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벌어진 양상만 놓고 보자면, 한국사회 전체가 광기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같은 대형 참사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종합적 분석을 제공해야 할 언론이 앞장서서 ‘거짓 선지자’ 역할을 자처한다는 점에 대해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터넷 지면의 제목들은 인면수심을 방불케 했다. 많은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클릭 수 유도를 위한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에 혈안이 되었다.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 보험 가입”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기사 바로 보기 : “선박 침몰 사고 보도에 '보험 광고'가 웬말?”)
18일 오늘 오전 MBN은 스스로를 민간잠수부로 소개한 홍가혜 씨를 인터뷰하며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등 14시간 이상 구조 작업이 중단됐으며,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잠수부가 배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까지 들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현지 상황은 전혀 다르다” 등의 잘못된 정보를 방송에 내보냈다가 공식 사과를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오후 4시 30분 경 KBS에서는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속보를 내보내는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이 소식 직후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은 “선체 안의 장애물로 인해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으며 실종자는 발견치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다수의 언론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세월호 선장의 신상을 캐고 그의 잘못만이 이 사고의 전적인 책임인 양 몰아가는 것 역시 ‘희생양’ 만들기의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타인의 비극을 보도할 경우 ‘알 권리’와 ‘감춰야 하는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비극을 둘러싼 언론의 낯 뜨거운 특종 경쟁은 ‘오보야 바로잡으면 그만이지’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한 채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마저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세월호 사고를 재빨리 활용하는 스미싱 업체들, 세월호 사고를 언급하며 할인 이벤트를 홍보하는 모 대형 의류업체, 거짓 카카오톡 메시지로 가족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한 ‘무뇌아’와 언론 사이의 간극이 언제 이렇게 좁았던 적이 있던가?
언론의 무능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책과 서평들을 이 자리에 소개한다. 이것을 통해 다시 한 번 ‘설마 언론이 거짓말을 활자화하겠어?’라는 우리의 ‘맹신’을 돌아보고,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다시 한 번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사실 독자에게는 가혹한 요구일 수 있는 ‘두 겹의 시선’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 김지영의 <피동형 기자들>
☞ 기사 바로 보기 : "피동형 없는 기사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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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기사 바로 보기 : "서해를 '불바다' 만든 건 北이 아니라…"
☞ 기사 바로 보기 : "기자 탓하지 말고, '싸가지' 없는 독자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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