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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치고, 당겨치고… MLB '밀당'의 귀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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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치고, 당겨치고… MLB '밀당'의 귀재들 [베이스볼 Lab.] 밀어치기와 당겨치기, 정답은 없다

미느냐 당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는 타석에 나서는 타자에겐 햄릿이 고민한 생과 사의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는 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밀어칠 경우엔 바깥쪽 공에 대처하기 좋고 안타를 만들어내는데 유리하지만, 당겨 칠 때에 비해 타구에 힘이 덜 실려 장타를 만들어내기엔 불리하다. 이에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은 주로 당겨 치는 쪽을 선호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시프트가 증가하면서 예전 같으면 안타가 될 타구가 수비수에 잡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시프트에 대응하기 위해 당겨치기를 포기하고 밀어서 쳐야 하는 것일까? 이는 딱 잘라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상대의 반응에 맞춰 자신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가 원하는 바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타자들은 상대가 시프트를 하거나 말거나 오히려 더 당겨서 치는 데 집중해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중 하나인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대표적이다. 바티스타는 한때 이 팀 저 팀을 떠돌아다니는 저니맨 신세였다. 그랬던 그가 홈런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올 시즌에도 당겨치기 위주 타격으로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하퍼는 아마추어 시절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재능만은 ‘역대급’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그 재능이 만개하지 못해 매번 선수들이 꼽는 ‘가장 과대평가 된 선수’에 꼽히곤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하퍼는 마침내 최고의 선수로 비상하고 있다. 21일(한국시각) 현재까지 시즌 41경기에 출장해 .333/.472/.732의 배리 본즈가 연상되는 타격라인(출루율, 장타율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을 기록하고 있으며 벌써 15개의 홈런을 치면서 작년 100경기에 나와서 친 홈런(13개) 개수를 뛰어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장 과대평가 된 선수’로 선정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하퍼는 어떤 변화로 달라지게 된 걸까?

브라이스 하퍼의 타구 방향 변화


<폭스스포츠>의 칼럼니스트 C.J. 니코스키는 칼럼을 통해 하퍼가 달라진 이유를 당겨치기 비율 및 인내심의 증가로 꼽았다. 하퍼는 올해 들어와 당겨치는 비중을 크게 늘리고 밀어치는 타구의 비중을 줄였다. 그러면서 하퍼는 훨씬 더 많은 강한 타구들을 만들어냈다.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니 당연히 장타가 늘어나고, 성적은 올라갔다. 하퍼 정도의 파워를 갖추고 있다면 굳이 필드 전역으로 타구를 날려보낼 필요 없이, 시프트와 상관없이 그냥 자신의 파워를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수비수들이 잡지 못하게 하거나, 담장을 넘겨버리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마크 테셰이라(뉴욕 양키스)

‘티렉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마침내 부활에 성공한 걸까? 한때 잇단 부진과 부상으로 ‘먹튀’로 분류되기도 했던 마크 테셰이라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의 1루수 중 가장 많은 홈런(12개)을 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오랜만에 .250 이상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테셰이라는 수비 시프트로 피해를 보는 타자를 거론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타자. 커리어 내내 당겨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자였지만, 시프트가 지금처럼 퍼지기 전의 시대엔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던 테셰이라는 시프트의 확산과 함께 급격히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크 테셰이라의 타구 방향 변화


차라리 번트를 대보는 등의 시프트 깨기를 시도해 볼만도 했지만, 테셰이라가 선택한 방법은 ‘나쁜 공을 치지 않고, 좋은 공만 제대로 당겨치는 것’이었다. 작년 그는 볼에 방망이가 나가는 비율이 28.1%나 됐는데 올해는 이 비율이 21.3%로 급격히 감소했고 이는 삼진의 감소(21.5%->13.3%)와 볼넷의 증가(11.4%->15.8%)로 이어졌다.


여전히 테셰이라가 친 공의 상당수는 미리 자리잡고 있는 수비수들에게 향한다. 0.214의 BABIP은 너무 낮아 불운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이는 철저한 시프트의 승리이지 불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수비수들을 잘 배치해도 담장 뒤에까지 수비수들을 배치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올 시즌 좋은 공만 당겨치고 있는 테셰이라는 전성기 때 만큼이나 많은 공들을 담장 뒤로 날려보내고 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의 장점은 밀어치기에 능해 필드 전역으로 타구를 날려보내면서 높은 타율을 올릴 수 있으며, 좌타자임에도 시프트를 적용할 수 없는 타자라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극도로 부진했던 시즌 초반 이후 최근 보여주는 상승세는 특유의 밀어치기가 아닌 적극적으로 당겨치기를 시도하면서 나오고 있다. 이는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몸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변신이다.


위는 4월의 추신수 타구 분포도 / 아래는 5월의 추신수 타구 분포도


5월 들어와 극단적으로 당겨치기에 치중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채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도로 낮은 타율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야수로 꼽혔던 추신수는 이번 달에 들어와선 3할이 넘는 타율과 6할이 넘는 장타율을 뽐내고 있다.

추신수의 2014/15 타구방향 변화


당겨치기에 집중해 더 힘이 실린 타구를 많이 날려서일까? 덕분에 추신수는 플라이볼의 22.2%를 홈런으로 연결하고 있는데 이는 통산 14.1%보다 훨씬 높은 기록이기도 하며, 데뷔 이래 커리어 하이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당겨치기로 흥한 선수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당겨치기를 버리고 밀어치기를 택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볼 차례다.


마이크 무스타카스(캔자스시티 로얄스)

시즌 개막 전의 기대치와, 현재의 모습이 가장 다른 타자를 뽑아보라면 마이크 무스타카스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고의 유망주 출신이지만 이제는 기대를 접어야 하냐는 말이 끊이지 않았고 ‘망한 유망주’의 대표 사례로 꼽히던 무스타카스. 그러나 오프시즌 내내 ‘밀어치기’를 연마하고 온 무스타카스는 올 시즌 마침내 유망주 시절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스타카스의 타구 방향과 성적 변화


무스타카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꾸준히 당겨치는 타구의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시프트에 가장 취약한 타자’로 돌아왔고 페어 지역으로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인 BABIP는 꾸준히 하락해왔다. 당연히 타율도 매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장타로 이어졌더라면 타율의 하락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침내 자신이 밀어서 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무스타카스는 메이저리그 5년차에 들어서야 ‘최초’로 밀어친 홈런을 쳐내는 변화를 이뤄냈고, 그 결과는 ‘대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괜찮은 수비에 비해 타격은 도저히 답이 없던 선수였던 무스타카스는 올해 리그 3루수 중 타율 1위, 출루율 2위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개막 전에는 각종 판타지 베이스볼 랭킹에서 이름조차 볼 수 없었지만 최근 ESPN의 판타지 베이스볼 전문가 트리스탄 카크로프트는 무스타카스를 ‘팔지 말아야 할 선수’라 평했다.


브랜든 벨트(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밀어치기를 시작하면서 나아진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선수들이다. 그리고 월드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매디슨 범가너가 완봉승을 따냈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브랜든 벨트가 상대 선발투수 제임스 쉴즈를 상대로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해 번트를 댔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시프트를 한다고 매번 번트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일까? 벨트는 지난해보다 당겨 친 타구의 비율이 10% 이상 하락(48.3%->37.8%)하고 대신 그만큼 타구를 밀어치면서(21.2%->31.7%) 부상까지 겹치면서 부진했던 작년에 비해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3 타격성적: 61경기 .243/.306/.449
2014 타격성적: 34경기 .313/.388/.496

물론 올 시즌 타격 성적의 향상은 BABIP의 향상으로 인한 운(.288->.418)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벨트가 시즌 내내 .418의 BABIP를 유지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래 벨트는 통산 BABIP가 3할 3푼이 넘는 유형의 선수였고, 시프트를 피해 밀어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기에 설령 BABIP가 하락하더라도 급격하게 추락하진 않을 것이다.


밀어치기의 비중을 늘려서일까? 그 대신 장타가 줄어들었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수 장타율은 작년의 .206에서 .183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AT&T파크를 홈으로 쓰는 좌타자는 배리 본즈를 제외하고는 어차피 많은 홈런을 날리지 못한다. 벨트가 본즈처럼 약물에 손 댈 생각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장타를 포기하고 타율을 끌어올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밀어치기 vs 당겨치기엔 결국 정해진 정답이 없다. 위의 예시에서 살펴봤듯이 어떤 선수에겐 당겨치기가 커리어를 구원해주는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선수에 따라서는 당겨치기를 버려야 희망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뻔한 결론이지만, 정답은 결국 타자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답을 알아서 찾는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위에 언급한 선수들도 지금은 새로운 타격 방식이 ‘정답’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그에 맞는 공략법을 들고 나온다면 지금의 정답은 오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간 오답이 될 지라도, 정답을 찾아 계속 변화를 주는 선수들과 타격코치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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