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버리잖아요."
돌아버리겠다. 지난 월요일 드라마 <밀회> 3회에서 이선재(유아인 분)의 대사. 다른 상황에서 들었으면 그야말로 오그라들어서 돌아버렸겠지만 이 드라마, 용서 된다. 주인공들은 미쳤거나 미치기 일보 직전, 혹은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극단에 가 있다. 겉은 우아하고 속은 곯아 있는 예술계의 '미친 사람들', 그들이 아슬아슬하게 움켜쥐고 있는 것들은 언제 깨질지, 각자의 비밀과 추문은 어떻게 값이 매겨져 거래될지,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하다.이 드라마는 외부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발생시킨다. 하나, 언니와 주고받지 않던 '카톡'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방영 시간 후끈 달아오르는 트위터 타임라인을 놓치고 싶지 않아 본방 사수에 매달린다. 그야말로 '방언' 터지게 하는 드라마다. 다 함께 마당극을 보는 기분이 이랬을까 싶다.
둘, 출판평론가 B 선생은 언젠가 "좋은 책이란 다른 책을 읽게 해주는 책"이라고 한 적이 있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서 완료되지 않고 추가적 호기심을 자아내 다른 것으로 연쇄되게 하는 효과, 그것이 힘이다. <밀회>는 그와 동일한 힘을 가진 드라마다. 거기 나온 피아노곡을 듣고, 아니 '읽고' 싶어진다. 음악가들이 그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르게 표현해 왔는지, 그건 그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 알고 싶다는 욕심을 자극한다. 동시에 음대 입시의 현실, 예술재단의 현실도 궁금하다. 외국에도 저렇게 은밀한 관행과 관계들이 있을까?
마침 3화에는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브뤼노 몽생종 지음, 이세욱 옮김, 정원출판사 펴냄)이라는 책이 중요하게 등장했다. 이 책은 자신의 재능과 세상의 기대를 저버리고 도망친 제자에게 건네는 스승의 위로이자, 치기 어린 청년 마음에 불을 지피는 유혹의 매개물로 기능했다. (밑줄을 다 쳐서 보내줬다. 그래, 밑줄을 활용해야겠다.) 방송 뒤 책은 사흘 만에 A나 Y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세일즈포인트가 5~10배 올랐다. <밀회>가 자아내는 연쇄적 호기심을 입증하는 예다. 아쉽게도 '프레시안 books'는 이 책을 다루지 못했지만, 2중, 3중의 연쇄 작용을 부추기며 다음과 같은 글들을 소개한다. 고전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의 서평, 드라마가 독서로 연쇄된 사례를 다룬 기사 등이다. 리스트 맨 위에 올린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 서평(최원호)의 한 문장이 이번 '리스트'의 의도를 설명해 준다. "(창작자가) 던진 공을 박수치며 쳐다보는 대신에 달려가 받는 것은 창작자 외에 그 작품에 관련된 모든 이들, 심지어 유료로 감동을 소비하려는 감상자들에게도 지적 성실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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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영진의 <마이너리티 클래식>
☞기사 바로 보기 :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다면, 낚시질을 시작하자
(3) 드라마와 책의 만남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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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드라마와 책의 만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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