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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막교사'들 얘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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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희연 교육감, '막교사'들 얘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이주의 조합원] 초등학교 교사 박유신 조합원
박유신 씨는 이번 6.4 지방선거 당시 유례없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서울교육감 선거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을, 초등학교 교사다. 예상을 뒤엎고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당선된 결과에 대해 기대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지레짐작에 교육감 선거를 지켜보던 심정이 어땠는지 첫 질문을 던졌다. 박유신 씨의 답변이 빠르게 터져 나왔다.

“일단 예전 교육감 체제에서 교사들이 많이 지쳐있었던 건 권위적인 상명하달식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단적인 예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게 하는 지시 같은 것. (웃음) 마치 70년대로 역행하는 것 같은 의전 강화라든가, 교사를 하나의 부품처럼 다루는 것처럼 다그치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힘들었던 거죠.”

그는 지방선거 초기,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로 조희연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나왔을 땐 걱정이 됐다고 했다. 고승덕 후보의 유명세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것은 교육현장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주변 교사들에게 물어봐도 조희연 후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민주진보단일후보’라는 표현 자체가 많은 교사들에게는 특정한 정치색으로 빋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문용린 후보나 고승덕 후보에 반대하는 교사들도, 대안이 조희연 후보라고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 운동 막바지,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의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결국 선거 당일에는 더 많은 이들이 조희연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박유신 씨는 이를 지켜보면서 일단은 숨통이 트이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 당선 확정된 후 지지자들과 기뻐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프레시안(손문상)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도 <프레시안> 조합원이라고 귀띔했더니 박유신 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와, 그건 몰랐네요!” 같은 조합원인 조희연 당선자에게 표하는 기대는 어떤 것인지 질문하자, 그는 조금 고심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교육청과 교사 간의 수평적 관계,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교육 주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꼽았다.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저뿐 아니라 수많은 교사들이 다 가벼운 우울증에 걸렸어요. 그때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들에게도 뭔가 따뜻한 말 한 마디, 위로나 격려를 해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곧바로 내려온 공문은, 교사들은 자숙하고 가만히 있어라, 어디 가지 마라, 연수도 회식도 하지 마라, 어디 가서 세월호 관련 얘기하지 마라, 이런 내용이었어요. 학교에 안전 관련 공문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국회에는 학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계속 발의된다고 하고. 자꾸 현장에 뭘 강요하고 금지하는 분위기, 교사에게 책임을 지우고 추궁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 크게 위축됐습니다. 이번 사건이나 학교 안전에 대해 교사들의 입장을 묻는 설문 조사나 공청회라도 진행되었으면 어땠을까요?”

아랫사람 부리듯 일방적인 지시만 받는 게 아니라 동등한 교육 주체로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은, 교사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매번 갈피를 못 잡고 달라지는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 바로 교육청과 교사의 상호존중이라는 것이 박유신 씨의 의견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공교육 종사자로서 가장 힘든 부분은, 많은 학부모들이나 교육 전문가들조차 교육과정의 철학이나 운용보다는 양적인 평가 결과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참고 교재일 뿐이예요. 교육과정은 국가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재구성하여 전달하기 가장 좋은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건 교사들의 몫이죠. 가령 역사 교과서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교사 개인에게 교육과정 운영권을 준다면 별로 문제가 안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성취도평가라든가 일제고사, 실적에 기반한 학교 평가 등으로 교육과정을 수량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강화되고, 그것이 심지어 획일화 된다면, 그 때문에 그 교과서를 토씨 하나까지 외워야 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융합 교육이나 스토리텔링 기반 교육, 문화예술교육 등 새로운 교육의 흐름들이 현재 한국 교육 현장과 연구 분야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논의되고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의 성적을 학교 차원의 실적으로 만들어내라고 강요당하는 순간, 교사들이 재량껏 수업을 진행할 길이 막히는 거죠. 그런 수량적인 평가가 교사들의 자율권을 빼앗을뿐더러, 모든 교육을 획일화시킨다는 점을 좀 생각해줬으면 싶어요. 교사를 단지 지식전달자의 위치에만 둔다면, 학교는 그저 사교육 학원과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밖에서는 북유럽식 교육 얘기를 자꾸 하시는데…(웃음). 교사들도 그 누구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선진적인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박유신 씨는 자신이 전교조 소속도 아니고 교총 소속도 아닌 교사 입장에서, “내 생각이 옳은 걸까,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과는 다르지 않을까” 고민된다면서 말을 조심조심 고르며 이어나갔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을 통해 ‘시민사회’라는 것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눈을 떴듯, 교육청 역시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의 지휘 하에 “공교육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합의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길,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집중할 수 있는 합의체로서의 기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 서평 섹션 ‘프레시안 books’에 가끔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던 필자이기도 했던 그가 어떻게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됐는지를 물어보았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선정해서 좋은 필자들에게 서평을 맡겨 아낌없이 지면을 주었던” ‘프레시안 books’가 오래 가길 바라는 생각에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책 자체에 대한 서평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논의를 펼치는 이런 매체가 또 있었나 싶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최근의 인문학 열풍에 ‘프레시안 book’도 분명 한 몫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요즘 세상에 누가 인터넷에서 그렇게 긴 글을 읽냐’고들 했지만, 사실 그게 ‘요즘 세상’의 문제지 ‘프레시안 books’의 문제는 아니거든요.(웃음)”

5월 30일을 끝으로 ‘프레시안 books’가 당분간 휴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큰 아쉬움을 전하면서, 그는 “정치 기사만 열심히 읽는 주 독자층이 아닌 사람”에게도 귀 기울이는 <프레시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프레시안>을 읽다가 ‘프레시안 books’도 읽게 된 독자들처럼, ‘프레시안 books’가 좋아서 주말마다 찾다가 <프레시안>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기사들에도 눈이 가기 시작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프레시안 books’가 당분간 발행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프레시안>의 빈약했던 문화면을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냐, 그런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대한 반문이 이어졌다.

“트위터를 보니까 ‘프레시안 books’ 휴간 관련해서 조합원들에게 설문 조사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더라고요. ‘books’ 때문에 가입했지만, ‘books’가 없어졌다고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지야 않겠지요. 그래도 일단 ‘books’ 대신에 다양한 독자들의 취향이나 마음을 반영해주는 지면을 마련하는 매체로 발전해나갔으면 싶어요. 서울시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 있잖아요. 당장 큰 결실이 아니라도, 사소한 것부터 시민을 배려하려 노력하는 자세요. 어린이, 여성, 대중문화 등에 대해 <프레시안>이 좀 더 열린 자세로 부드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 협동조합이 ‘일상 속의 진보’라고 생각하거든요.”

40분 가량의 열띤 대화 끝에 그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이것이다. 전화를 끊고 난 다음에도 기자의 마음에 한참 동안 머무른 문장이기도 하다.

“승진에도, 명성에도 관심없어 보이는 ‘막교사’들이 진짜 애들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입니다. 교육청도, <프레시안>을 비롯한 언론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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