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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사냥당해도 되는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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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사냥당해도 되는 마녀? [민교협의 정치시평] 흡연자를 위한 변론
담배세 2000원 인상은 비율로 따져 볼 때 담배가격 80% 인상을 가져 왔다.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애연가들은 가뜩이나 지난 정부의 금연정책에 의해서 코너로 몰리다가 완전히 스트레이트 강펀치를 얻어맞은 셈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국민들은 더 죽여야 한다고 환호하며 쾌재를 불렀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범죄도 아니고 부도덕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국가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몰매를 맞는 기현상이 정당화되고 있다.

막걸리와 소주 같은 대중주 그리고 담배는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해 온 상징성이 크다. 60년대에서 80년대 농촌에서 어르신들의 생신 날 담배 한 보루를 신문지 포장으로 말아 선물을 드리는 게 미덕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친분을 트는 도구로 담배는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다. 청춘을 바친 군대에서도 "화랑담배 연기 속에" "한 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와 같은 군가를 목청껏 부르곤 했다. 군인들에게 담배가 지급되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물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일탈의 재미에 빠져 담배를 접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군대를 통해서 담배를 만났다. 국가가 고생하는 국민들의 노고를 담배로 위로했던 것이다.

그러나 담배는 니코틴이라는 중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한번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가 매우 힘들다. 금연을 포기한 채 평생 담배를 입에 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면 흡연자들은 고통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격 폭등, 금연공간을 확대하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들은 흡연자들의 자존심마저 완전히 뭉개버리는 것이다. 일본 작가 츠즈이 야스타카는 이렇게 과도한 금연정책에 억울한 흡연자들의 저항감을 표현한 <최후의 끽연자>라는 공상소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화면 갈무리

흡연자는 마녀?

서울은 물론 웬만한 도시에서 담배를 피우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식당과 술집, 커피숍들도 담배를 피울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영자들은 매출이 급감하여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일 식당을 운영하는 어떤 자영업자가 흡연자 단체와 함께 모든 음식점에 금연 정책을 적용하는 법은 영업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합법적으로 생산, 판매되는 담배를 엄청난 세금을 물면서 구입하여 소비하는데 소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금지당하니 억하심정이야 오죽할까? 같은 논리대로라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 자동차는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을 배출하므로 아무리 비싼 세금과 가격을 물고 기름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운행을 금지시켜야 한다. 거의 모든 도로는 폐쇄하는 것이 맞다.

금연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고작해야 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어디 담배만 그렇겠는가? 오히려 공장과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대기오염의 주범이고, 사회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야말로 건강의 최대의 적이다.

14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 횡행했던 마녀사냥의 모습이 떠오른다. 합리적 이유 없이 마녀로 낙인찍어 수많은 사람,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였던 야만의 행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인 마녀는 빨갱이와 전라도였다. 국가 권력에 도전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 빨갱이로 몰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독재권력에 대항하는 야당의 지도자로서 부상하자 그 출신지역인 전라도를 빨갱이와 엮어서 탄압하였다. 전라도 문제는 지역감정 또는 지역차별이라는 비판 때문에 70~80년대와 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빨갱이 문제는 최근 소위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이제 종북에 더하여 흡연자가 새로운 마녀로 등극하였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전통적인 독재권력 치하에서 "빨갱이", "좌경용공", "종북" 등의 마녀사냥을 통해 억압당해 왔다면, 이제 혐오의 대상으로 흡연자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국가에 비싼 세금 바치고 KT&G 수입 올려주고도 열등자인 양 억압당하는 흡연자의 모습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마녀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금연정책은 국민 분열정책?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혐연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담배연기 흡입을 강요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담배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연정책은 합법적으로 담배를 팔게 하여 국가와 기업은 이익을 챙기면서도 부당하고 과도하게 금지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흡연자들은 억울함과 황망함을 호소하지만, 비흡연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흡연자는 과도하게 억압을 해도 동정을 받지 못한다. 백인이 흑인을 멸시하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냉대하고,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을 차별하는 것과 같이 비흡연자들은 흡연자의 고충을 이해하기는커녕 흡연자가 당하는 고통에 대하여 반기는 듯하다. 미국에서 흑인을 차별한다고 하여 백인들이 광범위하게 공분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을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존재로 몰고 그들을 위한 복지를 축소하여도 세상은 그리 분노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면 인간 대접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흡연자에게 과도하게 돈을 부담시키고 도처에 흡연을 금지시켜도 오히려 잘 했다고 한다.

유색인종, 빈민, 공부 못하는 학생, 흡연자 이들은 죄인도 아니고 부도덕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혐오의 대상이다. 혐오의 감정을 이용한 정치는 이렇게 국민을 두 개의 집단으로 분리하여 차별적으로 억압한다. 그리고 오히려 환영받는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인간을 혐오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나 정책은 매우 나쁘다. 오히려 타파해야 한다.

담배의 생산, 판매를 금지하든지

담배가 그렇게 건강에 안 좋고 의료비 상승을 유발한다면 정부는 담배의 생산과 공급, 판매와 소비 등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 흡연자들 중에는 이러한 입장을 갖는 이들이 상당 수 있다. 세상에 담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피울 수 없지 않은가?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버젓이 담배를 생산케 하고 판매도 하면서 피우는 것만 금전적, 행동적으로 억압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일 뿐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위 과잉제한금지의 원칙이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법률을 제정하여 흡연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복리를 해치는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왜 허용하는 것일까? 이것부터가 문제가 된다. 아니, 이것조차 문제가 아니라고 하자. 합법적으로 판매하여 이익을 빼먹고 왜 소비를 금지시키는가? 이것은 흡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석을 해도 정부의 담배값 인상과 각종 금연조치는 권력의 과잉작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말대로 담배가 유해물질이라면 당장 생산과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면 흡연권과 혐연권의 균형을 맞춰 과잉제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혐오를 공인하는 사회라면 민주주의는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독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독재를 지지하는지 민주주의를 원하는지 잘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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