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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물 이완구'에 '시한부' 멍에까지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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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물 이완구'에 '시한부' 멍에까지 씌웠다 '유체이탈' 화법 정치권 사정 예고…레임덕 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정치권 일각의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 요구 등과 관련해 "순방에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셈이지만, 이 총리에게는 '식물 총리'와 함께 '시한부 총리'의 멍에를 씌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극심한 국정 혼란은 박 대통령이 돌아오는 27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정을 희생시키겠다는 초유의 결단을 내리며 이 총리 퇴진론을 유예, 시간을 다소 벌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완구 사퇴 이후'의 구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근혜 "특검 도입이 진실 규명에 도움된다면 마다할 이유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0분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특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뿌리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오후 5시경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사퇴 요구, '성완종 리스트' 특검 요구 등을 비롯해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없이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해임 건의안은 야당이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순방 후에 이 총리 거취 등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이 총리와 모종의 공감대를 이룬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전날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 내용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박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에게 공무원 연금 개혁 등 현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이완구 총리를 배제하고 사실상 김 대표를 '국정 운영 2인자'로 인정한 셈이다. 이는 이 총리에 대한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시그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명예'를 배려하느라 '시한부'로 며칠간 총리직을 연장시켜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어정쩡한 결정들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등, 청와대 정무라인은 우왕좌왕 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육지책들 뿐이다.

이미 '식물 총리'인데 '시한부'로 못박은 박근혜

이 총리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낼 가능성이 높다. 국정 공백은 피했지만, 사실상 '식물 총리'의 생명을 연장한데 대해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될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직의 생명은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특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만큼, 조만간 이 총리는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특검 도입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된다.

박 대통령이 특검 도입을 시사했기 때문에 친박 주류 의원들도 고민에 빠졌다. 이 총리를 수사 대상으로 놓게 될 특검이 처리된다면 자연스럽게 이 총리 불신임 투표의 성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의 의석수는 총 294석 중 134석이다. 새누리당 의원 14명만 가세하면 특검 법안 처리는 무리가 없다. 다만 야당이 현재 특검에 부정적이라는 것이 변수다.

'레임덕'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상태

박 대통령은 전날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리 논란을 넘어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수사는 복잡하고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성완종 리스트'에 줄줄이 연루된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심지어 18대 대선 자금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 대통령 본인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마치 정치권을 '제3자' 보듯 언급하고 있다. 여야를 아우르는 특검을 시사했지만, 결국 최대 피해자는 박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으로 빠져들 것을 뻔히 알면서 '레임덕'을 자초하고 있다. 탈출구가 없는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완구 이후' 상황과 관련해 모종의 '시나리오'를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불편한 관계인 김 대표를, 예정도 없이 갑자기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은 박 대통령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느끼게 된 것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봄날'은 벌써 가고 있다. '중남미 순방'은 박 대통령 국정 운영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가르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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