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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시까지 기다립니다. 박 대통령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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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시까지 기다립니다. 박 대통령 답을" [현장] 팽목항 방문한 유승민, 세월호 유족 항의에 발길 돌려

"내일 두 시까지 기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답을."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임에도 유가족들은 마음껏 애도할 수 없었다. 비통함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

세월호 참사 365일째인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400여 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모를 할 자격도 없는 부끄러운 엄마 아빠, 자식들"이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아직 진상규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아홉 명의 실종자들이 여전히 배와 함께 저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있기 때문이다.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위령식에 참가한 유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살풀이 추모 공연. ⓒ프레시안(최형락)

'찬호 아빠' 전명선 4.16 가족대책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아직도 생생하고 귀에 쨍쨍한 그 날 4월 16일. 그날로부터 무려 1년이 됐지만 팽목항에서 똑같은 말을 한다"며 "배 안에 사람이 있다. 그런데 왜 구조하지 않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추모라는 말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고 아직도 떠나보낸 이가 없는데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위령제 사회를 맡은 '예은 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속 편하게 눈물이나 흘리자고 한 게 아니"라며 "구해주겠다는, 포기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다짐을 다시 보여드리기 위해서 모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유가족의 요구와 동떨어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내놓은 정부를 향해, 유 집행위원장은 '최후통첩'을 전했다.

"대통령의 답을, 내일 추모식이 예정된 오후 두 시까지 그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정부 시행령 즉각 폐기,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을 선언하고 약속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답을 주지 않으시면 저희는 추모식을 할 수 없습니다."

추모 공연 등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된 한 시간 동안, 객석에서는 단 한 번도 박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만 나왔다. "우리 애 찾아내", "이 나쁜 놈들…" 애도와 분노가 뒤섞인 채로 위령제가 막을 내렸다.

▲15일 세월호 희생자 위령제 참석을 위해 진도 팽목항에 갔다가 일부 유가족 항의에 되돌아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프레시안(손문상)

유승민 "인양 최대한 빨리하겠다" - 유가족 "선거에 이용하려 왔나"

이날 행사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등장으로 한 시간가량 지연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현장을 방문하면서 유가족들과 마찰을 빚은 것.

유 원내대표는 안산 단원 갑이 지역구인 김명연 의원을 비롯, 김제식·홍철호·이이재·이재영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이날 오후 1시께 팽목항을 찾았다. 분향소 참배 뒤 위령제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들의 반발로 위령제에는 참석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유 원내대표는 분향을 마친 뒤 "내일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한 세월호 촉구 결의안을 처리한다. 정부도 빨리 인양하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인양이 급작스럽게 거론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거 때문에 인양 문제가 나온 것은 아니"라며 "저 역시 여러 번 선체 인양을 주장해왔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선 "고칠 것은 고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정부가 유가족을 능멸한다"며 항의하는 유가족. ⓒ프레시안(최형락)

일부 유가족들은 위령제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유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무슨 낯으로 왔나, 새누리당은 올 자격 없다", "또 정치판에서 유가족 이용하려고, 선거 때문에 왔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서울로) 가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고 세월호를 인양하라", "국민들이 우습게 보이나. 국민들이 당신들 먹여 살린다, 더 이상 유가족을 능멸하지 말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와 유가족 사이에서 이같이 격한 분위기는 10분 넘게 이어졌다. 이에 취재진이 몰리자 김명연 의원은 "저희 때문에 위령제 행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 같아 빠지겠다"며 유 원내대표를 감싸며 행사장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다시 취재진이 "인양이 가능한 알면서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하며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길을 막아섰다. 김 의원은 이에 "언론인 여러분, 우리 일 년 전에도 그랬잖아요. 이래서 우왕좌왕하지 않았습니까. 행사에 피해 주지 않게 자제해주십시오"라고 말해 취재진의 빈축을 샀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념을 하는 유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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