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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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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文,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준비하라" [주간 프레시안 뷰] '혁신위 카드' 버리고 문재인이 직접 나서라
다음 중 '문재인 위기'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1) 4.29 재보선 참패
2) 봉숭아학당이 된 최고위원회 파문
3) 미발신 '문재인 입장문' 언론 공개
4) '비노' 진영의 대반격
5) 초계파 혁신기구 추진

열거해놓고 보니 '문재인을 위기에 빠뜨린 5가지'처럼 요즘 유행하는 리스티클(리스트(list)와 기사(article)를 합친 말) 제목을 붙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들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나로 몰아주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대표의 위기는 여러 가지 것들을 '뭉뚱그려'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쳤습니다. 문 대표가 살기 위해서는 생각을 더 깊이 끌고 가서 분명한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문 대표에겐 더 이상 우왕좌왕할 여유도 없습니다. 주승용, 안철수, 조국으로 이어진 연쇄 거절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바둑에서 악수는 악수를 부릅니다. 지금 상황에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서두르면 패착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 대표는 단 한 번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없나?

선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보선은 투표율 등 여러가지 지형상 야당이 이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더라도 그 내용이 중요합니다. 모든 선거는 이기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공천문제는 매우 민감합니다. 그것은 당 대표 선거과정에서도 제기된 문제입니다. 즉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가령 최측근 참모로 알려진 서울 관악 을의 정태호 후보를 주저앉히고 명실상부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했다면 문 대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재보선 참패보다 조금 더 나빴던 것은 관성적인 패배 기자회견과 광주방문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이었습니다. 선거는 질 수도 있지만 참패한 장수는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합니다. 재보선 패배가 총선 패배의 전주곡처럼 들렸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지휘했던 핵심 참모들을 물갈이하는 가시적인 조치도 없었습니다. 심리학에 '곰을 돌로 오인하는 것과 돌을 곰으로 오인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위험한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돌을 곰으로 오인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좀 놀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곰을 돌로 오인하면 유전자 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라는 곰을 돌로 오인했습니다. 그렇게 한 템포씩 늦게 위기의 꼬리를 밟기 시작한 것입니다.
좋습니다. 거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최고위원회 파문은 나약한 기자회견이 부른 참사입니다. 갈등의 민낯을 생중계한 셈입니다. 당지지율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도 엎질러진 물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문제 당사자인 주승용, 정청래 최고위원을 찾아다니며 위엄에 큰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초선의원처럼 미숙한 행보였습니다. 침묵하고 숙고하면서 언론과 거리를 두고 해법을 모색하는 리더다운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전략 없는 전술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문 대표의 행보는 보수언론의 먹잇감 그 자체였습니다.

공천 지분을 노린 비노 진영의 대반격은 문재인의 위기요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요소이기도 합니다. 씨름에서도 고급기술이라 함은 상대방의 작용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계파 없는 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선거 패배 후에 당 대표를 흔드는 이런저런 잡음이 있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입니다. 전략적으로 혁신의 기조 위에서 단결의 방법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문재인 의원실

위기의 발화점도 극복대상도 문재인 자신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저의 정답은 이른바 '문재인의 미발송 입장문'입니다.
당원에게 보내려고 했던 미발신 입장문에는 문재인의 생각과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문제가 있어 발송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이상 공식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문재인 입장문은 한마디로 '선전포고'입니다. 그런데 장수도 병력도 전략도 전술도 준비하지 않고 선전포고를 한 꼴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의 기조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입니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갈등의 근원적 요인입니다. 반성적 수사가 들어 있지만 반대파들을 공천지분이나 요구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쳤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문재인 발 위기의 본질입니다.

저는 야당의 많은 의원들이 공천 지분이나 노리는 기득권 세력이라는데 동의합니다. 토론회에서 자영업자를 넘어 월급쟁이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월급쟁이 모욕하지 말라는 비판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당 대표는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입장문'을 반박한 '김한길 입장문'을 잠시 들어봅시다.

"그런데 문 대표의 진심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선거참패 이후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정치 세력'이 '종북몰이식 정치공세'로 '공천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나만 옳다, 우리만 옳다'는 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저는 김한길의 공개적 비판 행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전임 당 대표가 현직 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흔드는 것은 적어도 고수다운 행마는 아닙니다. 김한길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당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진심을 다해 반대파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만 옳다, 나만 개혁적이다'라는 주문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가장 큰 위기요소는 문재인 자신에게 있습니다.

구체적인 친노 패권주의 청산 방안 필요

문재인 대표는 또 입장문에서 "패권 추구, 누구든 도려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계파 논란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 혹여 특정 계파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쳐낼 것입니다. 그게 누구든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습니다."

이것이 문재인 인식의 두 번째 한계입니다. 굉장히 자극적인 언어들이 총동원됐지만 구체적인 해법이 없습니다. 당 대표는 결심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정하고 실천하는 자리입니다. 비선 논란에 휩싸인 친노 측근들의 총선불출마 같은 결단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지와 결기를 보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의의 칼'을 써야 최소한의 동의를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아직도 '만약 친노 패권주의가 존재한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런데 대표가 그런 가정법을 쓰면 문제제기를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격이 됩니다. 김한길 의원이 오늘이라도 친노 패권정치 청산을 선언하고 통합의 정치에 나선다면 물심 돕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 대표는 더 이상 친노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청산의지와 함께 구체적인 무언가를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측근들도 문재인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말로만 거들지 말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보여줘야 합니다. 거친 입의 지지가 문 대표의 입지를 계속 어렵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문 대표가 아닌 사람들이 친노가 어디 있느냐는 항변을 할 수 있고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새누리당의 친박 논쟁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는 '사람들이 있다고 느끼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래야 해결책이든 수습책이든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노가 있다는 것은 직관이고, 친노를 찾아내라는 것은 추론입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도덕심리학의 첫 번째 원칙으로 제시한 것은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코끼리 위에 탄 기수(추론)가 아니라 사람들 안의 코끼리(직관)에게 말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 유권자들은 이보다 더 엉뚱한 이유로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이제 친노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지점으로부터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리더십입니다.

초계파 혁신기구? 문재인이 직접 나서야

이도저도 신통치 않은 가운데 내놓은 혁신위원회 구성안도 결국 악수가 될 공산이 큽니다. 일단 또 거절당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고사했고 조국 교수도 "백면서생을 부르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일각에서 고강도 혁신안을 가진 조국 교수를 껄끄러워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김상곤 전 교육감, 남재희, 윤여준 전 장관 이야기도 나옵니다.

혁신위는 당 혁신을 전제로 선출된 당 대표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입니다. 선출직 대표가 못한 일을 외부 임명직이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요. 또 혁신위에 권한을 다 내주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공천혁신위원회는 어디로 유배를 보낼 작정인가요.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을 또 다른 기구를 만들어 하겠다는 것 자체가 리더십을 스스로 해체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새정치연합이 공멸의 길에서 스스로를 구하는 최소한의 방법은 이런류의 애매한 봉합을 피하는 것뿐입니다. 문 대표의 확고한 주도 아래 '친노 패권주의 청산' 로드맵을 제시하고 당을 설득해 혁신의 길로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입니다. 우회로가 없습니다. 아니면, 당대표직을 내놓고 조기 비대위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물론, 선거도 없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다만 낡은 새정치연합에게 이도저도 아닌 봉합보다 못한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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