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보건당국,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와 관련, 여야 정치권은 정부 당국의 대응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우선은 책임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 감염 초기대응 실패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 보건안전 체제가 이렇게 허술한 건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책임의 엄중함을 뒤로 하고 힘을 합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 이유로 "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들며 "초당적으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표는 "2차 감염자들이 추가로 나오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하고, 3차 감염 등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인력·예산·장비 등을 보강하고 민간을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 철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전날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찾아서도 앞에서와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하면서도 "오늘 우리 방문 목적은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추가 감염자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방문한 걸로 생각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메르스 확산은 정부 당국의 안일과 무책임의 극치의 결과"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태가 수습되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사태의 책임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보건 당국, 내각에 있다"며 "보건 당국은 초기대응과 후속조치에는 실패하고 '유언비어에 엄정 대처한다'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선…유승민 "불안 심각" vs 서청원 "정부 믿어달라"

여당에서도 당국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 관련 국민의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추가 확산을 철저히 막고 국민의 불안·불신을 해소하는 일"이라며 "특히 걱정되는 것은, 확진 내지 의심 환자들을 전국의 격리병상 병원으로 보내는 환자 이송 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굉장한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른 오전 메르스 및 주한미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현안 보고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당정 협의 후 보도자료를 내어 "메르스가 전염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동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많은 전염자가 나온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보건 당국의 미흡했던 초동 대처와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안일한 방역관리를 질타하면서,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정비하여 허술한 부분을 국제적 수준으로 재정비 하도록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에는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문형표 장관과 탄저균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백승주 국방부 차관 등이 왔다.

반면 여당 내 친박계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 등의 입장과는 온도차를 보였어.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라면서 "국민이 대한민국 의료진과 보건 당국을 믿고 지켜봐 달라. 한 번 처리 단계에서 실패했습니다만 좀 믿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