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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재로 남은 우리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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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재로 남은 우리 아이들처럼… [현장 스케치] 세월호 유가족 광화문 광장 삭발식 풍경

삭발이란, 언제든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의식이라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미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들, 딸에게 가지 못해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2명의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머리를 잘랐습니다. 한 줌 재로 남은 아이들처럼, 엄마아빠의 머리털도 한 줌 뭉치가 되어 차디찬 돌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제대로 진실을 밝혀달라"는 울부짖음에 돈 몇 푼으로 화답한 정부에 유가족들은 "치가 떨리고 어쩔 줄 몰라" 삭발을 하기로 했습니다.

삭발식을 진행하기 전, 성치 않은 몸으로 목발을 짚은 채 마이크를 잡던 ‘호성 엄마' 정부자 씨의 절규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엄마아빠들 제발 좀 깨어나세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사세요. 우리 평생 살 거 아닙니다. 살아있는 애들한테 안전한 나라 만들어주자고요. 세월호 가족들이 욕심 갖고 그러는 줄 아는데, 대한민국 어른이라면 정신 좀 차립시다. 움직여주십시오."

2일 현장 기사에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사진들을 꺼내봅니다.



"제가 이런 나라에서 내 새끼를 낳고 키웠는지 모르겠다. 기가 막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습니까. 대통령이 있으면 나와. 대통령 있으면 나와. 내 새끼 살려내."('호성 엄마' 정부자 씨)

"예은아! 아빠 머리 깎는다. 얘들아, 너희가 아빠 머리 깎는 모습 못 봤을 거야. 실컷 웃어. 엄마 아빠들은 너희들이 왜 갔는지 밝혀줄 테니까 너희들은 웃어. 아빠는 울게. 아빠가 외칠게. 끝까지 힘을 주고 지켜봐 줘. 끝까지 할 테니까." ('예은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머리는 자르면 또 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매일 눈이 빠져라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꽃도 피고 봄이 되어 4월 16일이 곧 돌아옵니다. 부모들이 왜 절규하며 몸부림 치는지 다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짐승 같은 세상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만 엄마 이미경 씨)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태극기 안 달아본 적 없습니다. 아들한테 군대 꼭 가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던 그 나라에서 저는 우리 아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게 죄스러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아들 '카카오톡'을 보니, 친구들한테 '우리 동반 입대해서 좋은 나라에서 같은 즐거운 내무반 생활하고 똑같이 제대해서 보람된 일을 하면서 커 나가자'고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미안해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더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이것(삭발)밖엔 해줄 게 없어요." ('승현 엄마' 임현실 씨)

"이쁩니까? 저는 시원합니다. '엄마 엽기네.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재욱이가 머리 자르는 내내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재욱이가 방금 저한테 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위에서 보니 제가 보지 못했던 세상이 다 보여요. 손 잡고 안아주고 만지지 못해도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웃으면서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엄마가 삭발을 하네요. 그 모습도 좋습니다. 어머니 하고 싶은대로 하십시오. 그데 제가 지켜보니 제가 살고왔던 그 세상, 어머니 사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친구들, 엄마 아빠 눈에 피눈물 나지 않게 하는 모습 정말 보고 싶어요. 그렇게 살 수 있게 응원할 테니 마음껏 싸우세요. 많은 분들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 볼 것입니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그 세상엔 함께 움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여러분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에요. 함께 움직여주고 행동해서 밝은 빛이 나는 나라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약속해주실 거죠? 믿겠습니다." ('재욱 엄마' 홍영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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