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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품은 영덕…'영덕 대게'는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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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을 품은 영덕…'영덕 대게'는 어떡하나? [초록發光] 영덕의 미래와 주민 투표
영덕군의회 원전특위에 의하면 지난 4월 8일과 9일 영덕 지역의 성인 남녀 1500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원전 건설 반대 의견이 58.8%, 찬성 의견은 35.7%였으며, 주민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65.7%였다고 한다.

국가 사무임을 이유로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에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의사 결정에 참고할 목적으로 주민 의사를 확인하는 자문형 주민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원전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원전 건설이 강행되는 경우 수도권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도 국책 사업이라는 구호만을 앞세워 강행하려는 독재적 방식을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는 차원에서 주민 투표를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원전 입지가 가져올 영향과 지역이 입게 될 피해 및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보상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영덕 지역은 전원 개발 실시 계획 예정지로 고시되어 있는 상태이며, 전기 출력 150만 킬로와트 용량인 'APR+'모델 4기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은 대부분 전기 출력 100만 킬로와트 용량이다. 영덕에 건설될 원전 4기는 고리 지역 원전을 기준으로 하면 6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위 모델은 설계 수명이 60년으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보다 20년이 길며, 별도의 수명 연장 절차 없이 60년간 가동된다. 결국 최소 60년 동안은 고리 지역 원전 6기가 배출하는 수준의 방사성 물질과 화학 물질 및 대량의 온배수가 인근 지역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원전이 들어서기 위해 수백만 평의 부지가 협의 매수 혹은 수용되고, 10킬로미터 이상에 이르는 구역에 대한 어업권 보상 등이 행해진다. 정부의 특별 보조금이 매년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금도 매년 지급된다. 그 돈이 합해서 원전 부지별로 대략 연간 2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거기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지방세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수입은 늘어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돈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보상 재원이 될 수는 없다.

또한 5년 정도 걸리는 건설 기간 동안 건설 인력들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 외에 일부 원전 하청 노동자를 지역 주민으로 고용하거나 원전에 근무하는 인력들이 영덕에서 소비를 하는 경우 부분적으로 장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마 이런 정도가 원전이 입지할 경우 입지 지역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재원과 유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득도 있지만 원전 입지 지역이 60년 동안 입게 될 피해는 이득보다 클 수 있다. 부지와 현행 어업권은 보상이 되지만 보상이 되지 않는 다양한 유형의 손해가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돈들이 보상되지 않는 다양한 유형의 손해를 상쇄할 만큼 충분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어떤 유형의 손해가 얼마만큼 발생하게 될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들을 예측해볼 수는 있다.

우선 원전 부지 반경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30킬로미터마다 그 가까운 정도에 비례하여 주변 토지와 건물 및 주택('부동산')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원전에 가까울수록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고, 그로 인한 건강 피해의 우려도 더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러한 우려에 비례하여 거주를 회피하게 될 것이다. 당장 명목 가격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60년에 걸쳐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를 보게 된다.

최근 법원은 원전 인근 주민들이 걸린 갑상선암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역학 조사 결과와 과학적 지식에 의거하여 한국수력원자력이 배출한 방사성 물질로 인해 주민들이 갑상선암에 걸린 것으로 인정된 것이다. 서울대가 20년 이상 기간에 걸쳐 조사한 역학 조사 결과에 의하면 원전 부지 인근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과 비교하여 원전 부지 반경 5킬로미터 이내 주민은 2.5배, 부지 반경 30킬로 이내 주민은 1.8배 수준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더 많았다.

어업권의 경우에도 현행 어업권은 보상되지만 원전 가동 이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보상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중요한 점은 현행 어업권 보상과 원전이 가동되는 60년 동안의 바다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별개라는 점이다. 만약 원전이 입지하지 않는다면 부지 복원 시까지 거의 1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어업권을 지역 주민들이 공동의 자산으로 활용하게 되겠지만 현세대에 대한 1회적 보상으로 100년간의 어업권을 상실하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손해이다.

바다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므로 현행 어업권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인근 바다는 지역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생계의 터전이고 지역 공동체의 자산이므로 이러한 자산을 장기간 상실하는 것은 보상되지 않는 지역의 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영덕 지역과 같은 곳은 영덕 대게와 같은 유명한 특산물이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수산물과 버섯 등의 외부 판매용 농산물들도 다수 존재한다.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나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이 존재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전과 후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르며, 향후 국민들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기피 행태는 증가할 것이다. 결국 향후 영덕 지역에 원전이 입지하게 되면 영덕 지역 전체에서 잡히는 대게를 포함한 모든 수산물과 각종 농산물들은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인해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로 인해 영덕 지역의 수산물과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판매 가격과 판매량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의 상실은 물론이고 영덕 지역 수산물을 판매해온 대도시들의 판매망도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피해들에 대한 별도의 보상은 없는 것이다.

향후 몇 년 후면 영덕 지역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교통이 매우 좋아지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원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도 영덕이 상당히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향후 원전이 입지하게 된다면 청정 이미지 상실로 관광객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통이 발달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관광객과 특산물에 대한 수요증가를 통해 영덕 지역이 향후 얻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은 원전 입지로 인해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전이 입지하게 되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고압 송전탑도 추가로 건설되어야 한다. 영덕 지역을 가로질러 고압의 송전탑과 송전선이 지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데 밀양에서 보듯이 그로 인한 토지 가격 하락이나 매매가 안 되는 피해 등에 대해 충분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동기간 60년을 경과하게 되면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및 지방세 수입 등은 더 이상 없게 된다. 그 후로는 들어오는 돈이 없는 상태가 된다. 현세대의 손자와 증손자 세대는 부지를 원상 복원하기까지 4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손해만 보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지는 돈의 사용처와 배분 방식을 둘러싸고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갈등이 발생하여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울진의 모습을 통해 영덕의 미래를 한 번 가늠해보자. 울진군이 발간한 <희망울진 2030 : 울진군 장기 종합 계획>이라는 책자에는 다음과 같은 통계들이 나온다. 1995년과 2010년을 비교한 통계에 의하면 전국 인구는 4585만8029명에서 5051만5666명으로 증가하였고, 경상북도는 277만378명에서 268만9920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울진군은 7만717명에서 5만2430명으로 95년 대비 25.8%의 인구 감소를 기록하였다. 원전 입지로 인한 유입 인구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지역 주민의 거의 3분의 1 이상이 원전 입지로 인해 지역을 떠난 것으로 추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1980년 울진군의 총인구는 9만 명을 상회하였고, 그 중 학생이 3만4226명이나 되었으나 2010년 울진군의 학생 수는 겨우 7999명에 불과하였다. 장년과 노년 인구가 많은 반면 10세 미만 인구는 적었고, 청년층의 유출로 20대 인구도 적었다. 2011년 전체 서비스업 종사자 중 전기, 가스, 증기 및 수도 사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중은 전국 0.5%, 경북 1.1%였지만 울진군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인해 11.6%나 되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울진 지역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원하는 사업 외에 독자적인 제조업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울진군의 경우 원전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사정은 상대적으로 괜찮다. 하지만 울진은 경북이 유지해온 평균 인구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비중은 줄어들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하염없이 인구가 늙어만 가고 있다. 이것은 숫자로 확인되고 있는 울진의 현실인데 아마 이대로 간다면 그대로 영덕의 미래가 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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