에 대해 80% 공사완료 후 분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한 건교부의 반응이었다.
  
  당시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80%의 공정률을 달성한 후 주택을 분양할 경우 향후 1~2년 간 서울에서 주택공급 물량은 사라질 것"이라며 "후분양에 따른 비용 증가분의 분양가 전가, 초기 사업비 증가로 인한 건설업체의 분양사업 참여 저조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건교부의 반응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시장의 발표에 대해 "주택정책을 10년 앞당긴 정책"이라며 높게 평가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후분양제의 조기 도입 요구에 대해 '주택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논리로 번번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이런 모호한 정부의 태도가 바로 11.15 부동산 대책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11.15 대책의 핵심 중 하나였던 '주택공급 로드맵'에는 주택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택지에서 민간업체가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후분양제 도입이라는 변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업체는 후분양제에 동참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정부가 '후분양제 활성화 시기'라고까지 스스로 못 박은 기간 동안 이뤄질 주택공급 물량을 예측하면서 민간업체가 후분양제에 동참하는 수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부가 이 제도 도입에 대해 얼마만큼의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정부는 후분양제를 적극적으로 확대 도입할 의사와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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