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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드론 사건, 핵심은 '거짓말과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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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드론 사건, 핵심은 '거짓말과 책임회피' CJ 해명이 드러낸 '룸살롱 모델' 경제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성당인데, 완공하기까지 600년이 걸렸다. 이 건물 첨탑에 드론(무인 비행기)이 충돌하는 사고가 터졌다. 지난 22일, 드론으로 성당을 촬영하다 난 사고다. 자칫하면 인명 피해도 날 뻔 했다.

한국인이 사고를 냈다. 그래서 망신스럽다는 지적을 하려는 게 아니다. CJ E&M이 낸 사고인데, 이후 수습과정이 아주 전형적이다. 한국 대기업의 관행 그대로다. '진짜 망신'은 이 대목이다.

우선 발뺌. 사고가 나자 CJ E&M 측은 "드론 촬영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CJ E&M은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에서 열리는 행사 캠페인 영상을 찍던 중이었다. 이를 앞두고, CJ E&M은 밀라노 엑스포 한국 대표단에 드론 촬영이 가능한지 문의했었다. 그리고 대표단은 엑스포 행사장을 포함한 밀라노시 전역에서 드론 촬영이 불법이라고 회신했다. 그런데 드론 촬영을 강행한 것이다. CJ E&M 측은 드론 촬영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음 수순은 약자에게 책임 떠넘기기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인 셈. 당시 현장에는 CJ E&M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2명과 CJ E&M 직원 1명이 있었다. 파장이 커지자, CJ E&M 측은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현장 실무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용역업체의 욕심"도 거론했다. 드론 띄우는 데는 비용이 든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비용 드는 결정을 아랫사람이 '욕심' 때문에 할 수는 없다. 윗사람이 결재해야, 적어도 묵인은 해야 가능하다.

▲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 ⓒ연합뉴스

참 익숙한 풍경이다. 류동민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유흥주점형 경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룸살롱형 경제 모델'이다. 룸살롱은 '업주-웨이터-마담-접대부'라는 위계로 돼 있다. 그리고 이들은 '고용-피고용' 관계가 아니다. '개인 간 거래' 관계라는 외형을 띤다. 이 구조에서 이익은 무조건 위으로 흐른다. 반면, 위험은 아래로 흐른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아래쪽을 잘라낸다. 어차피 '거래' 관계이므로, 위쪽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식이다. 류 교수가 한국 경제를 설명한 방식이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선장과 룸살롱형 경제 모델, <프레시안> 기자는 왜 조선소 하청으로 취업했나?)

CJ E&M 사건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사고가 터지니까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긴다. 궂은 일은 그들이 다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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