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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들이 모여 '신의 한 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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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들이 모여 '신의 한 수'를 두었다 23일 열린 <섬과 섬을 잇다> 북콘서트 현장 지상 중계
자신이 사는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혹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라도 경찰벽이 튼튼하게 둘러싸고 나면, 무언가를 요구하고 주장하는 집회 현장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현장은 고립된다. 그 안에서 어떤 폭력과 모욕과 배신이 난무하는지, 바깥에 있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혹은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참 안타깝네" 하고 마음의 짐만 얹어둔 채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처럼 '상관없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별적인 현장을 섬이라 표현한다면, 그 섬과 섬들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비단 현장끼리의 이음뿐 아니라, 그 현장을 글과 만화로 기록하는 이들 사이의 이음, 그리고 현장에 관한 글과 독자 사이의 이음. <섬과 섬을 잇다>(이선옥 외 지음, 한겨레출판)는 그런 이음에 관한 고민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집합체다.

▲ <섬과 섬을 잇다>(이선옥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한겨레출판
<섬과 섬을 잇다>는 쌍용자동차, 밀양 송전탑, 재능교육, 콜트‧콜텍, 제주 강정마을, 현대차 비정규직, 코오롱 등 2000년대 들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장기투쟁사업장들의 사연을, 글쓰는 이들과 만화가들이 짝을 이루어 기록했다. 한 사업장당 글 하나에 만화 하나다. 쌍용자동차 이야기는 이경석의 만화('그만 죽여라!!')와 이창근의 글('나무 없는 나뭇잎 하나'). 밀양 송전탑 이야기는 유승하의 만화('할매야 할배야 밀양 살자')와 희정의 글('우리 재미있게 오순도순 엎드려 사는데'), 재능교육 이야기는 김성희의 만화('나는 누구입니까?')와 하종강의 글('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다')에 담겼다. 콜트‧콜텍 이야기는 마영신의 만화('들리지 않는 연주')와 이선옥의 글('먼 길'),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는 김홍모의 만화('수눌멍 살게마씸')와 김중미의 글('누구나 강정에 오면 강정앓이가 된다'), 현대차 비정규직 이야기는 김수박의 만화('방패막이')와 서분숙의 글('철탑, 당신과 나 사이'), 코오롱 이야기는 박해성의 만화('10년')와 연정의 글('하루를 일하더라도 복직하고 싶습니다')로 표현되었다.

어쩌면 이 글들은 그동안 각 사업장의 투쟁을 알린 기사들을 관심 있게 지켜본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다만 21세기 초입부터 신자유주의의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순식간에 해고되고 삶의 막다른 곳으로 내몰리며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부정당한 이들이 5년이고 10년이고 끈질기게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르포작가 이선옥이 서문에도 썼듯,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이 처음 조직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는 30일만 넘어도 장기투쟁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쟁을 시작했다 하면 1년 넘는 건 예사고, 10년이 넘도록 싸우는 곳도 있습니다." 이 현장들이 "고립된 섬처럼 외로워보여서 이들이 더 외롭지 않게 이어보자"는 의도로 하나의 책 안에 담겼다.

지난 6월 23일 홍대입구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열린 <섬과 섬을 잇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 현장은 여타의 그것보다 훨씬 붐볐다. 14명의 작가들과, 각 현장에서 올라온 당사자들은 서로 인사를 건네며 따뜻한 안부와 격려를 주고받았다. 각기 다른 투쟁장에서 싸워온 이들이라고는 믿기 힘든 풍경이었다. 북콘서트 사회자였던 서분숙 작가의 말, "솟아오른 섬이든 가라앉은 섬이든, 바다로 이어져 있는 거대한 공동체가 아닐까"라는 언급이 실감났다.

▲ 와락 난타팀의 공연. ©한겨레출판 제공

<섬과 섬을 잇다> 북콘서트에는 투쟁 현장에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이들의 공연도 골고루 이어졌다. 먼저 '와락 난타팀' 아이들이 입장하여 타악기 공연을 펼쳤다. 그냥 재롱 잔치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퍼포먼스였다. 이어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모인 밴드 '콜밴'(해고계의 아이돌로 불린다고 한다)이 무대에 올라와 <집시 여인><찻잔><땡벌>을 부르며 커다란 환호를 자아냈다. 현재 제주도에서 거주 중이며 "이 위험한 세계에서 가만히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무서울 게 없는" 가수 윤영배, 투쟁 현장의 든든한 버팀목인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은 각기 다른 결로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위로했다.

이어 각 현장에서 올라온 노동자 및 주민들과 그곳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와 만화가가 짝을 이뤄 차례로 등장하여 책에 관한 소회를 풀어놓았다. 총 7개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투쟁을 기록한 만화가와 르포 작가들의 소감을 아래 정리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이창근(앞줄 왼쪽), 이경석(오른쪽). ©한겨레출판 제공

쌍용차 : "투쟁을 시작한 지 6년째인 올해, 고등법원에서 드디어 2009년 정리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투쟁의 세월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게 기뻤다. 그러나 쌍용차는 대법원장,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무려 19명이나 선임하여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문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모든 이들의 문제를 받아 안고 7월 30일 평택 재보궐 선거에 쌍용차 해고자들이 나설 것이다. (6월 26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득중이 무소속 진보 단일 노동자 후보로 7.30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 바로 가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론화‧사회화해 다시는 일터에서 쫓겨나고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이들이 없도록 할 것이다. 국회에 내맡기지 않고, 우리들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결정했다. 길거리에서 싸우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터에 돌아가 즐겁게 일하는 이야기로 다시 만났으면 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정운)

"비록 사라져야 할 섬이지만 그 섬이 존재할 때까지는 가치 있을 것 같다. 섬이 있을 때 그 섬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존중받기를 바란다. 물리적인 섬은 사라지더라도, 연대하는 사람들이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섬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실장 이창근)

"대한문 분향소를 경찰과 용역이 강제 철거했던 사건을 만화로 그렸다. 울분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경찰들 좀 보라고, 그런 마음으로 작업했다." (만화가 이경석)

▲ 왼쪽부터 이계삼, 희정, 유승하. ©한겨레출판 제공

밀양 송전탑 : "아시다시피 지난 6월 10일,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서 마지막 4개의 움막 농성장이 행정대집행되었다. 말이 행정대집행이지 행정은 전혀 손도 까딱하지 않았다. 경찰 2000여 병력이 노인 100명을 끄집어내기 위해 커터칼과 절단기를 들고 왔다. '행정대집행'이 아니라 '경찰대집행'이었다. 알몸에 쇠사슬 묶는 노인을 남자 경찰이 와서 끌어내는 참혹한 상황이었다. 어르신들은 1주일 버틸 생각으로 냉장고에 양식을 가득 채웠는데, 길겐 1시간 짧게는 30분 만에 끌려나왔다. 주민들이 다른 선택이 있어서 올라간 게 아니다. 달리 갈 데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실존적으로 최선을 다 한다'는 다짐으로 한 투쟁이었다.

행정대집행된 지 10일 지났는데,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버티시고, 새롭게 농성장 차려서 시즌2를 얘기하는 상황이다. 밀양에 송전탑이 올라가더라도, 신고리 원전이 증설되고 고리 노후 원전이 연장 가동되더라도, 우리의 물리적 패배로 결정돼도, 우린 진 것이 아니다. 정신 승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끝까지 버티면서 저들의 폭력을 증언하고, 이 사태에 내재된 제도적 악폐와 법을 고치고, 저들의 폭력에 대해 사죄를 받을 것이다. 끝내 밀양의 싸움이 우리나라 탈핵 운동과 주민 생존권 운동의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이계삼)

"6월 10일 행정대집행 소식 듣고 그곳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이계삼 선생님이 오늘 와주셔서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 밀양 송전탑 현장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싸움을 모두 담아내기가 어려웠지만, 주변인의 입장에서 때로 같이 공감하고 때로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입장에서 그렸기 때문에 다소 부족하더라도 만족하려고 한다." (만화가 유승하)

"여러 농성장을 다녀봤지만 처음 밀양 송전탑 현장에 갔을 때에는 여기만큼 절망적인 곳이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점점 싸움이 진행될수록 저분들이 지키려고 하는 삶과 그에 대한 애착을 보면서 절망이 사라졌다. 멋모르는 관찰자 입장에서 절망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배웠고 희망이란 이렇게 찾아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밀양 투쟁에 많이 못 가서 죄송하다. 탈핵, 삶, 국가란 무엇인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한 투쟁이다. 지금 밀양 시즌2 준비하고 함께한다고 마음먹은 울산시민 연대모임이 회의 중이다. 시즌2 새 투쟁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 (작가 희정)

▲ 왼쪽부터 김중미, 김동원, 에밀리, 고권일, 김홍모. ©한겨레출판 제공

제주 강정마을 : "국가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해군기지 사업을 강행한 것에 항의하여 8년째 싸움이 진행 중이다. 작년에 농성 텐트마저 대집행을 당한 뒤 지금은 정치적으로 호소하고, 공사장 정문에서 미사와 평화백배를 하며 버티고 있다.

사실 공사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고 바다는 이미 황폐해졌으며 마을 공동체가 산산이 파괴되었다. 이 아픔을 어디에 호소해도, 이젠 치유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돌아가실 때 자기 묘비명에 '끝까지 해군기지에 반대했다'라고 새겨달라고 하신다. 그 뜻을 받들어서 함께 끝까지 가야 한다고 믿는다.

해군 기지 완공은 환경 파괴와 공동체 파괴로 끝나는 게 아니다. 중국과 긴장관계 등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우리가 꿈꾸던 평화통일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더 많이 모여야 한다. 해군기지가 완성되어 제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더 가열차게 싸울 예정이다." (강정마을 부회장 고권일)

"8월 3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의 수탈의 역사와 저항의 기억'이라는 역사 기행을 겸하는 평화행진, 그리고 평화의바다 국제캠프()가 열린다. 제주도 사람들과 오키나와 섬 사람들, 대만 사람들을 초대해서 아시아의 섬과 섬을 연대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강정 지킴이 김동원, 에밀리)

"섬에 초대되어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힘을 더하겠다." (작가 김중미)

"만화계의 '추성훈'이라고 불린다. (웃음) 싸워야 할 시대에 저희 만화가들과 기록자들은 작업으로 싸우고 있다." (만화가 김홍모)

▲ 왼쪽부터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과 이선옥, 마영신. ©한겨레출판

콜트‧콜텍 : "해고 노동자들은 밤마다 무슨 꿈을 꿀까? 복직하는 꿈을 꾼 지도 8년이 지났다. 콜트악기 자회사 콜텍은 2007년 7월 10일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대전공장 문을 닫으며 노동자 40여 명을 해고했다. 그동안 열심히 싸웠지만 지난 6월 12일 대법원은 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해고무효확인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19일에는 금속노조 콜트지회 역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관이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말이, 제 귀에는 이 세상 모든 기업인들에게 정리해고를 허한다고 들렸다.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법복을 입고 있다.

저희는 판결에 굴하지 않고 여전히 씩씩하게 즐겁게 당당하게 투쟁해나갈 거다. 앞으로 방향을 사회적 투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콜트‧콜텍 후원 및 같이 연대하는 단체를 하나 구성해서 안정적인 농성 공간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생계비 해결을 위한 단체라고 해야 할까, 재단이라고 해야 할까 그걸 준비 중이다. 실행되면 후원 부탁드린다. 박영호가 망하든지 저희가 복직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이인근)

"처음 취재 시작할 땐 술과 먹거리를 사들고 갔는데, 알고 보니까 투쟁장에서 술이 금지더라. 마시면 울분이 올라오니까. 다른 방법을 찾다가 그냥 농성장에서 함께 잠들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렸고, 만화가 못한 이야기를 르포에서 디테일하게 담아줘서 고맙다. 한국 만화판에서 섬처럼 외롭게 고립되어 작업하는 비주류 만화가다. 제가 유명하면 책이 더 팔렸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다." (만화가 마영신)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법원 투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함께 섰으면 좋았을 텐데…. 노동자들이 싸우는 한 저희도 같이 기록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섬과 섬들이 서로 이어가다 보면 우리가 저들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함께해 달라." (작가 이선옥)

▲ 왼쪽부터 연정, 김혜란, 박해성. ©한겨레출판 제공

코오롱 : "10년 투쟁이 외로웠는데, 오늘도 혼자 왔다. 외롭다. (웃음) 과천에서 천막 농성을 만 2년, 햇수로 3년째 하고 있다. 우리는 법으로는 옛날에 다 졌다. 지금은 '악으로 깡으로' 회사와 싸우고 있다. 14명 정도 남았는데 11명은 생계 위해 나가고 3명이 투쟁하고 있다. 그러다가 제가 6.4 지방선거 도의원 출마로 한 달 집을 비웠고, 그 악조건에도 22.7%를 받아서 돈은 다 돌려받았다.(일동 박수)"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김혜란)

"만화 그리면서 코오롱 정리해고 사건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10년이나 싸울 수 있을까? 그동안 어떤 심정으로 투쟁했을까 궁금했다. 만화를 그리면서 코오롱이라는 회사가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소중한 부분을 건드렸고, 이를 지키고자 싸움하시는구나 하고 알았다. 코오롱이 다른 사업은 다 적자인데, 스포츠아웃도어는 유일하게 흑자다. 불매운동을 활성화한다면 코오롱이 자기가 무슨 잘못 저질렀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만화가 박해성)

"'하루를 일하더라도 복직하고 싶습니다'의 마지막 대목을 읽는 것으로 인사를 갈음하겠다. '정년퇴직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를 그만둘 때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감사인사를 하고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 하루를 일하고 그만두더라도 복직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연정)

▲ 왼쪽부터 하종강, 김성희, 유명자. ©한겨레출판 제공

재능교육 :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노조를 만든 지 15년이고,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는 2377일, 만 6년 6개월째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우리 힘으로 만든 노조를 인정하고, 학습지 교사인 우리의 힘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을 다시 원상회복하자는 것이다." (재능교육 전 지부장 유명자)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만화를 그렸고, 학습지 교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 싶었다." (만화가 김성희)

"저는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김성희 작가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지향한 지점이 제목에 잘 드러나서 놀랐다. 15년 전 재능교육 노조 설립할 때부터 같이했다. 9명이 만든 노조였는데, 며칠 만에 800명이 가입했다. 재능교육 문제가 다른 노동 문제보다 훨씬 예민한 부분이 많은데, 고민 끝에 제가 글을 쓰게 됐다." (작가 하종강)

▲ 왼쪽부터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서분숙, 김수박. ©한겨레출판

울산 현대 자동차 : "2003년부터 10년째 투쟁 중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심각한 격차에 문제 제기를 했을 때 회사는 '정부 정책이 그렇다'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인간은 다 평등한데, 이 사회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저희가 애사심 없이 차를 만들면 언젠가 그 차가 삐거덕거리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린 세대를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철폐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현장에 몸담은 이들 모두 제 조카 같고 막내 동생 같았다. 철탑 농성이 이어지던 1년 동안 미안했고, 아무도 다치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고 모두 건강하게만 이겨내주시기를 바랐는데, 과정에 그렇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이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라지 서로 할퀴는 시간이 되길 원치 않는다. 취재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작가 서분숙)

"투쟁하는 분들의 나이가 저와 거의 비슷하다. 저도 경상도 사람이고, 우리 아이들도 거의 나이가 비슷하다. 만화 그리는 내내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이 남 일이 아니구나, 우리 모두 일이구나, 그걸 만화로 만드는 내내 느꼈던 것 같다." (만화가 김수박)

마지막으로 <섬과 섬을 잇다> 제작을 선뜻 후원했던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권지영 대표에게 감사의 선물을 증정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권 대표는 "'와락'은 타인의 해고가 결코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고 공감한 수만 명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만든,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소개했다. "물론 쌍용차 문제도 6년을 끌고 있어 결코 행복하진 않지만, 그래도 소중한 후원금으로 쌍용차 가족 아이들만 안전하게 키워도 되는 걸까 고민하고 있을 때 <섬과 섬을 잇다> 작업 제안을 받았다. 우리가 잊힐 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기억하기 때문에 주저 없이 손을 잡았다. 이 책이 잘 팔려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소감을 전했다.

<섬과 섬을 잇다> 북콘서트 현장은 내내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직접 만든 한겨레출판과 투자한 '와락'에 대한 감사의 말이 몇 번이고 등장했다. 힘들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대중적 인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덕분에 "최상의 꿈같은 대우, 가장 좋은 대우,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작업할 수 있었다면서 "노동자로서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작가들이 입을 모았다. 고통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어진' 게 아니라 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공동체를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저절로 받게 되었다. 이제는, 독자들과 책이 이어질 차례다.

▲ <섬과 섬을 잇다>에 참여한 작가들의 단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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