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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브렐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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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브렐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베이스볼 Lab.] 개막 앞두고 희대의 트레이드 터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하나로 꼽히는 크레이그 킴브렐(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시즌 개막 직전에 트레이드되는 일이 일어났다. 팬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베이스볼랩>의 두 필자가 이번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글을 각각 다뤘다. 함께 소개한다.

트레이드 개요

애틀랜타: 크레이그 킴브렐, 멜빈 업튼 주니어 ↔ 샌디에이고: 카메론 메이빈, 카를로스 쿠엔틴, 맷 위슬러, 조던 파로백, 41번째 드래프트 픽


킴브렐 트레이드, 밑지는 장사 아니다 / 박성용 블로거


한국시간으로 4월 6일 오전,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크레이그 킴브렐이 올해 제대로 ‘지름신’이 강림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됐다. 애틀랜타는 킴브렐과 최근 멜빈 업튼 주니어로 이름을 개명한 B.J. 업튼을 샌디에이고로 넘기는 대신 외야수 카메론 메이빈, 카를로스 쿠엔틴과 투수 유망주 맷 위슬러, 외야수 유망주 조던 파로벡, 그리고 전체 41번째 드래프트 픽을 받아왔다.

트레이드 직후 애틀랜타 팬들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넘겼음에도 확실한 대가를 받아오지 못한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는 결코 나쁜 트레이드라 볼 수 없다.

먼저 애틀랜타는 특급 마무리투수가 필요 없는 팀이다. 마무리투수는 전력이 갖춰진 팀의 '마지막 조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기둥조차 없는 집에 지붕을 올려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애틀랜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전통의 강호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올 시즌 현재의 선수 구성 상으로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꼴찌를 다툴 가능성이 높았다.

ⓒAP=연합뉴스

그렇다고 당장 가까운 시일 안에 경쟁력 있는 팀 구성이 가능할 만큼 좋은 유망주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뿐 아니라 당분간은 킴브렐을 데리고 있더라도 애틀랜타의 팀 성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킴브렐의 거대한 잔여 계약(올해 900만 달러, 내년 1100만 달러, 2017년 1300만 달러, 2018년 1300만 달러의 팀 옵션, 100만 달러의 바이아웃)을 굳이 떠안고 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

또 불펜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휘발성이 강한 포지션이다. 오늘(개막일) 마무리인 투수가 시즌 종료 시점에서도 계속 보직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 현재 각 팀의 주전 클로저 중에서 3년 전인 2012년 개막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단 6명(조 네이선(디트로이트), 휴스턴 스트리트(LA 에인절스), 페르난도 로드니(시애틀), 조나단 파펠본(필라델피아),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네티), 크레이그 킴브렐)에 불과하다. 킴브렐을 계속 데리고 있다 하더라도, 계약 종료 시점까지 킴브렐이 계속 팀의 마무리투수로 남을 확률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 타이밍을 놓치면서 많은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고 있다.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전력임에도 에이스 클리프 리를 제때 트레이드하지 않았고, 부상으로 이제는 아예 거래조차 불가능해진 상황. 여기에 또 다른 좌완 에이스 콜 해멀스조차 팔지 않으면서 ‘학습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 존 하트 단장은 필리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잘 삼은 경우다. 일반적으로 불펜투수는 선발투수보다 더 불안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존재다. ‘킴브렐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나, 더 가치가 높을 때 팔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어디까지나 나중에 일이 잘 풀리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설령 킴브렐을 데드라인에 팔더라도,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수준급 유망주들을 받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 구단 모두가 마무리투수는 과대평가된 포지션이며, 세이브는 과대평가된 스탯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제 마무리투수를 데려오기 위해 수준급 유망주를 내줄 팀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멜빈 업튼 주니어는 현 메이저리그의 대표 먹튀 중 하나인 선수다. 잔여연봉이 무려 4635만 달러나 되지만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팀에 이익이 될 정도로 부진해 처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러나 킴브렐이라는 '미끼'를 던지면서 애틀랜타는 업튼의 잔여연봉을 단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다.

2012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먹튀' 칼 크로포드 처리를 위해 수준급 1루수였던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같이 LA 다저스로 넘기면서 엄청난 규모의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킴브렐의 트레이드는 절약한 돈의 단위수가 다르긴 하지만, 본질적으론 비슷한 형태의 트레이드다.

받아온 카를로스 쿠엔틴이나 카메론 메이빈도 잔여계약이 있는 선수지만, 결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이 트레이드를 통해 총 5500만 달러의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다른 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는 브레이브스에겐 팀 운영에 있어 더욱 큰 이득으로 느껴질 것이다.

리빌딩중인 팀이 최근 2년동안 연평균 fWAR 2.3을 기록한 클로저를 넘겨주고, 5500만 달러를 절약하면서 3선발의 가능성을 가진 투수 유망주와 갈 길은 멀지만 가능성을 지닌 외야수 유망주와 드래프트 픽을 챙겼다. '킴브렐'이라는 이름값만 지우고 보면, 애틀랜타는 당연히 해야 하는 트레이드를 했을 뿐이다.


킴브렐 트레이드는 ‘멍부’ 단장의 실수다 / 이현우 블로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부터 '최강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을 영입했다.

MLB.com은 4월 6일(한국 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부터 크레이그 킴브렐과 멜빈 업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전했다. 대가는 카를로스 쿠엔틴, 카메론 메이빈, 맷 휘슬러와 2015년 드래프트 41번째 픽이다.

개막전을 앞두고 현역 최고의 마무리 투수(통산 ERA 1.43 186SV)가 트레이드된 이유는 왜일까.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와 애틀랜타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샌디에이고의 입장
샌디에이고는 겨우내 8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맷 켐프, 윌 마이어스, 저스틴 업튼 등 강타자들을 영입하며 타선 보강에 나섰다. 게다가 FA 선발 투수 제임스 실즈마저 영입했다.
이런 움직임은 성공할 경우 엄청난 전력 상승을 이룰 수 있지만, 실패할 위험성이 높은 도박이기도 하다. 켐프는 엉덩이 양쪽에 관절염이 발견됐고, 마이어스는 손목 부상 이전에도 성적이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프렐러 단장의 거침없는 행보 덕에 지난 7년간 5할 승률 이상을 한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팀이 단숨에 주목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적체된 외야 자원을 활용해서 킴브렐을 영입한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지만, 이번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의 향후 3년간 연봉은 5645만 달러나 늘어났다. 멜빈 업튼의 기대치가 0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킴브렐 한명을 쓰기 위해 연간 1900만 달러씩 3년을 지출하는 셈이다. 마무리 투수 한 명에게 쓰기에는 지나치게 큰 금액이다. 구원 투수가 부상당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트레이드 역시 도박처럼 보인다.
게다가 킴브렐이 없을 때도 샌디에이고의 구원 투수진은 상당히 준수했다. 펫코파크를 홈구장으로 쓰면서부터 샌디에이고는 구원 투수들의 천국이었다. 지난해에도 호아킨 벤와(54.1이닝 ERA 1.49), 케빈 쿼큰부시(54.1이닝 ERA 2.48). 닉 빈센트(55이닝 ERA 3.60)으로 구성된 승리조를 구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킴브렐의 영입은 중복투자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킴브렐의 영입으로 LA 다저스에게 쏠려있던 캘리포니아 팬들의 관심을 샌디에이고에 돌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킴브렐 트레이드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프렐러 단장은 의도적으로 '화려한' 선수를 영입해왔다. 최근 재평가되고 있는 수비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홈런을 쳐줄 수 있는 거포들을 영입한 것이 그 예다. 실제의 가치를 떠나서 팬들은 건실한 수비력을 갖춘 평범한 타자보다는 수비력이 형편 없더라도 화려한 타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는 투수도 마찬가지다. 같은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를 기록하더라도 팬들은 평범한 선발 투수보다는 화려한 마무리 투수에 열광한다. 벌써부터 샌디에이고의 팬들은 킴브렐의 영입에 열광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애틀랜타의 입장
애틀랜타는 2014시즌 주전 외야수였던 저스틴 업튼, 제이슨 헤이워드, 에반 게티스를 차례로 트레이드하며 리빌딩에 들어섰다.
중계료가 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 구단주 테드 러너가 맺은 메이저리그 최악의 중계권 계약은 점점 애틀랜타의 재정을 옥죄고 있다. 애틀랜타는 2026년까지 <FS Sports>로부터 연간 20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사이의 금액을 받는다. 남부지역 최대 도시 중 하나를 연고지로 삼은 팀이 받기에는 너무나 적은 금액이다. 심지어 2019년을 기점으로 7년간 애틀랜타는 가장 적은 중계권료를 받은 팀이 되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따라서 페이롤(선수단 총 연봉)을 낮추려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페이롤 정리를 위해서 가장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선수는 멜빈 업튼이다. 멜빈 업튼은 지난 2년간 타율 .198 21홈런 61타점에 머물렀지만, 2015시즌 팀 내 최고 연봉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를 받아줄 구단은 없다. 트레이드를 위해서는 매력적인 '미끼'가 필요했다.
단장 역할을 맡고 있는 존 하트가 생각한 '미끼'는 킴브렐이었다. 킴브렐과 업튼을 샌디에이고로 보내면서 애틀랜타는 킴브렐의 잔여 연봉 3년 3300만 달러(바이아웃 100만 달러), 멜빈 업튼의 연봉 3년 4645만 달러를 덜어낼 수 있었다. 받아온 쿠엔틴의 연봉은 1년 800만 달러, 메이빈은 연봉이 2년 1500만 달러(바이아웃 100만 달러)다.
즉, 애틀랜타는 이 트레이드를 통해 3년간 총 5645만 달러를 아끼면서 메이빈과 휘슬러, 2015년 드래프트 41번째 픽을 얻을 수 있었다. 트레이드와 동시에 쿠엔틴을 DFA(지명할당)한 것을 보면, 애틀랜타의 목적이 '연봉 덜어내기'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킴브렐을 트레이드 한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리빌딩 팀에 마무리는 사치기 때문이다. 리빌딩 팀은 이기는 경기가 적으므로 마무리 투수가 등판 상황이 적게 주어진다. 이런(이론적인) 의미에서 업튼과 함께 묶일 선수로는 마무리 킴브렐이 적격이었다.
킴브렐이 다음 시즌에 거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많아야 2 정도다. WAR 2는 '메이저리그 평균'정도의 야수의 기여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디오너 나바로(토론토 블루제이스, WAR 2), 더스틴 애클리(시애틀 매리너스, WAR 2)와 멜빈 업튼을 묶어 3년간 총 5645만 달러를 절약했다면 존 하트 단장 대리의 평가는 치솟아 올랐을 것이다.
문제는 애틀랜타가 '연봉 덜어내기'에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몇 가지 심각한 실책을 저질렀다는데 있다.
킴브렐 트레이드의 성패는?
사실 한 트레이드의 성패를 미리 예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트레이드는 여러가지 변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트레이드에 참여한 팀들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시작부터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보기 드문 트레이드였다.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겨우내 프렐러 단장은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일관된 움직임을 보였으며, 트레이드 시기도 적절했다. 마무리 투수 한 명에게 연간 190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은 다소 사치스럽지만, LA 다저스에게만 편중되어있었던 관심을 확실하게 돌려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애틀랜타는 많은 연봉을 절약할 수 있었으나 1) 새 구장(선트러스트 파크)로의 이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선수 킴브렐을 팔아 치우며 흥행에 차질을 빚었고, 2) 마무리 투수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시기에 트레이드를 단행했으며, 3) 무엇보다도 일관되지 않은 행보를 통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특히 주전 외야 세 명을 떠나 보내는 시기에 한편으로는 FA 외야수 닉 마카키스를 4년 44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것이나, 잔여 연봉이 2500만 달러(650만 달러 보조)나 되는 트레버 케이힐을 영입한 것은 어중간한 움직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선수단 총 연봉을 극단적으로 낮췄다고 보기도 애매할뿐더러 그 과정에서 특출한 유망주를 영입한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직장인 상사 유형 분석'이라는 글이 인터넷에 화제를 모았다. 그 글에서는 상사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똑게(똑똑한데 게으른),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멍게(멍청한데 게으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가 그것이다.
글에 따르면 가장 좋은 상사는 '똑게'다. 머리가 좋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잡아주면서도 본인이 직접 하기 보다는 부하에게 위임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나쁜 상사는 '멍부'였다. 분명 열심히 일하지만, 일에 방향성이 없고 그저 성실해 보이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는 '멍부'는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된다.
존 하트 단장 대리가 겨우내 바쁘게 움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일관된 목적을 가지고 트레이드를 진행해왔는지 의문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인해 존 하트가 주장하는 '리툴링(retooling)'은 더 혼란스러운 개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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