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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세월호 시행령,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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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세월호 시행령, 문제 있다" 인원 등 주요 쟁점 모두 문제…'모법 위임 범위 일탈' 가능성
국회 입법 자문 기구인 입법조사처는 13일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안'이 그 상위법인 '세월호 특별법'의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모법(母法) 위임 범위 일탈' 상태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는 시행령안이 특별법에 규정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애초 목적인 진상 규명을 어렵게 한다는 조사위와 희생자 가족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앞선 문제 지적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 해석이다.

입법조사처의 이런 판단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세월호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에 이 기관이 답한 '입법 조사 회답' 자료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입법조사처가 여기서 지적한 시행령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특별조사위원회 초기 인원을 90명으로 제한한 점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 조직을 위원회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시행령이 임의로 정한 점 △시행령에 따라 공무원들이 대거 일방적으로 파견됨으로써 특별조사위원회의 인사 권한이 제한된 점.

입법조사처는 이 세 가지 시행령 항목이, 모법인 세월호특별법을 구체화하는 것을 넘어 법률에 적힌 용어의 의미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위임 한계 일탈'을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회 입법조사처가 13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 제출한 입법 조사 회답. 입법조사처는 여기서 '세월호 시행령안이 모법인 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했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쟁점 1] "특조위 인원, 진상 규명 달성할 수 없으면 문제"

지적된 세 가지를 하나씩 따져 보자. 우선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특별조사위원회 '인원' 문제다. 세월호 특별법 15조 1항은 특별조사위원회 정원을 1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은 발령 당시 정원을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90명으로 제한해 두었다. 사실상 85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우선 "특별법은 위원회 직원 정원의 상한(120명)만을 규정하고 있고 하한은 별도로 제한을 두지 않은 채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시행령안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행령의 모법 위임 범위 일탈'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런 기계적인 근거만을 가지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시행령안의 정원 제한으로 실질적으로 위원회 활동에 제약이 발생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임의 한계 일탈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 인원이 특별법의 목적인 '참사의 사실 관계와 책임 소재 규명' 등의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시행령안이 정해 놓은 '정원 확대 방법'에 대해서는 더욱 명확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안 부칙 2조는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직 진단 및 직무 분석을 통한 시행령 개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는데, "향후 정원 확대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짧은 위원회 활동 기간(1년~ 1년 6개월)를 고려할 때 동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90명으로 시작했다가 필요하면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제동을 건 격이다.

[쟁점 2] 시행령이 사무처 조직을 편성할 수 있나?

두 번째 쟁점은 조사위가 가진 사무처 조직 편성권을 시행령안이 침해했느냐다.

현재 시행령안은 특별법 15조 2항을 근거로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의 조직과 업무 분장을 임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법에는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이 아닌 위원회 규칙으로 한다'는 18조 5항도 존재한다.

즉, 특별법 안에 위원회 내부 조직에 관해 일견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규정이 상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규범 조화적 해석'을 위해선 '사무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한다'는 18조 5항을 '특별 규정'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해석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위원회 내부 기관 중 사무처 조직은 법률 18조 5항을 따르고, 사무처를 제외한 다른 조직은 15조 2항에 따라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두 조항의 충돌을 피하는 해석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이러한 해석에 따를 경우 모법에서 '위원회 규칙'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정부에서 임의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며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쟁점 3] "공무원 파견 의무로 조사위 인사 권한 제한 평가 가능"

세 번째 쟁점인 '공무원 파견에 따른 조사위 인사권 제한' 논란에 대해서도 입법조사처는 "시행령이 법률이 규정한 위원장의 인사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사권은) 정부와 조사위가 협의해 조율"할 일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특별법 18조 3항이 사무처 직원의 인사 권한을 위원장에게 폭넓게 일임하고 있음에도, 시행령안이 위원회 전체 직원 절반에 가까운 42명에 대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8명' '국민안전처 공무원 9명' 식으로 정해놓은 것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을 수 있단 지적이다.

특별법은 실제로 인원 충원 등의 선발 방식이나 직원의 자격 조건 등 여타 인사 관련 사항에 대해서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위원장에게 그 권한을 일임했다. 그러나 시행령안은 파견 공무원의 직급까지 상세히 규정하고 있어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 대상자를 일부러 조사위 안에 포진시켜 놓았다"는 비판이 일던 터였다.

입법조사처는 이처럼 시행령의 위원장 인사 권한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위원장의 인사 권한을 보장하고 정부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파견 공무원의 규모·직급 및 원소속 기관에 관해 시행령안 마련 과정에서 위원회와 정부 간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입법조사처의 이런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특조위 무력화 목적' 논란을 빚고 있던 시행령 폐기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의 회답을 공개한 박원석 의원은 이날 "정부가 국회가 의결한 법률의 범위를 넘어선 시행령안을 제정한 것이 확인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입법조사처가 이처럼 판단한 만큼, 정부는 즉시 시행령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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