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의 밍사산에 오르면 두려움을 느낀다. 저 황홀하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사물이 신기루처럼 보일라치면 내 마음 속 심연에 깔려 있는 미지에 대한 공포감이 떠오른다.
중국 간쑤성 서부 주취안지구 하서회랑 서쪽 끝, 당허강 유역 사막지대에 있는 이 산은 중국과 실크로드를 잇는 관문이자 고대 동서 교역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노마드들의 목표이자 교차점이었다. 중원의 한인,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인도인 등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거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이곳에 모여들었다.
나는 정주하고자 하는 인간과 그 곳을 떠나 끊임없이 떠돌고자 하는 인간 사이에는 큰 인식적인 차가 있다고 생각했다.
들뢰즈는 "'방목하다'라는 말의 목축적 의미는 나중에서야 토지의 배당을 함축하게 된다. 호메로스 시대의 사회는 방목장의 울타리나 소유지 개념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당시 사회의 관건은 땅을 짐승들에게 분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짐승들 자체를 분배하고 짐승들을 숲이나 산등성이 등의 한정되지 않은 공간 여기저기에 배분하는 데 있다. 노모스는 우선 점유의 장소를 지칭하지만 그 장소는 가령 마을 주변의 평야처럼 명확한 경계가 없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노마드'라는 주제 역시 탄생한다"고 했다.
이 인식의 경계에 사막이 놓여져 있다고 본다. 이 둔황의 밍사산이라는 사막은 서쪽의 당허강 협곡 출구에서 시작되어 동쪽의 막고굴에서 끝나며, 동서의 길이 40㎞, 남북의 너비 20여㎞이다. 이 작지 않은 사막의 언저리에 물이 솟고 오아시스가 만들어졌다.
나의 노마드 기행을 이 둔황에서 시작해 볼까 한다. 간쑤성의 하서회랑 지대의 첫 도시 우웨이에 키질쿰 사막의 서쪽 끝 히바까지, 노마드들의 길을 걸으며 동서양의 교차점에 위치한 이 사막의 도시 둔황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이 함께 고민하는 '떠남'의 사유를 사진으로 풀어볼까 한다. 다시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설렌다. 함께 동행해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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