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수단 총연봉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에 가깝다. 따라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주전 포수 러셀 마틴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러셀 마틴은 2013~2014년 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시즌 .290 .402 .430(타/출/장) 11홈런 67타점 5.5의 fWAR을 기록했다. <베이스볼 프로펙터스>에 의하면 그는 프레이밍 런(프레이밍을 통한 공헌도) 부분에서 전체 8위(16.5)에 올랐다. 프레이밍은 소위 '미트질'이라 부르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던져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내는 포수의 능력이다. 러셀 마틴의 프레이밍은 피츠버그 투수들이 호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가난한 피츠버그가 이런 포수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러셀 마틴은 5년 8200만 달러(약 906억 원)를 받으며 고향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났다. 그러나 닐 허닝턴 단장을 위시한 수뇌부들은 현명한 투자를 통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강정호, 무릎 부상 전까지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했던 코리 하트를 영입함으로써 공격력을 보강한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 피츠버그의 가장 효과적인 영입은, 뉴욕 양키스로부터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를 데려온 것이다. 서벨리는 짧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프레이밍 런 수치가 6.4에 달했다. 따라서 적어도 수비적인 면에 있어서만큼은 마틴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서벨리가 지금 같은 활약을 할 것으로 예측하지는 못했다. 서벨리는 2015시즌 프레이밍 런 부문 1위(12.0)를 기록 중이다.
"언제나 침착할 것. 저는 이게 성공을 위한 방법이라고 배웠습니다. 저는 공을 잡을 때 100%의 힘을 쏟지 않습니다. 저는 45%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프레이밍을 하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가 더 잘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자, 제가 더 프레이밍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침착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공을 받을 때, 당신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서벨리는 말했다.
서벨리는 아직 프레이밍을 통한 득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전부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조용히' 연마해왔다. 하지만 <베이스볼 프로펙터스> 등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에서 프레이밍을 통한 공헌도를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서벨리의 조용한 '작업'은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포수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56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뤄내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서벨리와 투수들의 활약에 힘입은 피츠버그는 23일(한국 시각) ESPN에서 발표 한 메이저리그 구단 파워랭킹에서 2위에 올랐다.
이제는 오히려 서벨리의 타격 성적이 수비력에 비해 덜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서벨리는 .308 .385 .396(타/출/장) 2홈런 19타점으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서벨리의 몸값은 고작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8년 차가 됐지만, 대부분의 기간동안 백업 포수로 출전하거나 부상 때문에 서비스타임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피츠버그로서는 횡재나 다름없다.
그러나 오랜 부상 경력은 서벨리가 극복해야 할 약점이기도 하다. 서벨리는 2011년 발 골절, 뇌진탕에 이어 2013년에는 손 골절, 2014년에는 햄스트링 부 상을 입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부상자 명단 등재일수만 해도 185일에 달 한다. 그리고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체력적으로 힘든 포지션이다. 여기에 2014시즌 금지 약물 복용 징계를 받았던 전적 역시 서벨리가 극복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서벨리가 이런 편견의 장벽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서벨리가 지금과 같은 활약 을 이어간다면, 피츠버그는 이번 해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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