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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정치권, 세월호 악용 유혹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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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정치권, 세월호 악용 유혹에서 벗어나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노무현 통찰 높이 평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연일 정치권과 정부에 인양을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고 물으며 세월호 인양을 통해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과 그의 어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고 껴안고 싶어서'(라는 마음으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 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종자 가족들은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면서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라고도 했다.

"정치권, 세월호 참사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6일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과 6년 전 침몰한 천안함을 인양했던 것을 연결지었다.

그는 "(경기도) 평택 2함대에 인양해 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유가족뿐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인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세월호 인양에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적극적 설득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정부와 정치권이 세월호를 이용해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고,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도 말했다.

노무현 통찰력 높이 평가…"새누리당도 양극화 고민"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대부분의 분량을 그간 꾸준히 강조해 왔던 '진영 논리를 넘는 합의의 정치'를 역설하는 데 할애했다.

그 첫번째 주제가 세월호 인양이었으며, 이를 이어 그는 '성장과 복지'를 주제로 연설을 해나갔다.

유 원내대표는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면서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면서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 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도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진영 싸움'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다"면서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여당 시절 추진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는 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 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했다'는 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한 말이다.

"野, 공무원연금개혁 합의해야 경제정당 평가"

유 원내대표는 이어 "합의의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고 말한 후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장'에서 정치의 본능은 득표"라면서 "그 동안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반복되었고, 이는 국가재정, 국가발전에 큰 피해를 주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인기 없는 일'의 대표적 예로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내세웠다. 다수 유권자인 공무원들의 저항을 받더라도 여야 합의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그는 "공무원연금개혁은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군사작전 하듯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고, 20년 전 김영삼 정부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이라면서 "'급하게 졸속으로 하지 마라'는 정치적 수사로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 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 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다"면서 "그 결정은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기한 정함 없는 논의'란 새정치연합 측 주장을 뒤로 하고 '시한 내 처리'란 기존 새누리당 입장을 재차 역설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새정치연합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인 2007년에 그 어려운 국민연금 개혁을 이루어낸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민연금 개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보셨던 문재인 대표께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해 주신다면 국민은 경제정당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금·복지 논의 위한 여야 합의기구 추진"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 '인기 없는 과제'의 두 번째로 그는 복지 확대와 증세를 꼽았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의 어려움을 "'세금을 올린 정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금언이 있을 정도"라는 말로 설명한 후 "문제는 134조5000억 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134조5000억 공약가계부'란 별도의 증세 없이 지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만을 통해 복지 재원인 134조5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다.

그는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은 22조2000억 원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란 주장은, 지난 2월 초 그가 막 원내대표로 선출되었을 때만 해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꺼내놓던 이야기였다.

경제·사회 분야에선 자타 공인 새누리당 내 개혁파로 분류되는 그는,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세금 정책을 이처럼 비판하며 새누리당을 청와대로부터 분리해내는 데 일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부자 증세 우선'을 외치면서 애써 '보편 증세'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새정치연합과도 차별화된 행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는 이날에도 역시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면서 새정치연합과 선을 그은 후 그의 지론인 '중(中)부담-중복지' 체제로 현재 체계를 확대하기 위해선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여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野·政 경제정책 동시 비판…"진짜 저성장 해법 찾아야"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성장잠재력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경제정당'을 주창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단기부양책'에 집착해 온 박근혜 정부를 동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100년까지 한국경제가 성장을 못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세 가지 요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저성장의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20세기의 성취를 21세기에 다 날려보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첫 번째 화살은 정부를 향했다. 그는 "국가재정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는가"라면서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외환위기처럼 극심한 단기 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천민 자본주의 벗어나 노사정 대타협해야"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성장의 해법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기업들을 향해 "천민 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 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다그쳤다.

이어 정부에게는 "재벌 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성장 잠재력과 상관없는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LTV·DTI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높였다"

그는 경제 분야의 마지막 주제로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그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한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정당, 말 한 마디로 되는 게 아니다"

그의 마지막 주제의 연설은 '안보'였다. 안보·국방 영역에선 당내 '보수 강경파'를 자처하는 그는 이날에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통일 이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 경제의 발전, 북한 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은 그런 이성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의 뼈대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최근 '천안함 침몰은 북한 폭침'이라고 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을 겨냥해 "안보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북핵과 사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스스로 안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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