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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을 때 애들하고 근교로 놀러가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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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을 때 애들하고 근교로 놀러가는 게 꿈 [비정규노동자의 얼굴]<12> 양재걸 유선방송 비정규직노동자 티브로드 한빛지회장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저는 올해 마흔네 살입니다. 티브로드 한빛사업부 한빛북부기술센터 팀장으로 일하고 있죠. 인력이 많이 모자라서 현장일은 물론이고, 사무업무, 장비업무까지 거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어요. 스물여섯에 일을 시작했으니 일을 한 지는 올해로 14년째입니다. 유선방송 때부터 일을 했는데, 유선방송을 한빛케이블에서 인수를 하고, 그걸 다시 티브로드에서 인수를 해서 요번 업체만 따지자면 1년 4개월 일한 셈입니다.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거든요. 근속기간을 인정 해주지 않아요.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고요. 부당한 근로계약인 줄 알면서도 싸인을 하죠. 일은 계속 해야 하니까요.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대로라면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면 되지만 사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민원처리에 영업, 전단지 작업까지 기사가 해야 하거든요. 그날 일이 많아 영업을 미처 못한 사람들은 남아서 석회라는 걸 해요. 한 달 영업실적이 안 나오면 반성문까지 써야 하구요. 기사들은 9시 정도나 되어야 퇴근할 수 있어요. 팀장인 저는 퇴근시간이 더 늦죠. 기본 퇴근시간이 10시예요. 원래 2월쯤 팀장 그만두고 기사로 내려갈 생각이었어요. 기사들을 계속 독촉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어느 정도여야지. 매번 "좀만 참아봐. 좋아질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쉬웠겠어요. 저도 기사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회사의 잘못된 정책으로 그동안 말 못하고 당해왔지만 이제는 이야기 해보자고요. 지금은 교섭 진행 중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건들이 좋아지고 있어서 기사들이 그만두질 않아요. 저희 센터는 기사들이 100%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힘이 납니다. 초과 근무가 없어져서 휴일에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날씨 좋을 때 애들하고 1박 2일 근교로 놀러가는 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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