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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법' 위반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초록發光]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주민 의견을 들어라
최근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신청을 놓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23기의 핵발전소(원전)들은 대부분 경수로형이지만 경주에 있는 월성 1호기부터 4호기까지는 중수로형이다. 중수로형 핵발전소는 캐나다에 의해 설계되고 개발된 핵발전소로서 핵분열을 일으키기 위한 중성자 감속 재료로 보통의 물에 해당하는 경수가 아니라 중수를 사용한다는 점과 핵분열 연료로 농축 우라늄이 아닌 천연 우라늄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우라늄 농축으로 인한 오염 및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반면 동일 출력 대비 사용 후 핵연료의 배출량이 6배 정도 많아 그 보관 및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막대하고 중수 비용도 경수에 비해 비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수로에 비해 안전성이 더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경수로는 핵분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자로 내의 온도와 압력이 증가될수록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 반응이 억제되지만 중수로는 온도와 압력이 증가될수록 오히려 핵분열 반응이 더 증가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핵반응이 폭주할 우려가 더 큰 만큼 비상시 원자로 냉각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수로는 캐나다 이외의 국가에서는 별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며, 개발국인 캐나다조차 신규 핵발전소는 경수로형으로 건설하고 있다. 중수로형을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도 전기 생산 목적보다는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보다 순수한 상태로 저렴하게 추출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수로 역시 박정희 정권이 유신 이후 미국 카터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핵무장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성 1호기의 경우에는 특히 캐나다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 전의 설계 기준에 의해 허가된 핵발전소이기 때문에 더 문제다.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였던 체르노빌 핵발전소도 출력이 증가될수록 핵반응이 폭주할 위험이 있었다. 때문에 캐나다는 1990년 무렵 중수로의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1983년에 가동된 월성 1호기는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유형이다.

월성 1호기의 수명이 연장되려면 그 안전성 수준이 캐나다의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신의 안전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원자력안전법이 이미 규정하고 있다. 특히 월성 1호기와 같이 핵발전소 주변에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부지에 다수의 핵발전소가 입지한 경우에는 최신의 안전 기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여 설비가 보강되는 것을 전제로 연장 여부가 심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강화하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최신의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사업자의 입장과 지역 주민을 포함한 시민과 전문가 등의 입장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업자는 가급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수명 연장을 하려는 유인이 있고, 시민들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안전성을 최대한 강화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규제 기관으로서는 사업자의 입장만 고려하여 심사를 하면 안 되고 지역 주민, 시민단체,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야만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심사를 균형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우리 법제상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절차에서 위와 같은 의견수렴을 하는 절차가 없었다가 최근 원자력안전법의 개정을 통해 그러한 절차가 도입되었다. 2015년 1월 20일자로 공포된 개정 원자력안전법 제103조(주민의 의견 수렴) 제1항은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허가를 받고자 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개정되었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신청자'라 한다)는 제10조 제2항·제5항, 제20조 제2항 또는 제63조 제2항에 따른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를 작성할 때 제3항에 따른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위원회가 정하는 범위의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 경우 주민 의견 수렴 대상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의 주민의 요구가 있으면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야 한다.<개정 2015.1.20.>

(…)

2.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 시설의 설계 수명 기간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하여 운전하기 위하여 제20조 제1항 후단에 따른 변경 허가를 받으려는 자"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위와 같이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원자력안전법 제103조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사업자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수정한 기존의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만 가지고 수명 연장 절차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개정 원자력안전법 제103조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 대해서도 반드시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고, 만약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러한 절차 없이 승인을 강행하려 한다면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에 관한 규정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수명 연장 신청을 하기 위한 요건임은 물론이지만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 연장 여부를 허가하기 위한 요건이기도 하다. 국회의 법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국회는 아래처럼 그 입법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2012년 고리 핵발전소의 전력 공급 중단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핵발전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음. 이에 핵발전소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의견수렴을 강화하도록 하고, 주민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청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역할을 명료하게 하고자 하는 것임."

이러한 입법 취지로 보더라도 수명 연장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한 이유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가급적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최소한의 안전성만 갖추어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편향된 이해관계에 기하여 일방적으로 작성한 서류만 가지고 심사하는 경우와 비교해볼 때 철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안전성 강화에 대한 대안과 대책들이 제시된다면 규제 기관이 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개선 등의 요구 수준을 정하거나 기준이 제대로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여 법률을 개정한 것인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법 취지를 무시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사태라고 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모든 핵발전소의 가동을 임시로 중지시킨 후 새로이 규제 기관을 정비하고, 한층 강화된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마련하였다. 일본의 핵발전소 사업자들은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과도한 비용이 들거나 보완이 사실상 불가능한 노후 핵발전소들에 대해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른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포기하고 있다. 수명 연장시 주민 의견 수렴 제도 또한 절차적으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월성 1호기와 같이 이미 수명 연장 신청을 과거에 하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규제 기관이 수명 연장 허가를 하는 시점에서 법령에 의거하여 수명 연장 허가 시점의 절차적, 실체적 안전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적법한 조치이다. 과거에 절차에 관한 안전 기준이 없었다고 해서 당시 기준에 의거하여 신청을 한 사업자의 이익만을 보호해주려 한다면 이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법령의 준수 의무를 저버린 채 사업자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위법한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나 안전성 분석 보고서 등에 대한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는 사업자로 하여금 의견 수렴을 해오도록 규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원자력규제위원회 산하의 행정판사로 구성되는 중립적인 원자력안전인허가위원회라는 조직이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청회 등의 절차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중요한 인허가 행위를 하기 위한 위원회 차원의 부속 절차이지 사업자의 신청 요건에 관한 절차가 전혀 아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자로 하여금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를 작성함에 있어 주민 의견 수렴을 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으나 그 본질에 있어서 주민 의견 수렴 제도는 단순히 사업자의 신청 요건이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 요건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개정 원자력안전법의 시행일에 관하여 원자력안전법 부칙 제1조(시행일)는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103조 제1항의 개정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한 조항은 2015년 1월 20일부터 적용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업자로 하여금 개정된 법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이행하여 의견들이 반영된 새로운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야할 것이다.

게다가 2014년 5월 21일자로 개정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20조의2(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 등)는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을 예방적 보호 조치 구역과 긴급 보호 조치 계획 구역으로 구분하고, 긴급 보호 조치 구역을 핵발전소 주변 20킬로미터 이상 30킬로미터로 정함으로써 기존의 8킬로미터 내지 10킬로미터에 불과했던 비상 계획 구역을 확대하였다. 이러한 비상 계획 구역의 확대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의 범위를 감안한 반성적 고려에서 이루어진 입법이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에 의할 때 원자력안전법 제103조에 의한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의 대상이 되는 주민들의 범위는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 안의 주민들로 정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기존의 건설 허가 당시 핵발전소 주변 8킬로미터 내지 10킬로미터 이내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으나 개정 법에 의하면 20킬로미터 내지 30킬로미터까지 확장한 범위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같이 월성 1호기가 건설 당시 핵발전소 주변 8킬로미터 내지 10킬로미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법이 규정하는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과 일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새로 행해져야만 새로 확장된 비상 계획 구역에 부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기존의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로 얼렁뚱땅 넘어가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문제는 신규 핵발전소를 허가하는 문제와 같이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성격의 중대한 사안이고, 이러한 중대한 사안에 관하여 사업자로 하여금 실체적, 절차적으로 최신의 강화된 안전 관련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규제 기관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개정된 비상 계획 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를 새로이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요구를 하여야 하고, 만약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수명 연장 불허가 결정을 하여야만 할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수명 연장을 위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출한 상태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이러한 압박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굴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명 연장 허가가 날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당연히 수명 연장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미리 막대한 금액의 설비 개선 자금을 지출한 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의 행태는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배임적 행태는 향후 시정되어야 할 부당한 행태에 불과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압박에 무관하게 법에 의거하여 최신의 강화된 실체적, 절차적 안전 기준의 충족 여부를 엄밀하게 심사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안전법 부칙 제3조(주민의 의견수렴에 관한 특례)는 "이 법 공포 후 6개월 이내에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 시설의 설계 수명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하여 운전하기 위하여 제20조 제1항 후단에 따른 변경 허가를 신청한 자는 변경 허가를 신청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제103조 제1항의 개정 규정에 따른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보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의견 수렴 절차에 관한 보완 규정을 두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위 부칙 제3조를 원자력안전법 개정 이전에 신청한 경우에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근거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반대 해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부칙 제3조는 법 개정 후 수명 연장 신청을 하는 경우에 대한 주의적이고 확인적인 규정에 불과하여 그 반대 해석을 통해 법 개정 이전에 신청이 이루어진 경우에 대한 법 적용 면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칙에서 명백하게 적용을 배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칙 3조를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위법하다.

원자력안전법 개정 조항이 과거 수명 연장 신청을 한 월성 1호기에 대해 적용되어야 할 것인지 여부는 부칙 제3조의 반대 해석을 통해 도출되지 않으며, 개정 조항의 입법 취지와 주민 의견 수렴 제도의 취지 및 원자력안전법상의 최신 안전 기준 적용 원칙 등에 의거하여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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