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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남자와 업주는 벌주고 여자는 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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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남자와 업주는 벌주고 여자는 봐주자! [성매매 처벌법 위헌 소송] 성매매 경험 여성의 목소리
9일부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 위헌 소송 공개 변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위헌 소송의 핵심은 성 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재의 성매매 처벌법 조항의 위헌 여부입니다. 법무무, 여성가족부 등을 비롯한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성 판매 여성의 처벌 조항 유지를 원합니다. 성 판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기로 하면 성 매수 남성과의 형평성이 논란이 되고, 더 나아가 성매매 합법화와 같은 주장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죠.

위헌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복잡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성 판매 여성의 처벌이 정당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성 판매 여성 처벌에 반대하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지 않다"(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고 입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성 판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성매매를 알선한 업자나 성을 매수한 남성만 강력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한편, 위헌을 주장하는 이들 중 일부는 성매매 합법화를 언급합니다. "생계를 위한 성 판매자와 성 구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존재하므로 특정 지역에 한해서 성매매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김강자 한남대학교 객원교수)는 것이죠. 이번 위헌 소송을 사실상 성매매 알선 업자들이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에 성 판매 여성 처벌 금지를 원하면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스웨덴처럼 성매매 알선 업자나 성 매수 남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죠. 오늘 소개하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입장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내 이런 입장을 전했습니다.

<프레시안>은 성매매 처벌법 위헌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입장을 독자에게 전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 전문입니다.

'성매매 처벌법' 위헌 소송에 대한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의견서

구매자와 알선업자, 세상의 폭력 앞에 희생된 성매매 여성들을 추모하며 이 글을 씁니다. 불과 며칠전 14살 여성이 알선자들에 의해 성 매수자를 만나고 결국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게 성매매 현장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이름'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갔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 경험들을 함께하는 이들입니다. 우리도 그 곳에 있을 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자존심 이면에 자살 충동과 타살 위협 속에 매순간을 위태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당사자'로 우리의 경험으로 알게된 것들,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2년 말 '성매매 방지법'의 성매매 처벌 조항에 대해 당사자 여성이 위헌 소송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터'라는 성매매 집결지 알선 업주들의 모임이 위헌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여 이 여성을 지원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을 처벌하는 한국의 법률이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뭉치')는 어떤 정책이나 법도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다하도록 고민하고 소통하며 합의를 이루어야할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경험'이 '낙인'으로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의 '힘'이 되어 현실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뭉치'의 뜻을 모아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성매매' 자체가 성폭력과 성범죄, 폭력 행위를 용인하는 것입니다

성범죄가 성매매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하면서도 '성매매'를 금지하면 성폭력과 악질적인 성범죄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보아왔습니다. 유영철 등 연쇄 살인범들이 너무나 쉽게 성매매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바로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돈'만 받았다면 성폭력은 성립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여성을 '돈'으로 사고 팔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그 대상이 되는 여성을 함부로 하게 만드는 건지는 우리가 경험한 그 시간들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뭉치 회원들은 성 매수자와 알선 업자에 의해 너무나 많은 폭력을 당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업소 내부에서 행해진 것이었습니다. '성매매'는 그곳이 어느 곳이든 여성을 소유하는 성 매수자와 알선 업자에 의한 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심지어 여기엔 공권력도 내통하여 이러한 폭력을 공유합니다.

이것은 성매매가 일상화되고 성매매 알선자들이 '돈'이라는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더욱 많아집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요. 때문에 우리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세상이 너무나 끔찍합니다. 알선자들이 사업가로 무한대로 자본을 늘리고, 성 매수자가 손님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할 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경험했던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성매매'의 일상화가 청소녀 성매매, 인신매매를 늘어나게 합니다

'성매매'를 금지하면 아동, 청소녀 성매매 등 음성적 성매매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18세 이상의 성매매가 합법인 브라질은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 성매매 여성들이 해외 손님들을 잘 맞을 수 있도록 영어 수업까지 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매매가 자유로운 국가에서 아동, 청소녀 성매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월드컵 이전부터 해외 토픽을 장식해왔습니다.

가장 심각한 청소녀 성매매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면 그 외 또 다른 음성적 성매매라 칭하는 사안은 어떻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일까요. 한국 사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회원 중 대다수가 청소녀 시절 이미 성매매를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성매매는 기존 사회의 성 매수 행위를 일상적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이를 통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알선 업자들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성매매를 쉽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손쉬운 먹잇감일 뿐입니다.

'성매매'는 개인 간의 자유로운 섹스 행위가 아닌 조직적으로 '돈'이라는 권력으로 인간을 사고파는 시장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만약 성매매가 할 만한 어떤 '일'이라고 여겨진다면(이미 우리는 사문화된 '윤방법'아래 그런 사회를 경험했습니다.) 여성을 파는 알선 업주는 상품의 관리자가 되어 자신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성 매수자는 정당한 고객이 되어 자신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 할 것입니다.

알선 업자들이 임대료와 각종 관리비 명목의 돈을 떼어가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명 이상의 손님을 받아야한다는 식의 영업 목표를 세워두고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것은 업주에게 갚아 주어야 하는 일종의 빚이 됩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상품으로서의 '여성'이 될 것을 요구하며 의상과 화장, 성형 수술 등에 더 투자하고 또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만족을 구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요구를 '섹스' 행위라는 명분하에 정상화할 것입니다.

성매매는 그 무엇을 위해 하든 상관없이 자유로이 선택하는 '직업'일 수 없습니다

우리 '뭉치' 회원 모두가 경험했듯이 성 매수자들이 원하는 것은 '섹스'가 아닌 '복종'이었습니다. 웃으며 모든 행위를 즐기는 듯 연기하며 우리의 몸과 시간에 마음대로 군림하는 것을 '돈'을 이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결코 우리에게 '일'이거나 '노동'일 수 없습니다.

'성매매'를 공공연히 인정하는 사회는 여성에 대한, 인간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것입니다. '성매매'는 결코 자유로운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닙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이 스스로가 원해서였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실제 성매매 안에 있을 때는 못나고 어리석은 자신의 탓만을 하였습니다.

조금 빗나갔던 우리의 많은 상황들(불화한 가족, 빈곤한 생계, 여러 가지 소외와 절망의 순간 등)을 이용해 세상은 우리를 성매매 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돈을 벌려는 여자, 명품 백에 몸을 파는 여자로 보거나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여자로 보면서 한편으론 생계형이 아닌 여자는 당해도 상관할 바 아니고, 생계형은 그렇게라도 돈을 벌어야한다는 논리로 모두가 '성매매'해야만 하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성매매 알선 업자와 성 매수자는 범죄자로서 법의 집행이 실효성을 갖도록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된 자로서 성 매수 대상자/여성은 불처벌(비범죄화)해야 합니다.

스웨덴의 성매매 법률은 성매매 알선 업자와 성 매수자는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한국의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처럼 착취의 대상이 되는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 유럽의회가 스웨덴 같은 정책 모델을 채택하도록 결의하였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독일의 합법화 이후 10년의 놀라운 실패를 보고 스웬덴 식의 성매매 정책을 도입하려합니다. 이것은 유럽도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와 같은 경험 당사자 여성들이 조직을 만들고 '성매매'가 폭력이며 인권 착취임을 알리는 활동을 하며 스웨덴식의 정책을 요구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2014년 '뭉치'는 세계의 반성매매 단체와 당사자 운동가들과 스웨덴식의 정책 모델을 채택하자는 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회원들은 성매매 현장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도 성매매를 하고 있을 때 단속하는 경찰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매매'를 계속 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를 벗어나서도 세상이 등을 돌릴 때 다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나의 진정한 원함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를 폭력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조차 세상이 너무 힘들고 '돈'에 의해 인간답게라는 말이 남루해질 때 해봤던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유일한 '답'이었던 '성매매'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떤 개인의 선택이 모두에게 면죄부를 안겨주어서는 안됩니다.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으로 우리 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뭉치' 회원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자신의 선택이라 여기며 '성매매' 현장에 우울과 두려움 속에 남겨져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소박한 의견서를 읽어주신 분들의 현명한 선택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부디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4월 2일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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