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대박일까 아니면 쪽박일까? 그러나 통일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통일의 진정한 의미와 궁극적인 목적을 전도하고 퇴색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통일 대박론은 경제 제일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입장에서 통일을 본 것이다. 경영학의 용어를 빌려서 설명하자면 통일은 블루오션 (Blue Ocean) 정도가 된다. 실제로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 대박론은 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블루오션에 부합되는 것이다.
국토는 두 배 이상 넓어지고 (북한의 국토는 약 12만㎢로 남한의 국토 9만㎢ 보다 넓다), 통일 한국은 자원 부국이 될 것이며 (북한의 지하자원은 약 7천조 원 이상으로 남한의 22배가 넘는다) 안보위협도 없어지게 되어 매년 국가총생산 (GDP)의 6%나 쓰고 있는 국방비도 줄고 (이것을 보다 생산성 있는 부문으로 돌리면 GDP가 늘어나게 된다) 해외투자의 방해요인도 사라져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투자 (FDI)도 늘게 된다. 결국 북한붕괴에 의한 통일로 국가의 부 (Wealth of Nation)가 늘어남으로 통일은 블루오션이 분명하다.
통일은 이런 측면에서 일제식민지시절 우리 민족 염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7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 동안 남과 북은 제각기 상이한 체제를 건설하였다. 결혼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어야 하듯이 통일이 남과 북 모두의 염원과 담아내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체제가 우월한가를 따지기보다는 양방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단점을 극소화 시킬 수 있는 융합의 묘(妙)를 간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융합은 상생의 질서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동북아시아로 오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헨리 키신저가 경고하였듯이 (키신저는 현재 동북아 정세가 제1차 대전 직전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팽배돼 있던 유럽 각국의 정세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상대방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는 상극적 질서로 가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허브에 위치하고 대륙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한반도가 상생의 질서로 통일을 이룩한다면 상생은 동북아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적 고리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 내적 의미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것을 이미 오래전에 간파한 독립운동가이며 선각자의 다음의 글로 결론을 대신한다.
'김구 - 나의 소원' 中 내가 원하는 나라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의 세계 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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