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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왜 '밀양 철거' 서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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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왜 '밀양 철거' 서둘렀나? [주간 프레시안 뷰] 6.4 지방선거와 노후 원전의 운명
6월 11일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마지막 남은 4개 철탑 부지의 농성장을 철거했습니다.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연로한 주민들이 다치고, 수녀님들이 끌려나오는 참담한 상황이 밀양의 산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왜 정부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무리수를 두느냐고 물어보십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지방선거 결과와 월드컵 등으로 여론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린 사이에 '빨리 해치우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번 행정대집행은 경찰병력 2000여 명이 동원된 가운데 순식간에 이뤄졌습니다. 본래 행정대집행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직접 농성장을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군사작전을 하듯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 10일 오전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움막(송전탑 129호 예정 부지)에서 옷을 벗고 저항하는 한옥순 할머니를 경찰들이 구덩이 아래에서 끌어 올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리1호기, 월성1호기 같은 수명이 끝난 원전을 연장 가동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여론이 더 강해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서둘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도 <주간 프레시안 뷰>나 다른 곳에 쓴 칼럼 등을 통해 여러 번 말씀 드린 것처럼, 밀양을 지나가는 76만 5000볼트 송전선은 오로지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는 이미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를 포함해서 현재 6개의 원전이 있고, 2개의 원전(신고리3,4호기)이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고리5,6호기가 곧 착공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원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이 강원도 삼척입니다. 삼척은 경북 영덕과 함께 2013년 9월 정부가 신규원전부지로 지정 고시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 삼척에서 반핵을 내건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이전 삼척 시장이었던 김대수 시장(새누리당)은 원전 유치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삼척 원전은 형식적으로는 삼척 시장이 유치신청을 해서 원전부지로 지정되는 과정을 밟았는데, 김대수 시장은 원전 유치에 앞장섰습니다. 김대수 시장은 유치 신청 당시에 삼척시민 96.9%의 동의를 받아 유치신청을 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삼척시민의 절대다수가 원전이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원전을 반대하는 삼척시민들은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그리고 김대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까지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달해 개표를 못 하는 바람에 주민소환은 무산되었지만, 그 정도로 원전반대 여론이 강한 것입니다.

그 이후 삼척의 원전반대 주민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래서 반핵을 내건 시장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정하고 선거운동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 결과 '반핵단일후보'인 김양호 당선자(무소속)가 62.44%를 얻어 37.55%를 얻은 김대수 시장을 물리치고 당선된 것입니다. 현직 시장 프리미엄에 새누리당 공천까지 받은 김대수 시장이 큰 표 차이로 패배한 것은 삼척 시민들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삼척 시민들의 절대다수는 원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삼척뿐만이 아닙니다. 고리1호기 부근에 있는 부산시장과 울산시장 당선자들은 비록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30년 수명이 끝났는데도 10년 더 연장해서 가동 중인 고리1호기를 2017년에는 반드시 폐쇄하겠다는 것이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의 공약입니다.

광역시장 당선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군수 당선자, 월성1호기가 있는 경주시장 당선자도 수명 끝난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새로운 당선자들이 취임하는 7월 1일 이후에는 원전을 둘러싼 일대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와 연결되는 밀양 송전탑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공권력을 동원해서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것입니다. 대화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종교계의 목소리까지도 무시했습니다. 행정대집행 직전에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 조계종 자정과 쇄신결사추진본부는 행정대집행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 66명도 정부와 한전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철저하게 무시당했습니다. 국민통합, 국가개조를 얘기한 박근혜 정부는 전혀 진정성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마찬가지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문제는 공사가 끝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어차피 신규 원전, 노후 원전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밀양 외에도 초고압 송전탑이 추가 건설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밀양이 밀양으로 끝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를 예정인 새로운 76만5000볼트 송전선이 노선 선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밀양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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