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적성이나 꿈보다는 학자금 상환을 위해 직업을 선택하고 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여가 생활을 포기하며, 직업 선택의 기준도 '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 3월 발표한 '대졸자의 학자금 대출 실태와 영향'에 따르면, 학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소비와 지출을 줄였다고 한 20대 대졸자는 37.0%, 학자금 대출 상황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한 경우는 20.0%, 적성보다 보수를 먼저 고려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19.9%로 조사됐다.
또 대졸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직장 선택 시 적성보다는 학자금 대출이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학자금을 빌리는 학생이 늘수록 적성에 맞는 직업을 포기하는 20대가 증가하는 셈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조사·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 1210명 중 84.2%가 대출 빚이 취업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이들 중 빠른 취직을 위해 '묻지마' 지원을 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절반(57.2%)이 넘었다. 연봉 등 경제조건을 고려해 진로를 변경한 경우는 35.6%였으며, 취업이 잘되는 분야로 진로를 변경한 응답자도 24.5%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은 꾸준히 늘어, 2010년 52만 명에서 2013년 55만 8000명이다.(5월 22일 대학교육연구소의 '학자금대출통계'). 3년 동안 21.2%가 증가한 것이다. 2010년 3조7000억 원이던 학자금 대출액이 2014년에는 10조7000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꿈과 취미를 포기하는 20대
- 얼마의 학자금을 빌렸고 어떻게 갚고 있나.
K군 : 대학 4년 동안 총 2000만 원의 학자금을 빌렸다.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 부모님이 매달 20만 원씩 대신 갚고 있다.
K군 : 심리적으로 압박이 느껴진다. 6개월 동안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손으로 학자금을 갚아본 적이 없다. 매달 1일이면, 부모님을 보기가 미안해진다. 지금은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으며, 직업 훈련 중이다. 처음에는 빨리 취직이 될 줄 알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악기도 배우고 친구와도 자주 만났는데,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눈치가 보여 중단했다. 지금은 한 달 취업보조금으로 생활이 부족해 외출할 때마다 어머니가 1만 원씩을 준다. 그마저 죄송스러워서 '돈이 있다'고 거짓말한다. 웬만하면 점심은 거르고,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K군 : 대학교 4학년 때 취미로 하던 악기 덕에 음악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졸업 후에도 이 직업을 선택할까 했지만, 갈수록 부담스러웠다. 강사 아르바이트라는 게 프리랜서 개념이다 보니, 수입이 늘 불안정했다. '4년 이상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데, 이 직업을 선택했다가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한 달 지출 내역을 보고 있으면,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K군 : 물론이다. 만약 부담이 적었다면 지금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일을 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적성에 맞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교육받았는데,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포기하게 될 줄은 미쳐 생각도 못했다. 학자금으로 빌린 돈 중 1000만 원만 줄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싶은 뮤지컬이나 공연을 보고, 직업 선택을 위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일로 자기 계발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물론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다.
학자금을 빌리는 순간, 갚아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 그래서 20대는 생활, 적성, 꿈, 직업을 하나씩 버렸다. 만약 학자금에 따른 책임이 지금보다 가벼웠다면? 돈 걱정보다는 하고 싶은 일, 적성, 삶의 질이 우선인 선택을 하는 20대가 더 늘었을 것이다. 지금 20대는 책임을 지는 일, 삶의 만족을 찾는 정상적인 행동이 '특별한 사례'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위 기사는 진보정의연구소 블로그기자단 김성윤 학생(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의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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