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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올려 금연?…미국 눈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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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올려 금연?…미국 눈치 봐야 한다! [해설] 한미FTA 등 통상협정이 금연정책 발목 잡아
정부가 세수 부족 및 국민 건강 등을 이유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 및 정치권의 반발 외에도 통과해야 할 관문이 더 있다. 바로 미국과의 협의다. 그간 미국과 맺어온 통상 협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엔 한미FTA도 포함될 수 있다.

1988년 담배 시장 개방, 담배 관련 정책 변화 추진 시 미국과 협의하도록 규정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방안이 국회통과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정부가 미국에 이를 통보한 뒤 협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관련 실무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88년 담배 시장 개방을 계기로 미국과 '담배 시장 개방에 관한 한미 양해록'을 체결했다. 양해록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담배 가격이나 담배 포장에 관한 규정 등 담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경우 이를 미국 정부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돼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준비 중인 절차는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담배회사는 '투자자'…정부 금연운동은 ISD에 걸릴 수 있다

한미FTA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FTA에 포함된 ISD(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미FTA 11장의 투자자 조항을 보면, 담배회사를 보호하는 내용이 자세히 열거돼 있다. 요컨대 담배회사는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가 강력한 금연운동을 벌일 때, 미국 담배회사가 국제중재 회부권을 한국 정부에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능성은, 그 자체로 한국 정부의 보건 정책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엘런 쉐이퍼 교수. ⓒ프레시안(자료사진)
지난 2007년 한미FTA 타결 직후, <프레시안>과 만난 엘런 쉐이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 역시 같은 지적을 했었다. 의사이면서 보건 및 통상 관련 시민운동가인 그는 통상 정책이 국민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담배 시장 개방을 계기로 흡연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 게다. 아울러 그는 한미FTA로 인해 정부의 담배 관련 규제가 제약을 받게 되리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한국은 운도 없어…금연운동도 맘대로 못해")

실제로 캐나다 정부가 담배 포장지에 말보로, 카멜 등 담배 회사의 브랜드를 크게 새기지 못하도록 규제하려 하자, 미국 담배회사가 소송 위협을 했던 사례가 있다. 이는 담배 규제에 적극적인 정부 관료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엘런 쉐이퍼 교수는 정부 정책이 ISD 조항으로 인해 국제중재에 회부될 경우 “규제가 공중보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공중보건의 관점'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FTA로 인한 담배 관세 철폐도 중요 변수

또 한미FTA로 인해 담배 관세가 철폐된다는 점 역시 중요 변수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담배에 물리는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 현재 40%인 담배 관세율은 2017년 1월1일 26.6%, 2022년 1월1일 13.3%, 그리고 2027년 1월1일 0%가 된다.

담배 관세 폐지는 담뱃값 인상의 효과를 약간 상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아울러 관세가 아예 없어질 경우, 미국 담배가 한국 담배보다 값이 더 싸지게 된다. 미국 담배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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