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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집터에 차린 희밍의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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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집터에 차린 희밍의 잔칫상 [포이동 266번지 그곳에선 4] '힘내라 포이동 문화제' 열리던 날

포이동 266번지에서 바라보는 타워팰리스는 묘하다. 실체가 아니라 허상인양, 신기루인양 보이니 말이다. 양재천을 두고 양켠에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집'은 동시대 그것이 아닌 듯 하다. 6월 12일 발생한 화재로 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구 포이동 266번지)에 살던 가난한 주민들의 집 대부분이 불에 탔다. 이 불로 96가구(거주인원 189명) 중 75가구(100여 명)가 집을 잃었다. 처음에는 이 불이 방화가 아닐까 했지만 초등학생의 실화로 밝혀졌다. 그나마 분노할 곳을 찾지 못한 주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 폐허의 잔해로 사람들이 몰렸다. 그들의 상처를 기꺼이 함께 하려는 청년과 지역 진보단체들의 손길이었다. 그들은 함께 잔해를 치우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재건을 돕겠다 약속했다. 하지만 구청과 경찰서는 이들을 외부세력으로 간주하고 새롭게 재건축하는 것을 불허했다. 그리고 주변 반 지하 셋방을 알선하겠다고 했다. 포이동 금싸라기 땅에 다시 주민들이 둥지 트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7월 3일, 장맛비가 내리는 일요일 저녘에 포이동 266번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땀흘렸던 사람들이 작은 잔치를 준비한 것이다. <힘내라 포이동, 희망 문화제>에는 민중가요의 보루 '꽃다지'와 명창 신영희씨 등이 출연했고 포이동에서 빈활을 했던 청년 대학생들이 흥을 돋구었다. 주민들이 정성들여 부쳐낸 파전과 막걸리가 참가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동정을 넘어 연대를 실현하는 공간이었다.

인간에게 집은 중요하다. 의식주 중 하나가 아닌가? 하지만 맘편히 다리를 뻗을 수 없는 이들이 이 서울 하늘 아래도 무수히 많다.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집이 집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부의 증대 수단으로 전락한 요즘, 포이동 266번지 사람들 보다 큰집을 갖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사진가, 기획위원

※ 이 사진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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