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스포츠의 매력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지구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는 올해에도 예측과 다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시즌 개막 전,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3강으로 꼽았다. 반면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도 큰 전력보강이 없던 뉴욕 양키스와 프리드먼 단장-매든 감독이 모두 떠난 탬파베이 레이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 동부지구의 순위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가 지구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뒤따르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모두 승률이 채 5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왜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오프시즌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형 FA 타자들(파블로 산도발, 핸리 라미레즈)을 영입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상대적으로 투수진은 불안하다는 평가였지만 타선만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선으로 꼽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투수는 투수대로 문제였지만 타선마저 형편없었다.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중 보스턴보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높은 팀은 10팀이나 되며 레드삭스의 팀 wRC+(리그의 득점 환경, 구장 환경을 적용하여 만든 공격력을 측정하는 지표. 리그 평균은 100. wRC+ 120은 리그 평균에 비해 20% 우수, wRC+ 80은 리그 평균에 비해 20%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는 91로 리그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스턴과 함께 동부지구의 패권을 가져갈 후보로 꼽혔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성적도 영 실망스럽다. 토론토는 개막 25인 로스터 중 6명을 신인으로 채우는 파격적인 로스터를 선보였지만 그 중 2명(다니엘 노리스, 달튼 폼페이)은 이미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지 오래다.
원래도 강력했던 타선은 조시 도날슨, 러셀 마틴의 영입으로 날개를 달았고 신인 데본 트래비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면서 현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5점대 평균 득점(5.13)을 기록 중이지만, 대신 개막일 기준 1~4선발이 모두 심하게 부진 - 1선발 드류 허치슨(ERA 5.12), 2선발 R.A. 디키(ERA 5.49), 3선발 다니엘 노리스(마이너 행), 4선발 마크 벌리(ERA 5.13) - 하다.
소요사태가 일어난 연고지 볼티모어의 좋지 못한 분위기 때문일까? 오리올스의 성적도 실망스럽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우발도 히메네즈가 대활약(44.2이닝 42삼진 ERA 2.82, FIP 3.08)을 펼쳐주고 있지만 대신 에이스 크리스 틸먼은 6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볼티모어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2년과 2014년에는 모두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장인 캠든 야드를 홈으로 쓰지만 불펜투수진이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쳐줬던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볼티모어의 불펜투수들은 3.4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팀의 다른 단점을 불펜으로 대신 채우던 예전만큼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다.
반면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선전은 놀랍다. 특히나 시즌 초반 엄청나게 많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있었음에도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토미 존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맷 무어가 곧 돌아올 예정이기에 호랑이에 날개를 달게 될 가능성도 있다. 로건 포사이드(.299/.374/.487)는 45경기에 나와 5개의 홈런을 때려냈는데, 2009년 마이너리그 싱글A와 더블A에서 뛰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두 자리 이상 홈런을 친 적이 없었던 선수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야수들이 기대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면서 레이스는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wRC+ 101)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이크 오도리지(66.1이닝 ERA 2.31, FIP 2.53)와 크리스 아처(60.0이닝 ERA 2.40, FIP 2.78) 원투펀치가 이끄는 투수진은 아메리칸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팀 평균자책점(3.39)을 기록 중이다.
실망스러운 작년 시즌이 끝나고 데릭 지터의 은퇴, 구로다 히로키의 일본 복귀, 마무리 데이비드 로버트슨의 이적, 에이스 마사히로 다나카의 팔꿈치 상태 등 메워야 할 구멍이 산더미 같아 별로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던 뉴욕 양키스의 초반 선전도 주목할 만 하다. 마크 테셰이라(.236/.362/.563 13홈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262/.363/.545 10홈런)는 회춘한 듯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으며 자코비 엘스버리, 브렛 가드너 등의 선수들도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마사히로 다나카는 고작 4경기에 나온 이후 다시 부상으로 나가떨어졌지만, 어깨 관절와순 부상을 딛고 일어선 마이클 피네이다의 대활약(57.2이닝 59삼진, ERA 3.59 FIP 2.49 fWAR 1.8)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로버트슨의 빠진 뒷문은 딜런 베탄시스(24.0이닝 35삼진, ERA 0.00 FIP 1.48)와 앤드류 밀러(19.1이닝 33삼진, ERA 0.93, FIP 2.11)가 오히려 더 탄탄히 틀어막고 있다.
아직 지나간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훨씬 많기에, 예상을 뒤집는 선전과 부진은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 특히 이미 지구 1위와 꼴찌팀과의 경기차가 최소 8경기 이상씩 벌어진 다른 지구들과는 다르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1위 탬파베이 레이스와 꼴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차가 고작 3.5경기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혼전양상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통적으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한때 5팀 중 3팀이 90승 이상, 4팀이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할 만큼 강팀들이 한데 모여 각축전을 펼쳤고, 미국 스포츠 매체로부터 "강함을 넘어 탁월함을 필요로 하는 지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 시절에 비하면 '도토리 키재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올해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여전하다. 남은 시즌 AL 동부의 판도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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