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각개약진 공화국'과 작별하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각개약진 공화국'과 작별하자" [이태경의 고공비행] '각개약진 공화국'은 이미 유통기한 지나
대한민국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들은 다양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각개약진 공화국'이다. 확실히 대한민국 시민들은 각개약진(各個躍進) 혹은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시민사회는 너무 약했고, 국가는 시민들에게 세금과 병역을 부과했을 뿐 시민들을 위해 이렇다 하게 해 준 것이 없었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시민들이 각개약진 방식으로 활로를 찾은 것도 당연하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압축 경제성장을 했다. 그 덕분에 일자리는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고, 중소기업 및 자영업 시장이 활황이었으며,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가능했고,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바꿔 말해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 모험가 정신이 있는 사람, 이재에 밝은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수중에 자본이 조금 있는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 없이도 그럭저럭 살만 했다. 대한민국 구성원 대부분이 이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중소기업과 자영업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며, 교육은 오히려 신분세습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한 대박 획득의 꿈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대내외적 상황과 조건들을 고려할 때 이런 경향은 굳어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각개약진은 각개격파의 동의어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시민들의 각개약진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부동산이다. 우리는 2008년 총선과 작년 대선을 통해 부동산 ,정확히 말해 부동산 가격 상승 및 유지, 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과 기대가 선거에 얼마나 강하게 투사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동산 문제의 해악과 폐해에 대한 계몽과 선전도 부동산에 삶 대부분을 건 시민들 앞에는 완전히 무력했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으로 큰돈을 버는 시대는 종언을 고했지만, 활로를 찾지 못한 시민 중 상당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유지에 '올인'하는 정부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건 모두에게 비극이며, 그런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

부동산에 삶을 저당 잡힌 시민들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시민들로 하여금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단념하고 좋은 부동산 철학과 정책을 지지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다. 보편적 복지나 기본소득 같은 것이 그 반대급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 혹은 메가딜(Mega Deal)인 셈이다.

'각개약진 공화국'을 끝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각개약진 공화국'의 인간형은 불안과 탐욕을 연료로 해서 구매력 신장을 위해 '올인'한다. '각개약진 공화국'은 이런 인간형의 욕망이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고 제도를 구성한다. 또한 '각개약진공화국'시민들 다수는 그런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을 지지한다. 구조적으로 더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허다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각개약진 공화국'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삶에 대한 재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불안과 탐욕이 아니라 연대와 안정, 공익에 부합하는 건강한 욕망을 연료로 하고 구매력의 크기가 아니라 건강, 안전, 존중, 여가 등을 목표로 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그런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회복, 보편적 복지나 기본소득 같은 것이 사회경제시스템 재편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개약진 공화국'안에는 인간의 존엄이 없고, 사회통합이 없고, 정상국가로서의 발전이 없다. 이미 시효가 끝난 '각개약진 공화국'을 '연대와 공정의 공화국'으로 전화시킬 책임이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에게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