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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집행유예…정치 댓글 있지만 대선 개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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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집행유예…정치 댓글 있지만 대선 개입 아냐? 선거법 무죄·국정원법 유죄…집행유예로 재수감 면해
정치 댓글은 있었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해 논란을 예고했다.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정원 요원들의 정치 관련 댓글 활동은 있었지만, 이것이 곧 '선거 개입'은 아니란 얘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개인 비리로 수감됐다가 이틀 전 출소한 원 전 원장은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재수감은 피하게 됐다.

정치 댓글 위법이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

재판부는 국정원 요원들이 원 전 원장 등의 지시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정치 개입을 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개입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요원들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등을 통해 매일 시달 받은 논지와 이슈에 따라 사이버 활동을 했지만, 대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에 개입하라는 원 전 원장의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 개인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년2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우선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원 전 원장 등이)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직접 개입한 것은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허용될 수 없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 밝혔다.

아울러 "국정원의 수장으로서 정치 관여 활동을 누구보다 방지해야 할 위치에서 국책사업 홍보를 지시하고 정부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정당은 비방하도록 지시한 것은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하달됐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사실상 '업무 지시'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 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것에 해당되려면 특정 후보자의 낙선이나 당선을 위한 행위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선거운동이라면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활발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심리전단의 트위터 활동은 오히려 대선을 앞둔 11월에 감소했다"며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 전 원장이 적극적으로 범행을 인식하고 지시하지는 않았으며, 국정원장으로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업무 관행을 탈피하지 못해고 그대로 답습한 부분도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댓글 활동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원 전 원장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셈이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북한이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고, 특히 사이버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심리전단의 주된 목적이 이런 흑색선전에 대응하는데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동기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정원 요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대북 심리전'이라는 국정원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 진 셈이다.

법원 판결 논란…"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다?"

정치 개입은 인정하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비판 여론 역시 고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앞뒤가 맞지 않은 판결"이라며 "한마디로 명백한 사실에 대해 애써 눈 감으려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술은 마셨으되 음주는 아니고 물건은 훔쳤으되 절도는 아니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원세훈 개인은 처벌하되 정권의 정통성은 살려주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받을 타격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인정됐지만, '수사 은폐' 의혹을 받았던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이어 줄줄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를 놓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그 결과 수사 총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옷을 벗었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비롯해 수사팀 핵심 검사들은 줄줄이 문책성 인사를 당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결심 공판에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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