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80% 증가가 예측되기 때문에 정부가 내세우는 핵발전소 설비 비중 29% '감축'에도 불구하고 현재 건설, 계획 중인 11기 핵발전소 이외에도 6~8개의 핵발전소가 추가 건설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물론, 이날 정부는 정확히 몇 기의 핵발전소가 추가 건설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7차 전력 수급 계획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하며 명확한 답변을 한 바는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발표한 수요 예측 전망과 핵 발전 설비 비중을 토대로 에너지정의연대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7기가 더 추가 건설 되어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현재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는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물론, 신규 부지에서의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미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거론되는 삼척에서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 투표 실시를 놓고 논란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증축되는 핵발전소로 인해 늘어나는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 역시 공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증축을 전제로 하여 앞으로 논의될,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은 그 규모로 인해 부지 확정이 용이할 것인지, 후쿠시마 이후로 방사능 위험에 더욱 민감해진 시민들과 부지에 대한 합의가 과연 가능할지도 회의적이다. 이런 사회적 갈등은 이미 핵발전소 폐로 비용, 사고 대책 비용 등으로 석탄 발전이나 가스 발전, 심지어 풍력 발전에 비해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핵 발전의 경제성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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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단 없이 계속되어 온 핵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치렀던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많았던가. 안면도에서 시작된 방사선 폐기물 반대 운동부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이르기까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은 핵 발전에 대해 다시 성찰하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이런 학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술 관성과 경제 합리화의 논리, 그리고 거대해진 핵 산업계의 압박 하에서 환경 불평등과 공동체의 해체를 강화하는 핵 발전 체제를 언제까지 고수하려는 것일까.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변화는 정부가 고수하는 핵 발전 체제에 대한 대안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 네트워크 REN21은 2013년 보고서에서 2012년 말 기준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는 세계 발전 용량의 26%를 차지하며 전 세계 전력의 21.7%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 2012년 말 풍력, 태양광 및 바이오매스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원 전기 총량이 23.5%에 달하며 16%인 핵 발전 전기량을 넘어섰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풍력 연구소에서 독일 연방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콤비발전소(Kombikraftwerk)' 프로젝트 중간 결과에 따르면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설비들만으로도 수요 변동에 맞추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 가스 발전소와 바이오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의 결합으로 전력 안정성을 해치는 주파수 조정과 전압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 재생 가능 에너지의 기술적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이제부터라도 에너지 공급 체제를 조금씩 재생 가능 에너지로 이동해가는 것을 전향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 분산의 특징과 생산과 소비가 일치할 수 있다는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의 특징이 핵 발전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을 에너지 정책 관계자들이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3년 독일 뤼네부르크 로이파나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에 개인 투자로 설치된 용량이 46.6%에 이르고 RWE 등 대형 에너지 공급사들의 설비 용량은 12.5%에 머물렀다고 한다.
독일 협동조합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에너지 협동조합 회원이 2013년 현재 12만5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이 태양광 설치 등에 평균 150만 원에서 750만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한다. 즉, 이들은 거주 구역 학교 지붕 위에 혹은 인근 농가에 소형 풍력, 태양광, 바이오 가스 설비들에 공동 투자하는 개인들이다.
그런데 이들 투자가 대개의 경우, 협동조합이나 유한 회사와 유사한 형태의 시민발전소 형태로 이루어지면서 시민 투자자들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지역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의 총회에 모인 시민 회원들은 다만 설비 투자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이산화탄소 감축에는 얼마나 기여할지 등의 논의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총회 등을 통해 시민들은 지역 에너지 체제의 주인이 되게 된다.
주민들 참여로 이루어진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자체가 공동체 활성화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 독일 남부 빌트폴리츠에서는 주민들이 세운 풍력 발전소를 1년에 한번 개방하고 있다. 이 날은 주민들 누구나 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사다리 빨리 오르기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몇 년째 이 행사가 주요한 마을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는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이 소형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역에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간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핵 발전의 특성으로 핵 발전 체제는 에너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결정 권한 박탈을 가져왔고 지역 에너지 경제의 부재를 야기했다. 1980년대 민영화의 폐해를 비판하며 독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너지 공급사들의 재공영화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지역의 에너지 결정 권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으며 또한 지역 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준다.
지역회사연합과 독일자치시연합에서 2013년도에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로 지방자치단체 소유 에너지 공급사들 170곳이 에너지 공급권을 민영회사로부터 넘겨받아 지역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공사는 주민들과 공동 투자로, 지역에 소재한 기술 회사들과 함께 풍력, 태양광 설비를 지역에 설치하여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에너지 공급의 자립을 동시에 이루기도 한다.
이들 공사를 기반으로 독일 지방자치단체는 '기후 중립', '100%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 목표를 독자적으로 세우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이 갖는 지역 경제 효과에 주목하고 에너지 공급사 재공영화를 실천하고 있는 독일 지방자치단체 활동은 건설 경기에 과도하고 기대고 있는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 발전의 경제성 신화에만 매달려 있기에는 핵 발전의 사회적 폐해는 너무나 크다. 당장의 비경제성에 기대어 재생 가능 에너지가 제공하는 사회적 효과를 무시만 할 것인가. 넓은 시야가 필요해 보인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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