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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시프트 금지, 과연 헛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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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시프트 금지, 과연 헛소리일까? [베이스볼 Lab.] 흥행 위한 노력, 조롱보다는 고민을
메이저리그 신임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의 수비 시프트 금지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보다 공격적인 야구경기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던 도중 "예를 들어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에서 시작된 논쟁은 미국 현지 매체와 야구팬 사이에서 거센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수비시프트 금지’ 언급이 지금처럼 지나친 비난을 받을 일인지는 의문이다. <CBS 스포츠>는 공격력 저하의 원인은 볼넷의 감소와 삼진의 증가에 따른 것이며,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서는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것보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CBS의 지적에 동의한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됐던 제한적 퀘스텍 시스템(Questech system)의 폐지 이후 스트라이크 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확대되었다. 그리고 확대된 스트라이크 존은 투고타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롭 만프레드 ⓒArturo Pardavila III
퀘스텍 시스템이란 투수의 투구를 전파로 추적, 컴퓨터가 스트라이크 볼 판정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메이저리그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퀘스텍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었지만, 심판 노조의 거센 반발로 인해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고 금방 폐지되었다. 그나마도 직접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 것이 아니라 심판들의 인사 고과에만 적용하려고 했는데도 말이다. 퀘스텍 시스템이 심판들의 인사 고과에 영향을 미쳤을 무렵,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상하로 매우 좁아졌다. 특히 지금과는 달리 낮은 공은 스트라이크가 되기 매우 어려웠던 때다. 당연하게도 타고투저 시대였다. 약물 복용과 맞물린 결과이기도 했다.

당시 만프레드는 버드 셀릭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 결과를 목격한 실무자다.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축소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를리가 없다. 다만 퀘스텍 시스템이 심판 노조의 강한 저항으로 무마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의 축소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축소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 제한'에 대한 생각은 "스트라이크 존을 축소하면 돼잖아!"라는 생각에 완전히 뭍혔다.

이제 '스트라이크 존의 축소안'에서 벗어나 수비 시프트만 가지고 논의를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수비시프트는 BABIP, 즉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 안쪽으로 떨어졌을 때 안타가 되는 확률을 떨어뜨린다. 수비시프트를 사용하면 실제로 득점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흥행의 화두는 경기 시간의 단축이다. 경기 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야말로 흥행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홍수처럼 넘쳐났다. 경기에서 나오는 득점이 줄어들면, 경기 진행 속도도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수비시프트로 득점이 줄어드는 게 경기 속도와 흥행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기 속도가 빨라야 야구가 재밌다는 생각이 반드시 정답인 것만은 아니다. 야구의 본격적인 인기는 베이브 루스가 담장 밖으로 공을 날려버리면서 시작됐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리걸 디펜스(illegal defence)를 채택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지역 방어를 금지하는 것에 가까운 이 규정으로 인해 화려한 플레이가 늘어나고, 득점이 많아졌다. 지금도 NBA 팬들은 공격 농구를 하는 팀을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수비 축구는 대체로 환영 받지 못한다. 마니아에게는 흥미로운 경기가 입문자에게는 지겨운 일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만프레드의 계획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보다 실제 야구 흥행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프레드는 공격야구를 위해 이미 어느 정도 '전통'이 되어버린 수비 시프트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극단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ESPN의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의 말은 지나치게 과격하다. 올니는 "수비 시프트를 제거하는 것은 투수에게 직구만 던지라는 것보다 더 나쁜 소리”라고 비판하며 “야수가 서 있을 자리에 작은 원이라도 그릴 것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만약 올니의 말처럼 투수에게 직구만 던지라고 할 경우, 수비 시프트의 제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극단적인 타고투저의 시대를 만들 게 분명하다. 작은 원을 그릴 거냐는 비아냥도 마찬가지다. 원이 아니라 수비수가 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하면 된다. 예를 들면 번트 수비 때 1, 3루수들의 전진은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든가, 좌타자를 대비한 시프트 때 유격수는 2루 베이스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같은 것들을 말한다. 만프레드의 언급을 올니처럼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확대해석할 이유가 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수비 시프트를 없애는 데 찬성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에 제한을 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 논의 자체를 막아버릴 만큼 의미 없는 발언이거나, 조롱의 대상이 될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프레드의 말처럼 역사와 전통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옳으냐 그르냐는 그 논의 이후에 판단할 일이다.

결정적으로 수비 시프트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이 논쟁이 생산적으로 흐른다면 수비 시프트의 제한과 스트라이크 존의 축소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흥행을 위한 메이저리그의 여러 가지 논의를 국내야구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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