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메이저리그를 배회하고 있다. 토미존 수술이라는 유령이”
<토미존 선언>이라는 책이라도 펴내야 하는 것일까. 지난 시즌부터 유난히 메이저리그에서 ‘토미존 수술’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팔꿈치 부상이라는 역병은 올 시즌에도 도무지 멈출 생각을 안 하고 퍼져 나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인 다르빗슈마저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토미존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야구 팬들에게도 토미존 수술은 전혀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정민태, 류현진, 오승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 투수들은 이 수술이 아니었다면, 야구를 진작에 그만둬야 했을지 모른다.
토미존 수술의 정식 명칭은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1974년 미국의 프랭크 조브 박사가 당시 LA 다저스 투수 토미 존(Tommy John)에게 처음으로 이 방법으로 수술을 하면서 ‘토미존 수술’로 알려지게 됐다. 이 수술 이전까지만 해도 일단 팔꿈치 인대가 고장난 투수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그대로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토미 존이 이 수술로 재기에 성공하면서, 이후 수많은 투수들이 부상에서 재기해 제 2의 선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최초의 수술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은 토미존 수술 경험자가 없는 팀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한 수술이 됐다.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선수가 1~2년 내에 경기장에 복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야구팬이라면 의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을법한 이야기다. 지금부터는 야구팬도 헷갈리기 쉬운, 토미존 수술에 관해 널리 퍼져있는 오해와 편견을 Q&A 형식으로 살펴보자.
Q: 토미 존 수술은 투수만 받는다?
A: 아니다. 투수의 투구 동작 자체가 신체 역학에 반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주로 투수들의 팔꿈치가 많이 망가지고, 그러다 보니 수술을 받는 투수들이 더 많을 뿐이다. 토미 존 수술은 팔꿈치 인대를 다친 야수들도 받는다. 최근 토미존 수술을 받은 유명 야수는 류현진의 팀 동료인 LA 다저스의 외야수 칼 크로포드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포수 맷 위터스 등이 있다. 국내 야수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대표적인 선수는 추신수나 박병호를 꼽을 수 있다.
Q: 토미존 수술은 야구선수만 받는다?
A: 아니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팔꿈치 인대 부상을 입으면 토미 존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주로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 잦은 종목 선수들이 받게 된다. 실제 토미 존 수술 창시자인 프랭크 조브 박사의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은 자벨린(투창) 선수가 대상자였다. 미국의 또 다른 인기 종목인 미식축구에서도 장거리 패스가 주 임무인 쿼터백 선수들이 종종 토미 존 수술을 받는다.
Q: 토미 존 수술은 던지는 반대쪽 팔꿈치 인대를 떼서 연결하는 것이다?
A: 아니다. 토미 존 수술이 팔꿈치 인대를 교체하는 수술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수술이 단순히 반대쪽 팔꿈치 인대의 일부를 떼어내서 고장 난 쪽 팔꿈치 인대와 바꾸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토미 존 수술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식편은 장장근의 힘줄이다. 장장근은 손목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팔 안쪽에 위치한 ‘근육’으로 ‘인대’와는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약 15%의 사람에게는 장장근이 없다는 사실. 이 경우는 신체 다른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데, 햄스트링에 있는 근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내 몸에 장장근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굳이 몸을 뜯어보지 않고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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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토미 존 수술은 선수를 과거에 비해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준다?
A: 토미존 수술에 대한 미신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 있다. 미국에서도 종종 학부모들이 의사에게 자기 아이가 만약 토미 존 수술을 받을 경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느냐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국내 일부 학부모들은 아직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심각한 부상이 아닌데도 일찌감치 수술대에 올리기도 한다.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 구속이 빨라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토미존 무속신앙에 대해 토미 존 수술을 하는 여러 의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아니오’라고 답한다. 토미존 수술은 다친 인대를 ‘복원’하는 수술이지 인체 개조를 통해 더 나은 신체를 만드는 수술이 아니다. 수술 이후 과거보다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도 종종 있지만, 이는 수술 자체보다는 1) 수술을 받은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팔에 휴식을 줘야 하는데 휴식으로 인한 효과 2) 힘든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신체 여러 부분이 강화되기 때문에 3) 부상 재발을 피하기 위한 투구 메커니즘 수정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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