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녹색당,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는 '함께 사는 돈 탐방기'라는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각자 생존'의 시대라고 합니다.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수준인 48.1%에 달하고, 체감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이런 현실의 반영입니다.
그래서 이 기획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득 실태에 대해 진단하고, 지역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각자 생존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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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부모가족은 보편적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가족'을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한부모가구는 총 159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전체 가구 중 약 9~10% 수준임). 대한민국 한부모가구의 비중(9.3%)은 OECD 다른 나라들의 평균(9.4%)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 아니며, OECD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방문 약속을 잡고,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찾아갔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는 한부모가족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시민사회단체였다. 대한민국에서 한부모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듣고 싶어서였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구의 빈곤율은 37.8%에 달하는데, 이것은 전체 가구의 빈곤율이 16.5%인 것과 비교할 때 2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부모가족의 경우에, 한부모가 경제활동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의 44.4%는 하루 10~12시간, 42.4%는 하루 7~9시간 정도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빈곤율을 보이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혼자서 일을 하고 자녀 양육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야기를 나눈, 한부모가족들 모두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바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일자리만 구할 수 있기에 삶이 어렵고 팍팍하다고 이야기한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모든 한부모가족을 위한 법이 아니다. 일정한 소득 이하 일 경우만 지원을 받는다. 자산도 소득으로 환산하는데, 어처구니없는 기준이 많다고 한다.
심사, 심사, 심사… 정부지원은 높은 벽
지금 한부모가족지원제도는 재산 5400만 원(대도시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득으로 환산한다. 5400만 원이면 큰돈일 수도 있지만, 요즘 대도시의 전세보증금 시세를 생각해보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재산이다.
5400만 원을 초과하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복잡한 기준과 공식이 있는데, 상세하게 들어보면 어처구니없는 부분들이 많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 차가 똥차든 무엇이든 차가 있으면, 그 찻값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매달 소득으로 인정하는 거예요. 중고차나 연식 등도 전혀 고려되지 않아요. 그냥 차가 있으면 100만 원쯤 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근데 요즈음 똥차라도 한 대 없이 출근하고 ‘왔다갔다’하고, 아이들 학교와 학원 보내고 데려오고, 장 보고, 생활이 가능한가요?"
차가 있으면 사실상 한부모가족지원제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소득을 심사할 때에도 불합리한 점이 많다.
"(소득에) 양육비도 포함되는데, 양육비를 잘 보내주면 문제가 없지만, 양육비를 잘 안 보내주거나 늦게 보내주기라도 하면 당장 어려움이 커져요. 나쁜 마음 먹고 양육비를 안 보내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정부에서 최근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만들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양육비를 받을 수 없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돼요."
"부모님 두 분이 다 암으로 돌아가셔서, 암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이혼 전에 가입한 암보험의 해약 시 환급금을 재산으로 잡는 바람에 전체 재산이 기준액을 넘어서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득심사와 자산심사라는 어려운 심사과정을 거쳐서 한부모가족지원법의 지원을 받는 비율은 전체 한부모가족의 8.2%(기초생활수급자까지 포함하더라도 12.9%)수준에 불과하다.
한부모가족지원대상이 되더라도 지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아동양육비 지원을 받으려면, 최저생계비 130%에 미달해야 하는데(3인 가구 176만7594원/4인 가구 216만8827원) 실수령액이 아니라 4대 보험이 다 포함되어 있어요. 게다가 왜 아동양육비가 만 12세 미만에게는 월 10만 원이 지급되는데, 만 12세 이상에게는 월 2만 원 정도만(분기별로 지급되는 교통비와 학용품비를 환산한 금액) 지급되는 게 타당한가요?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더 돈이 많이 드는데, 왜 지원이 줄어드는 거죠?"
아동양육비가 만12세 미만에게는 월 10만 원이 지급되는데, 만12세 이상에게는 월 2만 원이 지급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에, 지원이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부족한 지원도 문제이지만, 너무 복잡한 지원 신청 과정 때문에 느끼는 자존감의 상처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장에서 한부모가족 지원을 위해 신청 상담을 하는 공무원도 복잡한 규정과 필요서류 등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직장에서 어렵게 날을 빼서 방문하지만 때때로 서류 미비로 다시 똑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다급한 상황에서 힘들게 서류를 가지고 방문했는데, "아, 이 요건이 안 맞는 것을 확인 못 했네요", "진행하고 있는데, 첨부 자료가 빠진 게 있네요, 다시 가져오세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왜, 담당 공무원도 헷갈리는 복잡한 규정과 절차를 강요하는지"에 대한 서운함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한부모가족들이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 한부모가족들 모두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기본소득'은 한부모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정부가 주면 고맙지"라는 이야기에서, "정부가 줄 수도 있지", 그리고 "정부가 주어야지"라는 이야기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현실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상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약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한부모가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당장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담당 공무원도 헷갈리는 복잡한 규정과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그런 삶이 가능해져야 한다.
기본소득이 당장 도입되기 어렵다면, 지금의 매우 불합리한 규정들은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나마 지원되는 양육지원비 월 10만 원이 자녀가 만 13세 이상으로 크면 월 2만 원으로 줄어들어야 하는가?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이고 까다로운 규정과 지침들은 당장에라도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의 적용을 받는 한부모가족들이 눈에 보이질 않는 거죠. 한부모가족들은 먹고사는 것이 바빠서 모이기도 힘들고,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은 한부모가족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꺼립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부모가족이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정치권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겁니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장희정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정말 정치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부모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덧붙여서 : 간담회에 참석한 한부모가족분들에게 자녀를 키우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이 어느 정도일지를 물어보았다. 만약 임대주택 등을 통해 주거문제가 해결된다면, 3인 가구에 월 150만 원(1인 당 월 50만 원) 수준라고 이야기하신다. 이 정도를 보장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기만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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